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 20세기 영국 음악의 보석, 아놀드 교향곡 전집의 재발견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0-25 23:57:18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낙소스(Naxos) 레이블이 발매한 말콤 아놀드 경(Sir Malcolm Arnold, 1921-2006)의 교향곡 전집이 20세기 영국 관현악 음악의 중요한 이정표로 재조명받고 있다. 작곡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6장의 디스크 세트는 오랫동안 벤치마크 레코딩으로 인정받아온 역사적 녹음이다.
이 전집의 가장 큰 의의는 작곡가 본인이 녹음 세션에 직접 참석했다는 점이다. 지휘자 앤드류 페니(Andrew Penny)가 이끄는 연주는 작곡가의 직접적인 승인을 받은 '공인된' 해석으로, 아놀드 음악의 진정한 의도를 담아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1921년 출생한 말콤 아놀드 경은 영국이 낳은 가장 유능하고 다재다능한 작곡가 중 한 명이다. 뛰어난 선율 작곡가이자 탁월한 관현악법의 대가였던 그는 유창하고 풍부한 질감의 음악으로 세계적 인정을 받았다.
앨범 해설에 따르면 "아놀드의 음악은 투명한 질감, 풍부한 선율, 명확한 작곡 기법으로 유명하지만, 표면 아래에는 복잡한 음악적 개성과 극적 긴장이 숨어있다"고 평가된다.
특히 경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춤곡(Dances)'과 달리, 9개의 교향곡은 작곡가의 어두운 내면을 탐구한다.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로 고통받았던 그의 '지옥을 통과하는 개인적 여정'이 교향곡에 담겨있어, 반복 청취를 통해 계속해서 매력과 자극을 주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전집은 발매 이후 음악 비평계로부터 잇따라 호평을 받았다. 세계최고의 클래식 잡지인 그라모폰(Gramophone)은 "교향곡 5번과 6번에는 열정적인 드라마, 어둠과 빛, 진지함과 우스꽝스러움이 한 데 어우러져 흥미진진하고 음악적 양분을 만들어낸다"고 극찬했다.
BBC 뮤직 매거진은 "앤드류 페니와 아일랜드 오케스트라는 그들의 정점에 있다"며 교향곡 3번과 4번 연주를 특히 높이 평가했다. 펭귄 가이드는 함께 수록한 춤곡 연주에 대해 "연주자들이 작곡가의 상상력을 담아냈다"고 평했다.
아일랜드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National Symphony Orchestra of Ireland)와 퀸즐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Queensland Symphony Orchestra)는 앤드류 페니의 지휘 아래 아놀드 특유의 선명한 색채와 극적 대비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페니의 해석은 작품의 명확한 구조를 드러내면서도 감정적 깊이를 놓치지 않는 균형 잡힌 접근으로 호평받았다. 특히 작곡가가 직접 참석한 녹음이라는 점에서 이 연주는 후대 음악가들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고 있다.
아놀드는 브리튼, 월튼과 함께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꼽힌다. 그러나 대중적 인지도에 비해 그의 교향곡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었다. 이 전집은 아놀드의 진지한 관현악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음악 평론가 키스 앤더슨은의 표현처럼 "음악은 언어 장벽을 알지 못하며, 그의 재미 감각은 번역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놀드 음악의 보편적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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