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 모슈코프스키·파데레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피어스 레인과 막시미우크의 만남으로 되살아난 잊혀진 레퍼토리의 부활!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0-05 12:24:36

낭만주의 피아노 협주곡의 재발견, 34년을 이어온 하이페리온의 야심찬 시리즈 제1탄 낭만주의 피아노 협주곡 시리즈(The Romantic Piano Concerto) 제1집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영국 하이페리온 레코드가 1991년 선보인 '낭만주의 피아노 협주곡 시리즈(The Romantic Piano Concerto)' 제1집은 클래식 음반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겼다. 

이 음반은 하이페리온이 34년간 지속해온 야심찬 프로젝트의 시작점이다. 모리츠 모슈코프스키(Moritz Moszkowski)의 피아노 협주곡 E장조 Op.59와 이그나치 얀 파데레프스키(Ignacy Jan Paderewski)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17이라는, 당시로서는 매우 생소한 레퍼토리를 선택한 것이 특징이다.

클래식 음반 평론가 존스미스는 "1991년 당시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 유명 작곡가의 협주곡이 음반 시장을 지배하던 시기에 이런 선택은 대단히 모험적이었다"며 "하이페리온은 이 시리즈를 통해 19세기 후반 낭만주의 음악의 다양성을 보여주려는 학술적 야심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모슈코프스키는 19세기 말 유럽에서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명성을 날렸으나, 20세기 들어 그의 작품은 대부분 잊혀졌다. 파데레프스키 역시 폴란드 총리를 역임한 정치가로 더 유명해지면서 음악가로서의 업적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됐다.

피아니스트 피어스 레인(Piers Lane)의 연주는 이 음반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1991년 녹음 당시 30대 중반이었던 레인은 기교적 화려함과 서정적 깊이를 동시에 구현해냈다.

모슈코프스키 협주곡에서 레인은 화려한 패시지를 유려하게 처리하면서도 과도하게 현란하지 않은 절제미를 보여준다. 특히 3악장 'Scherzo: Vivace'에서의 경쾌한 터치와 4악장 'Allegro deciso'의 힘찬 피날레는 작품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음악 평론가 제임스 머레이는 "레인의 연주는 모슈코프스키 음악이 단순한 살롱 음악이 아니라 진지한 예술적 가치를 지녔음을 입증한다"고 평했다.

파데레프스키 협주곡에서는 더욱 깊은 감정선이 드러난다. 2악장 'Romanza: Andante'의 서정적 선율을 레인은 섬세하게 노래하듯 연주하며, 쇼팽의 영향을 받은 폴란드 낭만주의의 정수를 보여준다.

지휘자 예지 막시미우크(Jerzy Maksymiuk)와 BBC 스코티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협연 역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폴란드 출신 막시미우크는 파데레프스키 협주곡에서 특히 설득력 있는 해석을 들려준다.

오케스트라는 피아노와의 균형을 잘 유지하며, 과도하게 앞으로 나서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풍성한 사운드로 뒷받침한다. 모슈코프스키 협주곡 1악장 'Moderato'의 오케스트라 도입부는 웅장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1991년 6월 3, 4일 글래스고 시티홀에서 진행된 녹음은 하이페리온 레이블 특유의 명료하고 따뜻한 사운드를 구현했다. 녹음 엔지니어 토니 포크너(Tony Faulkner)는 피아노의 화려한 음색과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질감을 균형 있게 담아냈다.

오디오 평론가들은 "DDD 디지털 녹음임에도 불구하고 차갑지 않고 아날로그적 따뜻함이 느껴진다"며 "1990년대 초 디지털 녹음 기술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이 음반은 이후 100장이 넘게 발매된 '낭만주의 피아노 협주곡 시리즈'의 첫 출발점이 되었다. 훔멜, 리스, 스테판 헬러, 모셸레스 등 잊혀진 작곡가들의 협주곡이 차례로 발굴되며 낭만주의 음악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음악학자 데이비드 라이트는 "하이페리온의 이 시리즈는 단순한 상업적 기획이 아니라 음악사 복원 작업"이라며 "19세기 피아노 음악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재발견하게 한 기념비적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한 클래식 음반 컬렉터는 "이 음반을 처음 들었을 때 모슈코프스키와 파데레프스키가 왜 당대에 그토록 사랑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며 "연주의 완성도와 음질 모두 최상급"이라고 평가했다.

발매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음반은 낭만주의 피아노 협주곡 애호가들 사이에서 필청 음반으로 꼽히며, 하이페리온 레이블의 예술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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