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장원영은 에이피알의 부스터프로 블랙의 광고모델이다. 장원영이 한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여름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2014년 창업자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에이피알(APR)이 10년 만에 국내 뷰티 업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올해 8월 6일, 에이피알은 15년간 업계 1위를 지켜온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을 제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에이피알은 1988년생 김병훈 대표가 2014년 10월 스물다섯 살의 나이로 창업한 회사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실직을 계기로 능력이 우선시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고, 이것이 창업의 원동력이 됐다.
화장품 온라인 광고 대행업을 하던 김 대표는 판매한 제품들이 제품력의 한계로 한두 달을 못 가고 판매가 꺾이는 현상을 발견했다. 에이피알 기업분석 제품 마케팅에 자신이 있으니 제품력을 갖춘 화장품만 있으면 승부를 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직접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2014년 스타트업 모임에서 만난 이주광 공동대표(2019년 사임)와 함께 화장품 브랜드 에이프릴스킨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6년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메디큐브를 론칭했고, 2017년에는 패션 브랜드 널디, 즉석 포토부스 브랜드 포토그레이 등을 선보이며 사명을 에이피알로 변경했다.
2021년 3월 홈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인 메디큐브 에이지알 사업을 시작하며 에이피알의 성장은 가속화됐다. 2022년 8월 출시한 부스터힐러와 2023년 10월 출시한 부스터프로는 2023년까지 누적 16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에이피알 성장의 비결은 SNS 바이럴 마케팅이었다. 2년 전 미국 모델 헤일리 비버가 SNS에서 에이피알의 미용기기를 사용하는 모습이 노출되며 주목받았고, 이후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방송인 겸 사업가인 카일리 제너 등 글로벌 셀럽들이 메디큐브 뷰티 디바이스 사용 영상을 틱톡에 올린 것이 북미 매출 급증의 기폭제가 됐다.
2023년 9월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에이피알은 같은 해 12월 예비심사를 통과하며 설립 10년 이내 스타트업이 코스피에 직상장하는 최초 사례를 만들었다. 2024년 2월 27일 에이피알은 코스피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948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2025년 2분기 에이피알은 매출 3277억원, 영업이익 84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1%, 202% 증가하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글로벌이코노믹 영업이익률은 25.8%에 달했으며,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737억원)이나 LG생활건강(538억원)과 비교해도 가장 높았다.
2025년 8월 6일, 에이피알은 종가 기준 시가총액 8조3507억원을 기록하며 아모레퍼시픽(7조6158억원)을 제치고 국내 뷰티 업체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 상장 1년 6개월 만에 시총이 약 4.3배 불어나며 가파르게 성장한 것이다.
에이피알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말 55%에서 올해 2분기 78%로 급증했다. 특히 미국 비중이 29%로 국내(22%)를 넘어섰는데,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의 서구권 매출 비중은 17.8%, LG생활건강의 북미 매출은 9% 수준에 그쳤다.
미국에서 아마존, 틱톡샵 등 온라인몰 중심의 직접 판매 전략으로 오프라인 고정비를 줄이고 유행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점이 주효했다. 최근 진행된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는 뷰티 전체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김병훈 대표에게는 30대 뷰티 재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가 보유한 에이피알 주식 가치는 2조5000억여 원에 달하며, 올해 초와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었다. 2024년 김 대표는 급여 20억원, 상여 10억원 등 총 3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젊은 부호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흔히 배경을 떠올리지만, 김 대표는 대기업 오너 2세도, 글로벌 명문 MBA 출신도 아니다. 화장품 광고대행사에서 출발한 20대 청년이 자신의 힘으로 10년 만에 억만장자가 된 것이다.
2025년 에이피알의 목표 매출은 1조원이다. 신재하 부사장은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연간 매출 1조3000억원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이피알은 미국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유럽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온·오프라인 채널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의료기기 디바이스 출시 계획을 밝히며 헬스케어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에이피알은 수십년째 지속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절대 2강 구도를 깼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창업자금 5000만원으로 시작해 10년 만에 시총 8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한 에이피알의 성공 스토리는 한국 스타트업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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