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 취리히 소년합창단 '아베 마리아·환희·할렐루야', 천상의 합창이 전하는 감동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1-06 11:44:00

TUDOR가 2015년 발매한 '아베 마리아·환희·할렐루야' 이여름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스위스의 클래식 레이블 TUDOR가 2015년 발매한 '아베 마리아·환희·할렐루야(Ave Maria·Rejoice·Hallelujah)'는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음반이다.

취리히 실내오케스트라(Zurcher Kammerorchester), 취리히 소년합창단(Zurcher Sangerknaben), 솔리스트 요나 셴켈, 지휘자 알폰스 폰 아르부르크가 참여한 이 음반은 바로크 시대부터 낭만 시대까지 아우르는 성악과 기악의 명곡들을 담았다.
 
이 음반은 바흐, 헨델,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 서양 고전음악사의 거장들이 남긴 성스러운 작품들을 엄선해 담았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중 '아리아(Air)', 헨델의 '메시아' 중 '환희하라(Rejoice greatly)'와 '할렐루야', 모차르트의 저녁기도 중 '주를 찬양하라(Laudate Dominum)',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등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바흐/구노의 '아베 마리아', 프랑크의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 파헬벨의 '카논', 멘델스존의 '나의 기도를 들으소서' 등 대중에게 친숙한 곡들과 함께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사단조', 리터 폰 헤르베크의 '어린이들의 목가적 노래' 등 다양한 레퍼토리가 포함되어 있다.

음반 커버에는 16세기 화가 미헬 시토우(Michel Sittow, ca. 1449-1525/1526)의 '성모승천(The Assumption of the Virgin, ca. 1500)'이 사용되어 음반의 종교적 성격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미국 워싱턴 D.C. 국립미술관 앨리사 멜론 브루스 기금이 소장하고 있다.
 
취리히 소년합창단은 1960년 알폰스 폰 아르부르크(Alphons von Aarburg, 1938-2023)에 의해 설립된 스위스의 명문 소년합창단이다. 취리히 볼리스호펜 지역의 로마 가톨릭 성 프란체스코 성당에서 시작해 1976년 취리히 소년합창단으로 개칭했다. 100명 이상의 소년과 청년들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취리히와 인근 지역 출신으로 모든 계층과 종교를 아우른다.

합창단은 주 34회 연습을 진행하며, 봄과 여름 방학에는 23주간의 집중 합숙 훈련을 통해 레퍼토리를 심화한다. 인터나트나 특수 학교와 연계되지 않고 지원 단체가 운영하는 독립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취리히 소년합창단의 명성은 세계적인 거장들과의 협연으로 입증된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존 엘리엇 가디너, 프란츠 벨저-뫼스트, 샤를 뒤투아, 데이비드 진만, 켄트 나가노 등 세계 최고의 지휘자들이 이 합창단과 호흡을 맞췄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에디타 그루베로바, 요나스 카우프만, 키리 테 카나와, 캐슬린 배틀, 베셀리나 카사로바, 쿠르트 몰 등 정상급 성악가들도 이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특히 1988~1989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한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의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공연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함께 무대에 서며 국제적 명성을 확립했다.

합창단 솔리스트들은 취리히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해 로잔 오페라, 제네바 그랑 테아트르, 리옹 국립오페라, 메츠 그랑 테아트르, 상하이 오페라하우스, 런던 로열 페스티벌 홀 등 세계 유수 극장에서 활동했다. 뮤지컬 '검은 형제들(Die Schwarzen Bruder)' 세계 초연에서는 주역을 맡아 40회 공연에서 4만 명 이상의 관객 앞에서 노래했다.
 
이 음반에서 솔리스트로 참여한 요나 셴켈은 취리히 소년합창단의 소년 소프라노(Knabensopran)로 활동하며 청중을 감동시켰다. 한 비평에서는 "요나 셴켈의 맑은 목소리가 온 성당을 가득 채웠고, 많은 청중의 마음을 울려 눈물을 흘리게 했다"고 평가했다.

취리히 실내오케스트라는 섬세하고 균형 잡힌 연주로 성악 솔로와 합창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했다. 알폰스 폰 아르부르크의 지휘는 각 곡의 종교적 경건함과 음악적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표현했다. 특히 헨델의 '메시아' 중 '할렐루야'와 모차르트의 '주를 찬양하라'에서 합창단의 투명하고 순수한 음색이 돋보인다.

음반의 선곡은 '아베 마리아', '환희', '할렐루야'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기독교 신앙의 핵심 주제인 성모 마리아에 대한 경배, 구원의 기쁨, 하나님께 대한 찬양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바로크 시대의 화려한 폴리포니에서 고전 시대의 명료한 구조, 낭만 시대의 서정적 감성까지 시대별 양식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
 
TUDOR 레이블은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클래식 음악 전문 레이블로, 고음질 녹음과 신중한 기획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음반 역시 TUDOR의 전통에 걸맞게 뛰어난 음질로 녹음되어 각 악기의 음색과 합창단의 섬세한 표현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음반은 클래식 입문자들에게는 서양 고전음악의 정수를 접할 수 있는 훌륭한 입문서다. 숙련된 애호가들에게는 익숙한 명곡을 새로운 해석으로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소년 합창의 맑은 음색을 선호하는 청자들에게는 취리히 소년합창단의 전통과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알폰스 폰 아르부르크는 평생을 취리히 소년합창단에 헌신하며 2023년 타계할 때까지 60년 이상 합창단을 이끌었다. 그는 자신의 교육 철학을 "마음으로 하는 교육, 그리고 음악과 함께하는 교육"이라고 요약했다. 이 음반은 그의 예술적 유산과 취리히 소년합창단의 높은 수준을 증명하는 기록으로 남았다.

성스러운 레퍼토리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영적 깊이와 예술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달하는 이 음반은, 종교적 배경과 무관하게 순수한 음악적 감동을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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