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피카소 '꿈', 사랑과 욕망이 빚어낸 20세기 최고 걸작의 파란만장한 여정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2-29 11:05:52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입체파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1932년 작 '꿈(Le Reve)'은 20세기 미술사에서 가장 관능적이고 서정적인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피카소가 47세였던 1932년 1월 단 하루 만에 완성한 이 작품은 당시 22세 연하의 비밀 연인이었던 마리-테레즈 발터를 모델로 한 초상화다.
130×97cm 크기의 캔버스에 유채로 그려진 이 작품은 빨간 안락의자에 몸을 맡긴 채 깊은 잠에 빠진 여인의 모습을 담았다. 피카소 특유의 입체파 기법으로 얼굴을 정면과 측면으로 동시에 표현했으며, 부드러운 곡선과 따뜻한 색채로 여성의 관능미를 극대화했다.
'꿈'이 창작된 1930년대 초반은 피카소 예술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1927년 17세 소녀 마리-테레즈를 만난 후 그의 작품은 이전의 각진 기하학적 형태에서 벗어나 부드럽고 관능적인 곡선 중심으로 변화했다.
미술사학자들은 이 시기를 '피카소의 황금기'로 평가한다. 특히 '꿈'에서는 강렬한 원색 대비와 유려한 곡선을 통해 육체적 아름다움과 에로티시즘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화면을 양분하는 장식적 배경 패턴과 인물의 나른한 자세는 앙리 마티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피카소는 이 작품에서 사랑하는 여인의 무의식 상태를 포착하고자 했다. 닫힌 눈과 이완된 신체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현실주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꿈'의 소유권 이전 과정은 그 자체로 미술계의 전설이 됐다. 2001년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재벌 스티브 윈이 6천만 달러에 작품을 구입했고, 2006년에는 헤지펀드 거물 스티븐 코헨에게 1억3천9백만 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006년 거래 직전 윈의 사무실에서 믿기 어려운 사고가 발생했다. 윈이 손님들에게 그림을 자랑하던 중 뒤로 몸을 돌리다가 실수로 팔꿈치가 캔버스에 닿아 15cm 크기의 구멍이 났다. 당시 윈은 망막 질환으로 시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이 사건으로 거래는 무산됐고 작품은 9만 달러를 들여 전문 복원됐다. 2013년 윈은 결국 코헨에게 1억5천5백만 달러(약 1천7백억원)에 작품을 매각했다. 당시 살아있는 작가의 작품을 제외하고 개인 간 거래된 미술품 중 최고가였다. 손상 사고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히려 상승한 것은 이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피카소의 미술 시장에서의 위상을 증명한다.
'꿈'은 피카소가 마리-테레즈를 그린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 높은 걸작으로 꼽힌다. 작품 속 여인의 황금빛 금발, 부드러운 피부 톤, 관능적 곡선은 모두 마리-테레즈의 특징을 반영했다.
입체파의 파괴적 실험과 고전적 아름다움의 찬양이 완벽하게 결합된 이 작품은, 예술가의 개인적 열정이 어떻게 보편적 감동으로 승화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20세기 미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스티븐 코헨이 소유한 이 작품은 개인 컬렉션으로 보관 중이며, 주요 전시회에 간헐적으로 대여된다. 미술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시점에서 '꿈'의 가치를 최소 2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한다.
피카소의 '꿈'은 단순한 초상화를 넘어 사랑, 욕망, 창작의 열정이 하나로 융합된 20세기 모더니즘 미술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파란만장한 소유권 이전 역사 또한 작품의 전설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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