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 텔레만 후기 걸작 '마가 수난곡(Markus Passion)', 헤르만 막스의 정통 해석으로 재조명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2-25 20:17:18

바로크 거장의 성숙미 담긴 1759년 작품, 현대적 녹음으로 되살아나 게오르그 필립 텔레만의 마가 수난곡. 사진 | CPO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독일 바로크 음악의 거장 게오르그 필립 텔레만이 78세의 나이에 완성한 '마가 수난곡(Markus Passion)'(1759)은 텔레만 작품 중에서도 비교적 덜 알려진 후기 걸작을 본격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에서 음악사적 가치가 크다.

텔레만은 생애 동안 46곡이 넘는 수난곡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부분이 소실되거나 단편만 남아 있다. 1759년 작 마가 수난곡은 완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몇 안 되는 후기 수난곡으로, 작곡가 생애 말년의 성숙한 음악 언어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마가 복음서의 수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되, 당시 유행하던 감정주의(Empfindsamkeit) 양식을 수용해 서정적이면서도 극적인 표현을 구사한다.

텔레만의 수난곡은 바흐의 작품들과 달리 보다 명료한 선율과 간결한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복잡한 대위법보다는 듣는 이의 감정에 직접 호소하는 선율미를 강조했으며, 이는 18세기 중반 음악 미학의 변화를 반영한다. 이러한 특징은 후대 고전주의 음악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헤르만 막스는 이 작품을 역사적 연주 관행에 충실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해석으로 풀어냈다. 라인 칸토라이(Rheinische Kantorei)와 다스 클라이네 콘체르트(Das Kleine Konzert)를 이끌며 바로크 음악 본연의 투명하고 경쾌한 음색을 구현했다. 막스는 과도한 낭만적 해석을 배제하고 텔레만 특유의 명료함과 균형미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솔리스트진도 수준급이다. 소프라노 베로니카 빈터는 맑고 순수한 음색으로 복음사가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으며, 알토 안네 비어비르트는 깊이 있는 표현력을 보여줬다. 테너 게오르크 포플루츠는 서정적인 아리아에서 섬세한 감성을 드러냈고, 베이스 마르쿠스 플라이크와 에케하르트 아벨레는 안정적인 중저음으로 작품에 무게감을 더했다. 합창단과 기악 앙상블 역시 정확한 피치와 균형 잡힌 앙상블로 작품의 품격을 높였다.

2018년 9월 독일 크네히트슈테덴 수도원 성당에서 진행된 녹음은 탁월한 음향 품질을 자랑한다. WDR(서독일방송) 제작으로 이뤄진 이번 녹음은 성당의 풍부한 잔향을 살리면서도 각 파트의 선명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바로크 시대 악기의 섬세한 음색과 성악의 다이내믹이 생생하게 포착됐으며, 전체적으로 따뜻하면서도 명료한 사운드를 구현했다.

이 음반은 텔레만 수난곡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일반 감상자들에게도 바로크 후기 종교음악의 아름다움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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