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스러진 독일 표현주의의 태양
[K라이프저니|고요비 기자]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 1887~1914)는 20세기 초 독일 표현주의 운동의 핵심 그룹인 '청기사파(Der Blaue Reiter)'를 대표하는 화가로, 불과 27세의 나이에 제1차 세계대전 서부전선에서 전사한 비운의 천재다. 독일 메셰데(Meschede) 출신인 그는 뒤셀도르프 미술학교와 베를린에서 수학한 뒤 파리를 오가며 프랑스 인상주의와 야수주의(Fauvisme), 입체주의(Cubism)를 빠르게 흡수했다.
1911년 바실리 칸딘스키, 프란츠 마르크와 함께 청기사파를 결성하며 독일 근대미술의 혁명적 전위에 섰다. 그러나 동료들 중 마케는 가장 이질적인 존재이기도 했다. 칸딘스키와 마르크가 정신적·추상적 예술 세계를 추구한 반면, 마케는 일상의 풍요로움과 삶의 기쁨을 색채의 언어로 노래하는 데 집중했다. 그의 그림에는 어둠과 불안 대신 지중해적 밝음과 생의 환희가 넘친다.
전사하기 불과 1년 전인 1914년 봄, 그는 파울 클레, 루이 무아예와 함께 튀니지를 여행하며 강렬한 색채 세례를 받았고, 그 경험은 말년의 작품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케가 전선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쏟아낸 수채화 연작들은 그의 천재성이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그의 이른 죽음은 독일 미술사에서 가장 크고 돌이킬 수 없는 손실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색채의 교향악 — ‘초록 재킷의 여인’의 화법과 구성
‘초록 재킷의 여인(Woman in a Green Jacket)’은 마케가 전사하기 1년 전인 1913년에 완성한 작품으로, 캔버스에 유채, 44×43.5cm의 정방형에 가까운 화면 구성이다. 현재 독일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Museum Ludwig)이 소장하고 있다.
화면에는 다섯 명의 인물이 나무 그늘 아래 산책로를 거니는 장면이 담겨 있다. 화면 중앙을 가득 채운 초록 재킷의 여성이 등을 보인 채 서 있고, 그 좌우로 분홍 드레스의 여성과 검은 정장의 남성, 그리고 원경에는 연보라 드레스를 입은 또 다른 커플이 배치되어 있다. 인물들은 모두 붉은 모자를 쓰고 있어 시각적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마케의 화법은 이 작품에서 전형적인 독일 표현주의의 색채 과감성과 프랑스 야수주의의 영향이 가장 조화롭게 융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서사가 아닌 색채 그 자체다. 짙은 초록, 타오르는 듯한 주황·적갈색 대지, 코발트블루의 호수, 황금빛 모래벽, 선명한 분홍과 연보라의 의상이 충돌하고 조화하며 캔버스 전체를 하나의 색채 교향악으로 만든다.
형태는 단순화되어 있지만 결코 조야하지 않다. 나무의 갈색 줄기와 초록 수관(樹冠), 인물들의 의상 색면이 서로 맞물리며 구성적 질서를 이룬다. 원근법은 의도적으로 평면화되어 있고, 이는 화면에 장식적 긴장감과 리듬을 부여한다. 붓터치는 짧고 활기차며, 전체 화면이 빛으로 가득 차 진동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삶의 찬가, 전쟁 전 마지막 황금기의 증언
‘초록 재킷의 여인’이 탄생한 1913년은 유럽이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의 긴장 속에서도 문화적으로 가장 풍요로웠던 시기다. 마케의 그림은 이 역설적인 시대의 표면 — 산책하는 시민들, 빛나는 오후, 화려한 색채의 의상 — 을 포착했다. 그러나 바로 이듬해 그 모든 것은 전쟁의 포화 속에 산산이 부서졌다.
이 작품에서 인물들이 모두 등을 보이거나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관람자는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없다. 그것은 마케 특유의 구성 방식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익명의 인물들은 특정 개인이 아닌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상징이 된다. 전쟁이 앗아간 것이 무엇인지를 이 그림은 색채와 빛으로 웅변하고 있다.
미술사적으로 이 작품은 독일 표현주의가 어둠과 불안이 아닌 기쁨과 빛의 언어로도 완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이며, 마케 개인 예술의 절정을 대표하는 대표작으로 확고히 평가받는다.
빛이 노래하는 오후 — 그림이 건네는 감정
이 그림 앞에 서면 가장 먼저 색채의 물결이 온몸을 감싼다. 초록과 파랑, 주황과 적갈색, 분홍과 보라 — 이 색채들의 충돌은 소란스럽지 않고 오히려 축제 같은 충만함을 준다. 화면은 뜨겁고 생기 넘치며, 보는 이를 어느 여름 오후의 호숫가 산책로로 순간 이동시킨다.
등을 보인 초록 재킷의 여인이 만들어내는 중심의 고요함이 인상적이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색채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뒷모습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하고 당당하다. 그녀가 바라보는 코발트블루의 호수와 그 너머 산 — 그것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삶이 열어주는 무한한 지평선처럼 느껴진다.
마케가 이 그림을 그린 이듬해 전선으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 찬란한 오후의 빛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그는 사라지기 직전에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이렇게 화려하고 힘차게 그려냈다.
루트비히 미술관 소장 대표작, 경매 시장의 블루칩
아우구스트 마케의 작품은 요절 작가 특유의 희소성과 높은 미술사적 위상이 결합되어 세계 경매 시장에서 꾸준히 최상위권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크리스티, 소더비, 노이마이스터(Neumeister) 등 주요 경매사에서 마케의 주요 유화 작품은 수백만에서 수천만 유로에 낙찰된 사례가 있으며, 수채화와 드로잉 역시 상당한 고가에 거래된다.
‘초록 재킷의 여인’은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공공 소장품으로 경매 출품이 불가능한 작품이다.
27년을 살다 간 마케의 작품 수는 절대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 희소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며, 독일 표현주의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는 현재의 흐름 속에서 마케 작품의 시장 가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이 앗아간 가장 빛나는 색채의 화가 — 그의 그림은 오늘도 세계의 미술관과 컬렉터들의 벽에서 가장 환하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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