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이여름 기자] "몇 번이고 보시면서 몇 번이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말처럼, 오는 6월 10일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상자 속의 양'은 단선적인 SF 서사가 아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상상력을 화두로 던지는 작품이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영화 '상자 속의 양'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생성형 AI가 촉발한 이야기의 씨앗
영화의 출발점은 고레에다 감독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접한 실제 비즈니스였다. 생성형 AI로 고인을 디지털로 부활시키는 사업을 하는 중국 기업인을 만나, 이미 세상을 떠난 이의 영상과 사진을 AI가 재현한 결과물을 직접 본 것이 영화의 시작이었다. 죽은 아이를 대신해 한 가정에 들어온 7세 설정의 휴머노이드 '카케루'가 가족이 된다는 것의 기쁨과,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 사이에서 존재를 탐색하는 이야기는 그렇게 구체적인 현실의 토양 위에서 싹텄다.
AI는 고양이 같은 존재, 함께 살지만 거리를 유지하는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AI를 "고양이 같은 존재"로 인식했다고 밝혔다. 함께 살기는 하지만 너무 가까이 오지 않는 존재, 그것이 현재 인간과 AI의 관계에 가장 근접한 감각이라는 것이다. 영화 속 휴머노이드가 자유의지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 그리고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힘을 합치거나 갈등하는 장면들은 이 감각의 연장선에 놓인다. 감독은 이질적인 두 존재가 공존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도 재미있는 일"이라 표현했으며, 그것이 부부 관계와도 닮아 있다고 짚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며 살아가는 힘
영화의 결말에서 카케루는 숲으로 떠나고, 어른들은 그곳에서 함께 살지 않고 돌아온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돌아온 사람들이 이미 곁에 없는 카케루를, 그리고 앞으로도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익히며 지내게 될 카케루를 상상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상력이야말로 AI라는 매개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다. 아이를 잃은 엄마는 마지막에 한 심한 말을 후회하고,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두 사람의 결이 전혀 다르지만, 그 이질성 위에서 함께 상실을 안고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칸 진출 10회 거장의 새 도전, 흥행 포인트는
'상자 속의 양'은 고레에다 감독의 통산 10번째 칸 영화제 진출작으로, 올해 열린 제79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아무도 모른다', '어느 가족', '브로커', '괴물'로 이어진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이번 작품은 SF라는 비교적 낯선 장르를 시도하며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한국 관객에게 있어서는 '브로커'에 이어 고레에다 감독의 한국 정서 친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기회이기도 하며, 실제로 감독은 "한국에는 친구도 굉장히 많고 특별한 애정이 있는 나라"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 개봉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국내 개봉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는 오는 1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klifejourney2025@gmail.com
[저작권자ⓒ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