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박지원 기자]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며 부동산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전국 1585만 가구의 평균 변동률은 9.16%로, 지난해 3.65%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상승세를 사실상 혼자 견인한 곳은 서울이다. 서울의 공시가격은 18.67% 급등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평균 상승률은 3.37%에 그쳤다. 수치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충격의 온도 차는 더욱 극명하다.
성동구 29%·강남구 26%… 한강벨트에 쏠린 불균형
서울 안에서도 공시가격 상승의 낙수는 고르게 흐르지 않았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의 평균 상승률은 24.7%에 달했으며, 성동·용산·마포·양천·동작·강동·광진 등 한강 인접 8개 자치구도 23.13%의 급등세를 기록했다. 구별로는 성동구가 29.04%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강남구 26.05%, 송파구 25.49%가 뒤를 이었다. 반면 도봉구는 2.07%, 금천구와 강북구는 2%대 상승에 머물렀다. 같은 서울이라도 지역에 따라 공시가격 충격의 크기가 열 배 이상 벌어진 셈이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공시가격 숫자로 공식화된 것이다.
보유세 최대 57%↑… 원베일리 고지서엔 1000만 원이 더 찍힌다
공시가격 급등의 후폭풍은 보유세 부담으로 직격된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의 경우 공시가격이 34억3600만 원에서 45억6900만 원으로 33% 뛰면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산한 보유세가 1829만 원에서 2855만 원으로 56.1% 증가할 전망이다. 1년 사이 보유세만 1000만 원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압구정동 신현대 9차 전용 111㎡의 보유세는 57.1% 올라 약 2919만 원에 달하고, 잠실 엘스 84㎡도 47.6% 급증한 859만 원이 예상된다. 종부세 부과 기준인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 주택 수는 전국적으로 작년 대비 53.3% 급증해 48만7362가구로 늘었으며, 이 중 85% 이상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한강벨트와 강남권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보유세가 40~50%대 이상 폭증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 '세금 카드' 꺼내 든다
공시가격 발표와 맞물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세제 개편 가능성을 잇달아 시사하며 시장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살지도 않는 집을 투기 목적으로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로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거주용과 비거주용 주택을 구분한 차등 과세 방침을 분명히 했다. 비거주 1주택자까지 과세 타깃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시장은 읽고 있다. 오는 5월 9일로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대해서도 "재연장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라며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관련 시행령 개편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전문가들은 세율 직접 인상보다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을 통한 '미세 조정형 증세'가 선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1주택자 기준 60%인 이 비율을 끌어올리기만 해도 국회 입법 없이 사실상 종부세 증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가 선제적으로 시행된 데 이어 세제 압박이 본격화될 경우,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받는 이중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8개 시도는 오히려 하락… '똘똘한 한 채'가 만든 불평등
이번 공시가격 파동의 이면에는 더 깊은 구조적 문제가 자리한다. 제주·광주·대전·대구·충남·강원·전남·인천 등 8개 시도의 공시가격은 올해 오히려 하락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똘똘한 한 채'를 향한 수요가 서울 핵심 지역으로만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간 결과다. 강남과 한강벨트의 자산 가치는 폭등하는 동안 지방과 서울 외곽은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이다. 보유세 부담 증가가 매물 출회로 이어져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 현금력을 갖춘 자산가들이 버티기에 들어가 공급 공백이 심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공시가 급등과 세제 개편 신호가 동시에 터진 이 시점,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단지 소유자들의 불안과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공정'의 이름으로 꺼내 든 칼날이 과연 집값 안정이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그 향배는 5월 이후 세제 개편의 구체적 윤곽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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