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출국금지 상태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식 SNS에 게시했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틀 만에 삭제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학교 미학과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일 유홍준 관장과 방 의장이 나란히 서서 미소 짓고 있는 사진을 SNS에 게시했다.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립박물관문화재단, 하이브와 함께 한국 문화유산과 K컬처 확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촬영한 기념사진이었다.
그러나 방시혁이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당국에 의해 고발돼 출국금지 상태에 놓여 있는 만큼 국가 기관이 그의 사진을 공식 채널에 노출한 것이 적절했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K팝 칼럼니스트 최이삭은 자신의 엑스(구 트위터)에 "누구는 초코파이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는데, 누구는 천문학적인 금액 사기 혐의로 출국금지까지 당하고도 국가의 가장 높은 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영예로운 곳에서 귀빈 대접받으며 차관급 기관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진을 찍는다"고 비판했다.
방시혁 의장은 2019년 하이브 상장을 앞둔 시점에서 기존 투자자들에게 "IPO 계획이 없다"는 취지로 알린 뒤, 자신과 연관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에 지분을 넘기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방 의장이 해당 구조를 통해 약 1900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8월 11일 미국 출장에서 귀국한 직후 방 의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방시혁 의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총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달 15일과 22일 각각 14시간, 12시간의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유홍준(1949년생)은 대한민국의 미술사학자이자 교수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현재 20권)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미술평론으로 등단했으며, 1985년 민족미술협의회를 결성하고 제1회 광주 비엔날레 커미셔너를 지냈다.
올해 7월 20일 제17대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임명됐다. 국립중앙박물관장 자리는 그가 오랫동안 염원했던 위치다. 2003년 국립중앙박물관장 내정설이 떠돌자 학계에서는 "유홍준의 학문적 업적이 다른 학자들에 비해 대단할 게 없다"며 거센 비판이 일었고, 결국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 관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유홍준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제3대 문화재청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재임 기간 동안 여러 논란에 휘말렸다.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재임하면서 취사가 금지된 창경궁과 경복궁을 국빈 및 일반 단체의 식사와 행사 장소로 대여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창경궁 만찬 시 취사 허가 문제와 함께 밝은 광원 등의 화재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고 화재 대비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비판받았다.
이에 대해 유홍준은 무릎팍도사 출연을 통해 "고궁에서 대접하는 것은 국빈대우"라며 "국익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2월 11일 숭례문 방화 사건 발생 당시 유홍준은 프랑스와 네덜란드로 출장 중이었으며 숭례문 소실을 보고받고 귀국했다. 숭례문 소실에 대한 문화재청의 책임 논란과 함께 문화재청장의 출장이 대한항공의 일부 경비 지원을 받은 부부 동반의 외유성 출장이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유홍준은 숭례문 소실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지만 대통령 노무현은 사후 수습을 이유로 보류했다가 수리했다. 유홍준은 2003년 좌절됐던 국립중앙박물관장 자리에 22년 만인 2025년 최종 임명됐다. 하지만 취임 3개월도 되지 않아 방시혁 의장과의 사진 게시 논란으로 비판에 직면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손잡고 K-컬처의 세계적 확산에 나선다며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약 자체는 문화 확산을 위한 정당한 사업이지만, 1900억 원 부당이득 혐의로 수사받는 인물과의 협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은 국가 기관으로서 판단 착오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단순한 행정가가 아니라 대한민국 문화유산의 상징적 수호자"라며 "협업 파트너 선정에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사진 삭제 이유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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