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마드라소의 '가면무도회 참가자들'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1-06 10:48:26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에 전시된 라이문도 데 마드라소 이 가레타의 '가면무도회 참가자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1875년부터 1878년 사이 제작된 이 작품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로버트 리먼 컬렉션의 대표작으로, 19세기 사실주의 회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캔버스에 유채로 그려진 이 작품은 18세기 로코코 풍 의상을 입은 두 남녀가 가면무도회에서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담았다. 검은 가면을 쓴 여성은 분홍빛 드레스에 새틴 재질의 의상을 걸치고 있으며, 붉은 망토를 두른 남성은 깃털 장식이 달린 모자를 착용하고 있다. 장미가 만개한 정원을 배경으로 한 이 장면은 베네치아에서 기원한 가면무도회 전통이 19세기 파리 상류사회에서 어떻게 향유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마드라소는 이 작품에서 새틴, 모피, 도자기, 유리, 깃털, 벨벳 등 다양한 재질의 질감을 빛 속에서 섬세하게 표현했다. 탁자 위에 놓인 도자기 찻잔과 은제 쟁반, 여성의 드레스 장식과 남성의 화려한 의상이 모두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기법은 마드라소가 사실주의 화풍을 유지하면서도 로코코 시대의 우아함과 감각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1878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된 것으로 추정되며, 같은 해 미국 철도 재벌 윌리엄 헨리 밴더빌트가 구입했다. 1878년은 마드라소가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1등 메달을 수상하고 프랑스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된 해로, 그의 예술적 전성기를 상징한다.
라이문도 데 마드라소 이 가레타는 1841년 로마에서 태어나 1920년 베르사유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19세기 스페인 회화를 지배한 마드라소 가문의 3대 화가로, 할아버지 호세 데 마드라소는 프라도 미술관 관장을 역임했으며 아버지 페데리코 데 마드라소는 저명한 초상화가였다.
20세 때 파리로 건너간 마드라소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각각 자크 루이 다비드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아틀리에에서 수학한 가문의 전통을 이었다. 하지만 그는 스페인으로 돌아가지 않고 파리와 미국을 무대로 국제적 화가로 활동했다. 벨기에 화가 알프레드 스티븐스와 매형인 마리아노 포르투니의 영향을 받아 역사화 중심의 아카데믹한 화풍에서 벗어나 장르화와 초상화에 집중했다.
마드라소의 화법은 사실주의를 기반으로 하되 로코코와 일본 미술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했다. 그는 특히 여성 초상화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으며, 모델 알린 마송을 자주 등장시킨 작품들로 명성을 얻었다. 정교한 실내 장면 묘사와 뛰어난 색채 감각으로 국제 미술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파리 살롱에 정기적으로 출품했으며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주요 메달을 수상했다. 1882년에는 알프레드 스티븐스 등과 함께 '국제회화전시회'를 공동 창립해 외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기여했다. 1894년에는 1869년에 수집한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들을 프라도 미술관에 기증하며 문화 보존에도 헌신했다.
이번 특별전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은 미국 금융가 로버트 리먼이 수집한 19세기 후반 인상주의에서 20세기 초 모더니즘에 이르는 프랑스 회화를 선보인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로버트 리먼 컬렉션 중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 빈센트 반 고흐의 '꽃 피는 과수원', 메리 커샛의 '봄: 정원에 서 있는 마고' 등 회화와 드로잉 81점이 전시되고 있다.
1957년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약 300여 점의 로버트 리먼 컬렉션이 유럽에 소개된 이후, 이번 전시는 가장 큰 규모의 해외 전시로 평가받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협력해 한국 관람객의 시선에 맞게 전시를 재구성했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더 인간다운, 몸', 2부 '지금의 얼굴, 초상과 개성', 3부 '영원한 순간, 자연에서', 4부 '서로 다른 새로움, 도시에서 전원으로', 5부 '거울처럼 비치는, 물결 속에서'로 나뉘며, 인상주의가 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사조의 흐름을 따라간다. 화가들이 전통적 장르인 누드화, 초상화, 풍경화를 새롭게 해석한 과정을 '몸, 초상과 개성, 자연, 도시와 전원, 물결'을 키워드로 조명한다.
전시는 2026년 3월 1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1에서 계속된다. 관람 시간은 월·화·목·금·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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