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음유시인' 밥 딜런, 1568페이지 가사집 '시가 된 노래들'...노벨문학상 안긴 문학적 유산 집대성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2-25 22:40:01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2016년 노벨문학상 사상 최초로 대중음악가에게 수여되며 문학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밥 딜런. 그에게 영광을 안겨준 노랫말 387곡을 집대성한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1961-2012)'은 1568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반세기에 걸친 그의 문학적 여정을 온전히 담아냈다.
스웨덴 한림원은 밥 딜런 선정 이유로 "위대한 미국 음악 전통 속에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밝혔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밥 딜런은 귀를 위한 시를 쓴다. 밀턴과 블레이크에서 이어지는 영어권 전통 속에서 위대한 시인"이라며 "2500년 전 호메로스와 사포의 시를 우리가 지금까지 읽고 즐긴다면 밥 딜런 또한 읽을 수 있고 읽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1941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태어나 1962년 데뷔한 밥 딜런은 60여년간 활동하며 대중문화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평면적 해석을 거부하고 끊임없는 언어실험을 통해 독자적 문법을 창조해낸 그의 노랫말은 1901년 노벨문학상 제정 이후 115년 만에 대중음악가로서는 최초로 문학상 수상자가 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밥 딜런의 가사는 사회 부조리와 기득권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1960년대 만들어진 'Blowin' in the Wind'와 'The Times They Are a-Changin'' 등은 그를 '세대의 목소리'로 만들었으며 민권운동과 반전운동의 앤섬이 되었다. 전쟁과 평화, 자유에 대한 수사적 질문을 던진 이 노래들은 1960~70년대 젊은이들의 마음을 뒤흔들며 사회참여와 저항정신을 일깨웠다.
그의 가사는 정치, 사회, 철학, 문학의 광범위한 영향을 받으며 인간의 사회적 조건, 종교, 사랑 같은 주제들을 다뤘다. 타협 없이 예리한 언어로 전해지는 그의 노래는 힘없고 소외된 이들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전하며 시대와 호흡하는 동시에 시대를 예언하는 시인의 면모를 보여왔다.
밥 딜런은 1억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1965년 6분가량의 싱글 'Like a Rolling Stone'으로 대중음악의 범위를 넓혔으며, 1988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999년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렸고, 2008년에는 퓰리처상 특별표창을 받았다. 2012년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받았다.
한국에서도 그의 영향력은 지대했다. 1970년대 한대수, 김민기, 양희은 등 한국 포크 가수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며, 김광석은 그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를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로 번안해 불렀다. 한국 학생운동에도 영향을 준 그의 저항적 노랫말은 197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1961-2012)'은 데뷔 앨범 'Bob Dylan'(1962)부터 'Tempest'(2012)까지 31개 정규 앨범의 전곡과 정규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던 작사곡 99곡을 포함해 총 387곡을 수록했다. 그의 예술적 정점으로 평가받는 3부작 'Bring It All Back Home'(1965), 'Highway 61 Revisited'(1965), 'Blonde on Blonde'(1966)를 비롯한 명작들이 원문 가사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쇄신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하며 포크, 로큰롤, 블루스, 컨트리, 가스펠 등 무수한 장르를 넘나든 그의 노랫말은 단순한 가사를 넘어 서정시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지속적으로 서적으로 출판되어 왔다. 이 책은 음악을 통해 문학성을 실현해낸 밥 딜런의 반세기 예술세계를 총망라한 결정판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가능케 한 문학적 유산의 집대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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