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 '세대를 대표하는 비올리스트' 마수렌코, 브람스부터 힌데미트까지 완벽한 해석!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1-23 16:41:00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이 음반은 코비엘로 클래식 레이블이 낭만주의와 현대의 주요 비올라 레퍼토리을 담은 음반이다. 러시아 출신 비올리스트 타티아나 마수렌코와 피아니스트 니나 코간이 협연한 이 앨범은 브람스, 에네스쿠, 브리튼, 미요, 힌데미트의 걸작들을 한데 모았다.
타티아나 마수렌코는 독일 언론으로부터 "세대를 대표하는 비올리스트 중 한 명"(쥐트도이체 차이퉁), "기술적으로나 음악적으로 뛰어남"(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현존하는 가장 창의적인 비올라 연주자"(노부코 이마이)라는 극찬을 받아온 연주자다.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수학한 마수렌코는 비올라가 단순히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를 메우는 악기가 아니라 독자적인 음색과 표현력을 지닌 독주 악기임을 증명해왔다. 그녀의 연주는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중음역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내며, 각 작곡가의 개성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특히 20세기 비올라 레퍼토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낭만주의에서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하면서도 각 시대와 작곡가의 언어를 정확히 구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 음반에서 마수렌코와 호흡을 맞춘 니나 코간은 실내악 분야에서 인정받는 피아니스트다. 코간은 단순히 반주자의 역할을 넘어 비올라와 대등한 대화를 나누며 작품의 구조를 완성한다. 특히 브람스 소나타에서 보여주는 풍부한 화성 색채와 미요의 '네 개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리듬감은 그녀의 음악적 역량을 입증한다.
음반은 요하네스 브람스의 비올라 소나타 2번으로 시작한다. 원래 클라리넷을 위해 쓰였다가 작곡가 자신이 비올라 버전으로 편곡한 이 작품은 브람스 말년의 원숙미가 깃든 걸작이다. 마수렌코는 비올라의 어둡고 풍부한 음색으로 곡의 내면적 깊이를 표현한다.
루마니아 출신 작곡가 조르쥬 에네스쿠의 콘체르트슈튀크는 동유럽 민속음악의 색채와 프랑스 인상주의 화성이 결합된 독특한 작품이다. 마수렌코는 이 곡의 이국적 정취와 즉흥적 성격을 자연스럽게 구현한다.
벤자민 브리튼의 '라크리메'는 르네상스 작곡가 다울랜드의 노래를 주제로 한 변주곡이다. 원곡의 애절한 정서를 현대적 음악 언어로 재해석한 이 작품에서 마수렌코는 섬세한 뉘앙스 조절과 깊은 서정성을 선보인다.
프랑스 6인조의 일원인 다리우스 미요의 '네 개의 얼굴'은 미국 각 지역 여성들의 성격을 묘사한 경쾌한 소품집이다. 캘리포니아 여성, 위스콘신 여성, 브뤼셀 여성, 파리 여성으로 이어지는 네 곡은 각각 다른 분위기를 담고 있으며, 마수렌코는 이를 생동감 넘치게 표현한다.
음반의 백미는 파울 힌데미트 무반주 비올라 소나타 1번이다. 비올라의 기교와 음악적 가능성을 극한까지 탐구한 이 작품은 20세기 비올라 레퍼토리의 정점으로 꼽힌다. 힌데미트 자신이 뛰어난 비올리스트였기에 악기의 특성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작곡한 곡이다. 마수렌코는 이 난곡을 기술적 완성도와 음악적 깊이를 동시에 갖춘 연주로 소화해낸다.
이 음반의 역사적 가치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비올라 레퍼토리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브람스의 낭만적 서정성, 에네스쿠의 민족주의적 색채, 브리튼의 신고전주의적 접근, 미요의 신즉물주의, 힌데미트의 표현주의가 한 장의 음반에 응축되어 있다.
비올라는 오랫동안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에서 조연 역할에 머물렀지만, 20세기 들어 독주 악기로서의 지위를 확립했다. 이 음반은 그러한 비올라 음악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모아 악기의 진가를 입증한다.
마수렌코의 연주는 단순히 기교를 뽐내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작곡가의 음악적 의도를 명료하게 전달한다. 비올라 특유의 깊고 따뜻한 음색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작품에 따라 다채로운 표현을 구사하는 그녀의 능력은 이 음반을 비올라 애호가들의 필청 레코딩으로 만든다.
코비엘로 클래식의 24비트 디지털 녹음은 비올라의 섬세한 음색 변화까지 생생하게 담아내 음반의 가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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