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피에르 보나르의 빛의 시학 '베르농 근처 센강 가의 집', 센강변 풍경에 담긴 20세기 모더니즘의 전환점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1-07 14:07:35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에서 피에르 보나르(Pierre Bonnard, 1867-1947)의 주요작 중의 하나인 '베르농 근처 센강 가의 집(House on the Seine near Vernon, 1916)'이 국내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다.
나비파에서 시작된 색채 혁명
보나르는 19세기 말 프랑스 미술계를 풍미한 나비파(Les Nabis) 운동의 핵심 인물로, 인상주의의 빛 표현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색채 언어를 구축한 화가다. 그는 평면적 구성과 장식적 요소를 강조한 나비파의 영향 아래 출발했지만, 점차 색채와 빛의 상호작용에 천착하며 20세기 모더니즘 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미술사학자들은 보나르를 '색채의 마술사'로 평가하며, 마티스와 함께 20세기 초 색채주의 회화의 양대 산맥으로 꼽는다.
1916년 센강변에 담긴 순간의 찬란함
이번에 공개된 작품은 보나르가 프랑스 베르농 인근 센강변 풍경을 그린 것으로, 1916년 제작되어 현재 로버트 레먼 컬렉션(Robert Lehman Collection)에 소장되어 있다. 캔버스에는 가을빛 물든 나무들과 수면에 반사된 빛, 그리고 강변에서 일상을 보내는 인물들이 화려한 색채의 향연 속에 포착되어 있다. 작품 속 청록색, 황금빛, 자주색이 어우러진 색면들은 사실적 재현을 넘어 빛 자체가 만들어내는 감각적 경험을 전달한다.
빛과 색채로 구현한 시간의 층위
보나르의 화법은 인상주의의 직접적인 관찰과 달리, 기억과 감각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는 자연을 직접 관찰한 후 작업실에서 기억에 의존해 그림을 그렸으며, 이 과정에서 색채는 단순한 묘사의 도구가 아니라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주요 언어가 되었다. '베르농 근처 센강 가의 집'에서도 물의 반영, 나뭇잎의 떨림, 대기의 진동이 중첩된 색면과 유동적인 붓질로 표현되며, 한 순간의 빛이 만들어낸 복합적인 시간성을 드러낸다.
특히 이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보나르가 구사한 '시각적 진동' 효과다. 보색 관계에 있는 색들을 인접 배치하고, 윤곽선을 흐리게 처리하여 색채들이 서로 떨리듯 상호작용하게 만들었다. 수면의 청색과 나뭇잎의 황금색, 그림자의 자주색과 햇빛의 주황색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시각적 리듬은 정지된 캔버스 위에서도 살아 숨쉬는 듯한 생동감을 전한다.
인상주의에서 모더니즘으로의 여정
이번 특별전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서양미술사의 중요한 전환기를 조망하는 전시로, 인상주의가 어떻게 야수파, 표현주의, 추상미술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으로 발전했는지를 보여준다. 보나르의 작품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색채와 빛이 어떻게 회화의 주제 자체가 될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중요한 사례로 제시된다.
전시는 모네, 르누아르 등 인상주의 거장들의 작품부터 마티스, 피카소 등 모더니즘 개척자들의 작품까지 총 100여 점을 선보이며, 빛의 포착이라는 공통 주제를 통해 근대 회화의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세계 유수 미술관의 소장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며, 특히 보나르의 작품을 통해 색채가 어떻게 독립적인 표현 수단이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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