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전도연이 영화 '가능한 사랑'에서 맡은 '미옥'은 해고 노동자 호석의 아내이자, 스스로도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총파업이 가족에게 남긴 후유증 속에서도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인물이다.
시한폭탄을 안고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여자
25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전도연은 이 인물을 두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이렇게 평온한 생활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며 "그런데 어떤 사건이 이 가족에게 일어났고, 남편인 호석의 가슴 안에 있는 화가 언제 터질지 몰라 늘 노심초사하며 시한폭탄 하나를 가슴에 품고 사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여려 보이지만 강인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감독님이었기에" 시작된 선택
전도연에게 출연을 결심하게 한 첫 번째 이유는 다름 아닌 이창동 감독이었다. 그는 "가장 매력적이었던 건 이창동 감독님이었다"며 "감독님이 제안을 하셨을 때 시나리오를 빨리 달라고 했다. 혹시라도 안 하게 될까 봐 다음 날부터 계속 재촉했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시나리오를 읽은 뒤에는 확신이 더 깊어졌다. 그는 "책을 덮고 났을 때 그 여운이 너무 강렬해서 '아, 역시 이창동 감독님이시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덮었을 때 남는 여운이 굉장히 깊었고, 느낀 감정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다가왔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캐릭터를 위한 준비 과정에 대해서는 남다른 접근을 전했다. 그는 "이창동 감독님 작품을 할 때는 어떤 준비라기보다 내가 얼마큼 마음을 열어놓고 있느냐가 가장 큰 준비인 것 같다"며 "내가 준비한다고 해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진짜가 아니고 만들어낸 인물이면 감독님이 오케이 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사랑을 할 때는 최대한 마음과 생각을 열어놓고 있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전했다.
20년 만의 재회, 그리고 세 번째 부부
전도연에게 '가능한 사랑'은 두 개의 재회이기도 하다. 하나는 설경구와의 재회다. 두 사람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연인으로, 이후 ‘생일’을 거쳐 이번 작품에서 극 중 세 번째 부부, 통산 네 번째 만남을 이룬다. 전도연은 "이미 너무 오랜 시간 함께했고 오랜 시간 봐왔기 때문에, 호석과 미옥으로서 인물로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다"며 "그래서 더 진짜 부부 같은 케미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이창동 감독과의 재회다. 전도연은 이창동 감독과 함께한 ‘밀양’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로부터 20년 만에 다시 만난 감독에 대해 그는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났는데 감독님을 뵀을 때 그렇게 시간이 지난 걸 잘 모르겠더라"며 "그냥 엊그제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세계가 다시 확인한 이름
'가능한 사랑'이 제8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을 비롯한 세계 유수 영화제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소식에 전도연은 "처음 얘기 들었을 때 많이 놀랐다"며 "이 영화가 해외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이 있을지 떨리고 궁금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 ‘접속’, ‘밀양’, ‘하녀’, ‘무뢰한’, ‘길복순’, ‘자백의 대가’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필모그래피로 국내외 평단의 찬사를 받아온 그가 '가능한 사랑'을 통해 또 하나의 얼굴을 더한다. ‘가능한 사랑’는 오는 9월 23일 극장에서 개봉하며,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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