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무대 뒤편을 채운 날카로운 스크래치 형태의 로고 그래픽 아래로 모델들이 걸어 나왔다. 므아므(MMAM)의 무대는 화려한 장식이나 요란한 색채 대신 화이트, 베이지, 카키, 브라운, 블랙이 만드는 절제된 톤과 몸 위에서 매듭짓고 비틀리고 갈라지는 선으로 채워졌다. 옷이라기보다 하나의 드로잉이 입체가 되어 걸어 나온 듯한 인상을 남겼다.
절제된 팔레트 위의 자유로운 선
이번 컬렉션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색이 아니라 선이다. 화이트 스트랩리스 드레스는 가슴 위에서 천이 한 번 꼬여 매듭지어지고, 그 자락이 스커트 아래까지 불규칙하게 흘러내린다. 블루 셔츠는 몸통 앞에서 리본처럼 묶여 있고, 브라운 스트라이프 원피스는 어깨에서 허리까지 사선으로 감기며 대칭을 거부한다. 반듯한 클래식 실루엣 위에 즉흥적인 선 하나가 침범해 들어오는 방식이 룩마다 조금씩 다르게 반복된다.
성별과 격식을 지우는 태도
또 하나 눈에 띄는 흐름은 성별과 격식의 경계를 지우는 스타일링이다. 그레이 후디가 여성 룩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등장하고, 그 위에 걸쳐진 셔츠는 캐주얼과 테일러링의 경계를 흐린다. 격식 있는 소재를 캐주얼한 실루엣에 담거나 그 반대의 조합을 시도하는 방식은, 옷의 용도보다 태도를 우선하는 브랜드의 시선을 드러낸다. 화이트와 베이지로 시작한 컬렉션이 점차 무게감 있는 블랙으로 이동하는 구성은, 가벼운 낙서가 점차 완결된 조형으로 응집되어 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박현의 언어, 옷은 캔버스다
이런 런웨이의 태도는 디자이너 박현이 므아므를 통해 오랫동안 다듬어온 관점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그는 클래식한 실루엣을 하나의 캔버스로, 그 위에 얹히는 즉흥적인 선과 접힘을 드로잉으로 다뤄왔다. 천을 재단해 봉합하는 대신 묶고 접어 형태를 만드는 이번 시즌의 매듭 문법은, 옷을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계속 다시 그려질 수 있는 스케치처럼 다루려는 태도의 연장선에 있다.
예술과 상업 사이의 균형
므아므의 작업이 흥미로운 것은 이 실험적 조형 언어가 동시에 뚜렷한 상업적 확장성을 갖췄다는 점이다. 매듭과 비대칭 절개, 색면 분할 같은 디테일은 각각 독립적으로도 완성도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고, 젠더리스한 스타일링은 브랜드가 폭넓은 소비자층을 향해 열려 있음을 보여준다.
예술적 오브제로서의 옷이라는 지향과, 실제로 입고 팔릴 수 있는 옷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므아므는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낙서 한 줄에서 시작해 몸 위의 입체적 조형으로 확장된 이번 무대는, 므아므가 예술과 시장의 언어를 함께 번역해가는 다음 걸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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