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고요비 기자] 부산 강서구에 있는 레오앤갤러리가 산업과 생태의 경계에서 '초록'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초대기획전 'Industrial Green, 작동하는 초록'을 오는 7월 1일까지 선보인다. 지난 5월 12일 개막한 이번 전시에는 25명의 작가가 참여해 우리 시대의 풍경을 다층적인 시각 언어로 해석한다.
색채 시리즈의 두 번째 챕터…'초록'이 품은 양면성
이번 전시는 레오앤갤러리가 이어가고 있는 컬러 시리즈의 두 번째 프로젝트다. 공포와 위기, 과잉의 정서를 붉은색에 투영했던 2025년의 'RED PHObia 레드포비아'에 이어, 이번에는 '초록'이라는 색채가 오늘날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기능하는지를 집중 탐구한다. 희망과 자연, 회복의 상징으로 통용되어온 초록이 실제 도시와 산업의 맥락 속에서 어떠한 구조로 작동하는지를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것이 핵심 문제의식이다.
산업단지와 철새도래지가 공존하는 강서구…전시의 출발점
전시의 배경이 된 부산 강서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다. 대규모 산업단지와 공장지대가 밀집한 부산 경제의 중추이자,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와 광활한 삼각주 지형을 품은 생태적 요충지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가진 지역이다. 산업과 생태가 공존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충돌하는 이곳의 풍경은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기획자 서유정은 "우리는 초록을 보면 자연과 회복을 떠올리지만, 오늘날 도시와 산업 환경 속의 초록은 대부분 계획되고 관리되는 풍경"이라며 "이번 전시는 초록을 자연의 상징이 아니라 산업·노동·환경 정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구조로 바라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완충 녹지, 방음림, 항만 조경…기능화된 자연의 현실
전시가 주목하는 것은 산업 현장 곳곳에 배치된 녹지의 본질이다. 공장지대 사이를 가르는 완충 녹지, 소음을 흡수하는 방음림, 하천 제방을 따라 조성된 식재, 항만을 둘러싼 조경은 얼핏 자연으로 보이지만 그 실체는 산업 시스템을 유지하고 지탱하기 위한 기능적 장치에 가깝다. 소음과 오염을 차단하고 시각적 경계를 형성하는 이 녹지들이야말로 오늘날 '초록'이 처한 현실적 조건을 가장 명징하게 드러낸다고 기획자는 진단한다.
25인의 작가, 관리되는 풍경의 구조를 직시하다
전시에 참여한 25명의 작가들은 자연을 이상화하거나 재현하는 방식 대신, 산업과 생태가 중첩된 환경 안에서 끊임없이 유지되고 관리되는 '초록'의 상태에 천착한다. 성장과 회복이라는 친숙한 서사에 기대지 않고,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풍경의 이면과 구조를 각자의 시각 언어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자연 예찬과 거리를 둔다.
서유정 기획자는 "이번 전시에서 초록은 자라나는 색이라기보다 사라지지 않기 위해 유지되는 상태에 가깝다"면서 "산업과 생태, 개발과 보존이 중첩된 풍경 속에서 우리는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다시 질문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Industrial Green, 작동하는 초록'은 산업·노동·생태가 교차하는 동시대의 풍경을 통해 익숙한 색채의 의미를 새롭게 환기시키며, 오늘날 자연과 환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이끈다.
참여 작가는 강금주, 강민경, 고석원, 곽태임, 김재남, 김정희, 김희진, 문현경, 박동채, 박인숙, 박정선, 백유미, 서승연, 서유정, 시문, 예경희, 오서현, 이원숙, 이희주, 정철교, 조민지, 차동수, 허유경, 허태명, 홍익종이다. 전시는 부산시 강서구 체육공원로 6번길 레오앤갤러리 5층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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