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일본이 낳은 풍경화의 대가 우타가와 히로시게(1797-1858)의 예술 세계가 지난 5개월간 런던 대영박물관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5월 1일부터 9월 7일까지 조셉 호퉁 그레이트 코트 갤러리에서 열린 '히로시게: 열린 길의 예술가' 전시는 런던에서 25년 만에, 그리고 대영박물관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히로시게 단독 전시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이전에 공개된 적 없는 판화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었다. 전시된 판화 중 상당수는 전 세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들이었다.
전시의 핵심은 미국의 저명한 수집가 앨런 메도우의 컬렉션이었다. 메도우는 50년 넘게 수집해온 히로시게 판화 35점을 대영박물관 미국 친구회에 기증했으며, 전시를 위해 82점을 추가로 대여했다. 이 117점의 작품들은 국내외 주요 소장품 및 박물관 자체 컬렉션과 함께 히로시게의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제게 대영박물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히로시게의 예술을 생생하게 간직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습니다." 메도우는 기증 당시 이렇게 밝혔다. "히로시게의 예술적 강점은 색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는데, 안타깝게도 세월이 흐르면서 그 감정은 점점 희미해집니다."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40년 경력은 일본 에도 시대(1615~1868) 말기의 격변기와 맞물려 있었다. 사무라이 통치가 종말을 고하고 외부 세계의 침략과 근대화 압력이 거세지던 시기, 히로시게는 약 5,000점의 컬러 목판화, 수백 점의 그림, 수십 권의 그림책을 통해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미적 즐거움과 정서적 위안을 선사했다.
JTI 일본 컬렉션 프로젝트 큐레이터였던 알프레드 하프트는 "불안정했던 사무라이 통치의 마지막 수십 년 동안, 히로시게의 차분함과 균형 감각은 사회 각계각층의 동시대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영감의 원천"이라고 평가했다.
전시는 히로시게가 보여준 사회적 포용성도 조명했다. 사무라이 가문 출신이었던 그는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특히 실용적이고 저렴하며 일회용으로 제작된 우치와에(부채 그림) 디자인은 일본 밖에서 거의 전시되지 않았던 작품들로, 이번 전시의 주요 섹션을 차지했다. 1839년경 제작된 '주로와 보조로를 따라가는 팔경' 연작 같은 독특한 작품들이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정교한 새와 꽃 판화 작품들은 그의 타고난 예술적 우아함과 함께 당시 높은 문해력 수준을 보여줬다. 작품에는 흐르는 듯한 서체로 쓰인 일본이나 중국의 시가 포함되어 있어, 자연·예술·시가 하나로 어우러진 일본 문화의 정수를 드러냈다.
전시는 히로시제의 글로벌 영향력도 다뤘다. 혁신적인 구성, 생동감 넘치는 색채, 회화적 원근법에 대한 깊은 이해는 빈센트 반 고흐와 제임스 휘슬러 같은 유럽 거장들은 물론 줄리안 오피를 비롯한 현대 예술가들에게까지 영감을 줬다.
니콜라스 컬리넌 대영박물관 관장은 "히로시게의 뛰어난 판화는 일본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문화를 영원히 간직하며, 감정의 깊이와 뛰어난 기술력을 완벽하게 조화시킨다"며 "그의 영향력은 여러 세대를 거쳐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
보존을 위해 전시 중간인 6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작품 교체 기간을 가졌던 점도 화제가 됐다. 빛에 민감한 색상을 보존하기 위해 유사한 작품으로 교체했으며, 이는 전시의 스토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앨런 메도우가 기증한 35점의 판화는 전시 종료 후에도 대영박물관에 영구 소장되어, 앞으로도 많은 관람객에게 히로시게의 예술 세계를 전할 예정이다.
우타가와 히로시게는 에도(현 도쿄) 출신으로 본명은 안도 도쿠타로다. 우타가와 도요히로에게 미술을 배웠으며, 섬세한 먹의 그라데이션(보카시) 기법으로 유명하다. 1858년에 에도를 휩쓴 콜레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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