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수많은 상처가 빛을 받아 무지갯빛 모습을 드러냈네요. 빛이 없었다면 숨겨진 채 아무도 몰랐겠죠. 어떤 상처라도 생기면 빨리 아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죠. 무엇이라도 이유가 있어 깊은 상처가 생깁니다. 그렇다고 치유의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더욱 아파지죠.
미술의 표현 중 '스크래치'라는 기법이 있습니다. 캔버스에 여러 가지 색을 칠한 뒤 그 위에 검은색을 덧칠하고 칼이나 포크 등으로 긁어내는 방법이죠. 상처에 스크래치 기법을 사용하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까요? 모든 색을 합치면 검은색이 됩니다. 검은색을 벗겨내면 새로운 색이 나타나겠죠. 상처를 상처(스크래치)로 치유하는 거네요. 다시 태어나 찬란한 무지개로 변신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어둠 위에 그려진 빛의 서사
검은 캔버스 위수천 개의 선이 달린다.
긁히고, 찢기고, 새겨진빛의 상흔들.
누군가는 그것을 상처라 부르고, 누군가는 그것을 궤적이라 부른다.
표면을 긁어낸다.
검은색 아래 숨겨진 녹색의 희망, 주황의 열정, 파랑의 슬픔, 분홍의 애잔함이 비로소 숨을 쉰다.
상처는 벗겨냄이고 벗겨냄은 드러냄이며 드러냄은 치유의 시작.
빛이 없었다면 이 모든 색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
상처도, 치유도, 무지개도
하지만 빛이 스며들면 가장 깊은 흠집마저 프리즘이 된다.
소용돌이치는 시간의 흔적움직임의 잔상.
멈출 수 없었던 순간들이결국 하나의 은하를 이룬다.
모든 색을 합치면 검은색.
모든 상처를 겹치면 어둠.
하지만 그 어둠을 긁어내면 그 아래 무지개가 기다린다.
칼로 긁어낸 자리에서, 포크로 파낸 상처에서, 찬란한 색들이 쏟아진다.
치유는 덮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용기.
모든 선은 중심을 향해 흐르고,모든 색은 하나의 빛으로 수렴한다.
상처를 상처로 치유한다는 것, 그것은 역설이 아니라 필연.
긁어내야 보이는 것들,부서져야 빛나는 것들, 흩어져야 모이는 것들.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변신하는 것.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이름을 얻을 뿐.
스크래치의 흔적은 이제 빛의 통로가 되고,
어둠의 기억은 무지개의 뿌리가 된다.
검은 밤하늘에 수천 개의 빛줄기가 달리듯
우리의 상처 위로 새로운 색깔이 흐른다.
치유는 완성이 아니라 끝없는 스크래치, 끝없는 빛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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