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500년 세월을 넘어 현대인을 사로잡는 초현실의 걸작…히에로니무스 보스 '세속적 쾌락의 정원'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1-17 23:53:54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1490년에서 1510년 사이 제작된 '세속적 쾌락의 정원(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은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1450-1516경)가 40세에서 60세 사이에 그린 참나무 패널 위 유화 3폭 제단화다. 작품의 원래 제목은 알려지지 않았다. '세속적 쾌락의 정원'이라는 제목은 근대에 붙여진 것이다.
세 패널로 구성된 이 작품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시간 순서대로 에덴동산, 지상의 쾌락의 정원, 지옥을 묘사한다. 접을 수 있는 3폭 제단화로, 외부 패널을 닫으면 창조의 셋째 날을 그린 회색조 그림이 나타난다.
좌측 패널은 신이 아담에게 이브를 소개하는 에덴동산을 묘사하고 있다. 중앙 패널은 가장 크며, 대부분 나체인 젊은 인물들이 온갖 종류의 쾌락적 활동에 몰두하는 정원을 보여준다.
작품은 총 길이가 거의 4미터에 달하며, 어지러울 정도로 세밀한 초현실적인 작품으로, 그 의미에 대해 수세기 동안 학자들이 논쟁을 벌여왔다.
중앙 패널에는 거대한 딸기를 함께 먹는 나체 인물들, 생식기 형태를 닮은 궁전에서 황홀하게 흔들리는 이들, 거품 속에서 애무하는 연인들이 가득하다. 중세 상징주의에서 성적 암시를 가리키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으며, 정원이라는 배경 자체가 보스 동시대인들에게는 욕망을 의미했다.
우측 패널은 지옥을 묘사한 것으로,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는 새 머리를 한 키메라가 인물들을 삼킨 뒤 끝없는 구덩이로 배설하는 장면이다.
보스의 종교적 신념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작품에 대한 해석은 일반적으로 이것이 유혹의 위험에 대한 경고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은 엇갈린다. 20세기 미술사학자들은 3폭 제단화의 중앙 패널이 도덕적 경고인지 아니면 잃어버린 낙원의 파노라마인지에 대해 의견이 나뉜다.
1947년 빌헬름 프랭거는 중앙 패널이 인류가 타락 이전 아담과 이브가 누렸던 순수함을 다시 경험하는 기쁨의 세계를 묘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스가 육체 속에서도 죄로부터 자유로운 영성을 추구하던 급진적 종파의 일원이었으며, 이 작품은 교단의 대사제가 의뢰했다고 주장했다.
1517년 이탈리아 연대기 작가 안토니오 데 베아티스가 브뤼셀의 나사우 백작 궁전에서 이 작품을 본 것이 최초의 기록으로, 당시에도 이미 상류층 컬렉션의 일부였다.
보스의 전기적 세부 사항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보스는 1450년경 현재 네덜란드의 헤르토헨보스에서 예술가 집안에 태어났다.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 형제들이 모두 화가였으며, 보스는 가족이 운영하는 공방에서 교육받았다.
보스의 현존하는 작품은 모두 종교적 주제이며 성서적 교훈으로 가득하지만, 그는 또한 이전에는 들어본 적 없는 기발한 기이함을 보여줬다.
20세기 들어 보스는 초현실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초현실주의의 비조이자 대가인 살바도르 달리는 보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달리는 '세속적 쾌락의 정원'의 작은 디테일을 '위대한 자위행위자'(1929)와 '기억의 지속'(1931) 같은 작품에 차용했다.
현재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된 이 작품은 엄청난 관객이 몰리는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5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보스가 그린 환상과 악몽, 쾌락과 고통의 세계는 여전히 현대 관객들을 매료시키며 끝없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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