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글·사진 고요비 기자] 독일 바로크 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받던 지휘자 헬무트 릴링(Helmuth Rilling)이 2월 11일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33년생인 릴링은 60여 년간 바로크 음악, 특히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음악을 현대에 되살리는 데 평생을 바친 음악가로 기억된다.
바흐 음악의 전도사, 172장 CD로 완성한 전곡 녹음
릴링의 가장 주목할 만한 업적은 독일 클래식 레이블 핸슬러(Hänssler Classic)를 통해 완성한 바흐 전곡집이다. 총 172장의 CD로 구성된 이 방대한 프로젝트는 바흐의 칸타타, 수난곡, 미사곡, 오라토리오 등 성악 작품 전반을 망라한 기념비적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가 1954년 창단한 게힝어 칸토라이(Gächinger Kantorei)와 바흐 콜레기움 슈투트가르트(Bach-Collegium Stuttgart)는 릴링의 바흐 해석을 구현하는 핵심 연주 단체로 활동했다.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릴링은 바흐의 200여 개 칸타타를 비롯해 '마태 수난곡', '요한 수난곡',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b단조 미사' 등 주요 작품들의 권위 있는 해석을 남겼다.
바흐를 넘어선 바로크 음악 전문가
릴링의 음악적 영역은 바흐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헨델, 텔레만, 비발디 등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폭넓게 연주하며 18세기 음악의 진정한 권위자로 자리매김했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릴링이 반복적으로 지휘한 대표작 중 하나로, 그의 해석은 작품의 종교적 깊이와 극적 표현을 균형 있게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모차르트의 '레퀴엠'과 베토벤의 '장엄 미사》'등 고전주의 시대 종교 음악도 그의 중요한 레퍼토리였다.
20세기 종교 음악 초연으로 현대 음악에도 기여
릴링은 과거 음악의 해석자에 그치지 않고 현대 작곡가들의 종교 음악 초연에도 적극 참여했다.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폴란드 레퀴엠'을 비롯해 다수의 20세기 종교 음악 작품을 세계 초연하며 바로크 전통과 현대 음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그는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 영적 언어"라는 신념 아래 고악기 연주와 현대적 해석을 결합한 독자적인 연주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는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면서도 현대 청중과 소통할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연주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음악 교육자로서의 유산
릴링은 연주자이자 지휘자를 넘어 탁월한 음악 교육자이기도 했다. 1981년 창설한 오리건 바흐 페스티벌(Oregon Bach Festival)은 북미 지역 최대 규모의 바로크 음악 축제로 성장했으며, 그는 2013년까지 예술 감독으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 힘썼다.
또한 슈투트가르트 국제 바흐 아카데미(Internationale Bachakademie Stuttgart)를 설립해 전 세계 음악가들에게 바로크 음악 교육의 장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릴링의 음악적 유산은 수많은 제자들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
독일 클래식 음악계는 릴링의 별세를 애도하며 "바흐 음악의 진정한 전도사이자 바로크 음악을 현대에 되살린 위대한 예술가"라고 추모했다. 그가 남긴 방대한 녹음과 교육적 유산은 앞으로도 바로크 음악 연구와 연주의 중요한 참조점으로 남을 것이다.
klifejourney2025@gmail.com
[저작권자ⓒ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 그림] 고요한 겨울 창가의 시(詩), 에릭 톰슨의](https://klifejourney.com/news/data/2026/02/11/p1065621461753916_863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