[K라이프저니|고요비 기자] 마르티누스 뢰르뷔에(Martinus Rørbye, 1803~1848)는 19세기 전반 덴마크 미술의 황금기(Danish Golden Age)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노르웨이 드람멘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코펜하겐으로 이주해 덴마크 왕립미술아카데미에서 수학했으며, 당대 덴마크 회화의 거장 크리스토퍼 빌헬름 에케르스베르크(C.W. Eckersberg)의 가르침을 받으며 화풍의 기초를 다졌다.
뢰르뷔에는 특히 여행 화가로서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그는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알제리 등 유럽과 북아프리카를 폭넓게 여행하며 이국적인 풍경과 민속, 건축을 화폭에 담았다. 당시 덴마크 화가들 사이에서 이탈리아 로마 유학은 하나의 통과의례였으며, 뢰르뷔에 역시 로마 체류 시절 독일 나자렛파(Nazarenes)와 이탈리아 화가들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화풍을 넓혀 나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45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 더욱 원숙해질 수 있었던 후기 작품들을 남기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에케르스베르크의 적통을 이은 '빛의 사실주의자'
뢰르뷔에는 덴마크 황금기 회화의 중심에 위치한 화가다. 덴마크 황금기(약 1800~1850)는 비에드마이어(Biedermeier) 양식의 영향 아래 일상의 소소한 풍경과 실내 장면, 정직하고 세밀한 사실주의적 묘사를 미덕으로 삼은 시기였다. 이 시기 덴마크 화가들은 극적인 역사화나 종교화보다는 창가의 풍경, 가족의 일상, 자연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즐겨 그렸다.
뢰르뷔에는 이러한 전통 안에서 스승 에케르스베르크가 확립한 엄밀한 빛의 관찰과 정밀한 사실 묘사의 화풍을 계승하면서도, 여행 화가로서의 경험을 통해 더욱 넓은 세계를 향한 시선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창문 하나가 만들어내는 두 개의 세계
가로 29.8cm, 세로 38cm의 소형 유화인 이 작품은 1823년에서 1827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코펜하겐 자신의 작업실 창문을 통해 바라본 항구 풍경을 담고 있다. 화면은 크게 '실내'와 '실외'라는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실내 공간에는 창턱 위에 놓인 세 개의 테라코타 화분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왼쪽의 탐스럽고 풍성한 분홍색 수국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으며, 중앙의 짙고 뾰족한 선인장류 식물과 오른쪽의 작은 꽃이 핀 화분이 균형을 이룬다.
화분 사이에는 작은 발 모양의 조각물이 놓여 있고, 오른편에는 유리 시험관과 금속 컵 같은 소품들이 세심하게 배치됐다. 창문 상단에는 레이스와 술 장식이 달린 블라인드가 반쯤 내려와 있으며, 창문 중앙 기둥에는 볼록 거울(convex mirror)과 새장이 매달려 있어 공간에 기묘한 깊이감을 더한다.
열린 창문 너머로는 코펜하겐 항구의 풍경이 펼쳐진다. 흐릿한 대기 원근법 속에 정박한 범선들의 마스트가 하늘을 찌르고, 부두와 해안선이 부드러운 안개 속에 잠겨 있다. 화법은 에케르스베르크 계열의 정밀한 사실주의를 기반으로 하되, 실내의 세부 묘사는 극도로 치밀하고 실외의 항구 풍경은 대기의 빛 속에 부드럽게 녹아들어 두 공간의 질감이 자연스럽게 대비를 이룬다.
창문이라는 틀이 만드는 '경계의 철학'
이 작품이 덴마크 미술사에서 특별히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단순한 사실적 묘사의 탁월함을 넘어, '창문(window)'이라는 모티프가 지닌 철학적 의미 때문이다. 창문은 안과 밖, 사적 공간과 공적 세계, 정적인 일상과 역동적인 외부 현실을 동시에 담는 경계의 장치다. 뢰르뷔에는 이 작품에서 화분과 소품들로 가득 찬 아늑하고 친밀한 실내 공간과, 그 너머로 펼쳐지는 광활하고 역동적인 항구 세계를 하나의 화면 안에 공존시키며 삶의 이중성을 시각화했다.
또한 이 작품은 덴마크 황금기 회화의 대표적 유형인 '창가 그림(Fensterbild)' 장르의 탁월한 예시로,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의 창문 그림들과도 미술사적으로 비교되며 연구된다. 덴마크 국립미술관(Statens Museum for Kunst)의 영구 소장품으로 자리한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 덴마크 황금기 회화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창가에 서다
이 그림 앞에 서면 묘하게도 시간이 느려지는 듯한 감각이 찾아온다. 창턱 위에 가득 핀 분홍 수국의 화사함, 촘촘한 레이스 블라인드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코펜하겐의 아침 햇살, 그리고 그 모든 것 너머 아득하게 펼쳐진 항구의 안개 속 풍경이 한꺼번에 눈 속으로 밀려온다.
이 작품은 거창한 역사적 사건도, 극적인 인물도 없다. 오로지 어느 화창한 아침, 한 청년 화가가 자신의 작업실 창가에서 바라본 세상의 풍경이 전부다. 그러나 바로 그 소박함과 정직함이 이 그림을 200년이 지난 지금도 보는 이의 마음을 조용히 흔드는 이유다.
경매 시장에서의 위치와 작품 가격
뢰르뷔에의 작품은 덴마크 및 북유럽 미술 전문 경매에서 꾸준히 거래되고 있다. 코펜하겐의 주요 경매 하우스인 브루운 라스무센(Bruun Rasmussen)을 비롯해 런던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북유럽 회화 세션에서도 그의 작품은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주제와 크기에 따라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에 이르는 낙찰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그가 즐겨 그린 지중해 및 동방 풍속화 시리즈와 함께, 이번 작품처럼 코펜하겐을 배경으로 한 실내 창가 풍경은 덴마크 황금기 회화 컬렉터들 사이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주제군이다. '예술가의 창문에서 본 풍경' 자체는 덴마크 국립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시장에 유통되지 않지만, 동급의 뢰르뷔에 작품이 경매에 등장할 경우 그 미술사적 가치와 희소성을 감안하면 수억 원대의 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국제 미술 시장에서 덴마크 황금기 회화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 속에서, 뢰르뷔에의 작품 가치는 앞으로도 안정적인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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