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대표작 '다나에'(1908)는 그리스 신화의 소재를 20세기 초 상징주의로 표현한 걸작이다. 77×83cm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캔버스에 그려진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 속 금기된 사랑을 강렬한 에로티시즘으로 표현했다.
그림 속 주인공 다나에는 아르고스 왕국의 공주였다. 아크리시오스 왕은 "딸의 아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 다나에를 궁전 최상층 청동탑에 가뒀다. 하지만 절세미인에게 반한 제우스는 '황금비'로 변신해 밀실에 침투했다.
클림트는 웅크린 채 누워있는 나체의 다나에를 화면 중앙에 배치했다. 살짝 젖혀진 고개, 반쯤 벌어진 입술, 감긴 눈, 상기된 볼과 젖꼭지가 절정의 순간을 암시한다. 왼편의 황금빛 동심원들로 표현된 빗줄기는 제우스가 변신한 정액을 상징하며 다나에의 몸을 향해 쏟아지고 있다. 이 결합에서 훗날 그리스 최고의 영웅 페르세우스가 탄생했다.
귀금속 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난 클림트는 작품에서 화려한 황금색과 기하학적 문양을 즐겨 사용했다. '다나에'에서도 동심원과 격자무늬 등 장식적 요소가 두드러지며, 이는 아르누보 양식의 전형을 보여준다.
클림트는 통상적인 직사각형 대신 정사각형에 가까운 프레임을 선택해 빠져나올 수 없는 밀실의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부드러운 실크 베일과 황금빛 문양의 대비는 육체의 관능미를 더욱 부각시킨다.
클림트는 생전 '빈 분리파' 등 예술운동에 적극 참여했으나 화가로서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그의 신비로운 화풍이 재평가받으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다나에' 외에도 '더 키스', '베토벤 프리즈'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은 2006년 1억3500만 달러(약 1500억원)에 거래되며 화제를 모았고, 2015년 라이언 레이놀즈와 헬렌 미렌 주연의 영화 '우먼 인 골드'로 제작되기도 했다.
클림트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으나 사후 14명의 여성으로부터 친자확인 소송을 받을 정도로 화려한 여성편력을 보였다.
예술사학자들은 "클림트의 '다나에'는 신화적 주제를 20세기 초 감각으로 재해석한 걸작"이라며 "황금빛 에로티시즘과 장식적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아르누보 운동의 정점"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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