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라틴 아메리카 피아노 음악의 핵심 인물 이그나시오 세르반테스(Ignacio Cervantes, 1847-1905)의 작품을 담은 피아노 음반은 전통적인 유럽 음악과 다른 리듬감과 서정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낙소스(Naxos) 레이블에서 발매한 이 앨범은 피아니스트 알바로 센도야의 연주로 세르반테스의 피아노 작품 38곡을 수록했다. '단사스 쿠바나스(Danzas Cubanas, 쿠바의 춤)'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음반은 총 연주시간 66분 24초 분량으로, 2010년 8월 스페인 지로나의 에스투디오 라우디토리움에서 녹음됐다.
19세기 쿠바의 문화적·국가적 정체성이 강화되면서 단사(danza)와 콘트라단사(contradanza)는 섬나라 쿠바의 댄스홀과 콘서트홀을 장악하며 사회 각 계층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세르반테스의 작품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했다.
그의 음악은 미국의 흑인 작곡가 스콧 조플린의 래그타임과 유사한 스윙과 활력을 보여주면서도, 쇼팽의 낭만주의 미학에 쿠바 특유의 유머와 색채를 결합한 독창성을 지닌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다양한 정서를 담고 있다. 애틋한 '아디오스 아 쿠바(Adios a Cuba, 쿠바여 안녕)'부터 유쾌한 '라 카르카하다(La carcajada, 웃음)', 낭만적인 '테 키에로 탄토(Te quiero tanto, 당신을 너무 사랑해)', 철학적인 '¿포르 케, 에?(¿Por que, eh?, 왜 그런가?)' 까지 제목만으로도 작품의 감성이 전달된다.
'로스 트레스 골페스(Los tres golpes, 세 번의 타격)', '라 셀로사(La celosa, 질투하는 여인)', '두차스 프리아스(Duchas frias, 찬물 샤워)' 등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곡들도 눈길을 끈다. 특히 '일루지오네 페르디다스(Ilusiones perdidas, 잃어버린 꿈)은 꿈결 같은 서정성과 리듬감으로 청자들을 매료시킨다.
음악 평론가들은 세르반테스를 '쿠바의 쇼팽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의 작품이 유럽 낭만주의의 우아함과 카리브해 리듬의 생동감을 절묘하게 융합했기 때문이다.
한편 스콧 조플린의 래그타임과 시대를 공유하며 유사한 음악적 특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르반테스는 19세기 말 대서양 양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민족주의 음악 운동의 중요한 증인이기도 하다.
이번 음반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라틴 아메리카 피아노 레퍼토리를 조명하며, 쿠바 음악사의 중요한 유산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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