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리] 바로크 시대 여성 작곡가의 목소리, 스트로치의 재발견

고요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2-11 06:02:59

탁투스 레이블, 17세기 베네치아 성악 예술의 보석 세계 최초 녹음 바르바라 스트로치의 '아리에테 아 보체 솔라 Op.6'(1657) 사진 | 탁투스

[K라이프저니|글·사진 고요비 기자] 이탈리아 탁투스 레이블이 발매한 바르바라 스트로치(1619-1677)의 '아리에테 아 보체 솔라 Op.6'(1657) 음반이 바로크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2009년 8월 이탈리아 페라라의 무세오 아르케올로지코에서 녹음된 이 앨범은 카운터테너 타다시 미로쿠와 쳄발로 연주자 실비아 람발디의 협연으로, 17세기 베네치아에서 활동한 여성 작곡가의 진가를 조명하는 세계 최초 녹음이다.

여성 작곡가의 선구자, 베네치아 살롱의 여왕

바르바라 스트로치는 음악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여성 작곡가 중 한 명이다. 17세기 남성 중심의 음악계에서 그녀는 8권의 작품집을 출판하며 100곡 이상의 세속 성악곡을 남겼다. 이는 당시 어떤 작곡가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업적이며, 특히 여성으로서는 전례 없는 성취였다.

스트로치는 베네치아의 저명한 시인이자 리브레티스트인 줄리오 스트로치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녀의 재능을 일찍부터 알아보고 당대 최고의 작곡가 프란체스코 카발리에게 사사하도록 했다. 베네치아의 지적 엘리트들이 모이는 '움브라니 아카데미'에서 스트로치는 자신의 작품을 직접 노래하며 명성을 쌓았고, 귀족과 예술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1657년 출판된 'Ariette a voce sola Op.6'는 그녀의 성숙기 작품집으로, 총 9곡의 독창 아리에타가 수록되어 있다. 이 곡집은 이탈리아어, 영어, 일본어 세 가지 언어로 해설이 제공되며, 니콜라 바돌라토가 해설을 집필했다. 세계 최초 녹음이라는 점에서 이 음반은 음악학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미로쿠와 람발디, 17세기 감성의 현대적 재현

카운터테너 타다시 미로쿠는 일본 출신의 바로크 성악 전문가로, 유럽 고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다. 그의 목소리는 맑고 투명한 음색과 섬세한 뉘앙스 조절이 특징이며, 17세기 이탈리아 성악 양식의 정통성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다. 미로쿠는 카운터테너의 중성적 음색을 활용해 스트로치의 음악이 담고 있는 복잡한 감정의 층위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특히 'Respira mio core'(숨 쉬어라, 나의 마음이여, 10분 16초)와 'Desistete'(그만두어라, 7분 7초) 같은 긴 곡에서 미로쿠는 탁월한 호흡 조절과 프레이징으로 극적 긴장감을 유지한다. 'Lilla dici ch'io non t'amo'(릴라여, 당신은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구나)에서는 연인 간의 오해와 갈등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Barbara crudeltà'(잔인한 바르바라)에서는 배신감과 분노를 절제된 방식으로 표출한다.

쳄발로 연주자 실비아 람발디는 17세기 이탈리아 통주저음 전통의 전문가로, 단순한 화성 지지대를 넘어 능동적인 음악적 대화자 역할을 수행한다. 스트로치의 음악은 성악 선율과 쳄발로 반주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도록 작곡되었는데, 람발디는 즉흥적 장식과 화성적 변화를 통해 각 곡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한다.

람발디의 연주는 특히 'Non pavento'(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와 'Compatite'(동정하소서)에서 빛을 발한다. 쳄발로의 섬세한 아르페지오와 리듬 변화는 가사의 의미를 강조하며, 미로쿠의 성악 선율과 완벽한 앙상블을 이룬다. 두 연주자는 17세기 베네치아 살롱의 친밀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현대 청중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몬테베르디의 후예, 감정 표현의 대가

바르바라 스트로치의 작곡 성향은 선배 작곡가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양식의 직접적 계승으로 볼 수 있다. 그녀는 가사의 감정적 의미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었으며, 이를 위해 전통적 대위법 규칙을 과감히 깨뜨렸다.

스트로치의 음악적 언어는 극적 레치타티보와 서정적 아리오소의 결합으로 특징지어진다. 그녀는 한 곡 안에서 자유로운 리듬의 레치타티보와 박절적 아리아를 번갈아 사용하며, 감정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반영한다. 예를 들어 'Respira mio core'는 고뇌에 찬 탄식에서 희망의 순간으로, 다시 절망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펼쳐낸다.

화성적으로 스트로치는 17세기 중반 이탈리아의 진보적 경향을 반영한다. 불협화음의 대담한 사용, 예상치 못한 전조, 반음계적 진행 등은 그녀의 음악에 강렬한 표현력을 부여한다. 'Filli mia che mi feri'(나를 상처 입힌 나의 필리)에서 불안정한 화성 진행은 배신당한 연인의 심리적 동요를 음악적으로 구현한다.

스트로치의 음악사적 위치는 17세기 중반 베네치아 성악 예술의 정점이자, 초기 바로크에서 중기 바로크로의 과도기를 대표한다. 그녀는 몬테베르디의 극적 표현주의를 계승하면서도, 보다 세련되고 우아한 선율미를 추구했다. 동시에 그녀의 음악은 오페라가 아닌 실내악적 규모로, 살롱과 사적 연주회를 위해 창작되었다는 점에서 당대 귀족 문화의 취향을 반영한다.

베네치아 살롱, 여성 예술가의 창작 공간

스트로치의 'Ariette a voce sola Op.6'가 탄생한 배경은 17세기 베네치아의 독특한 문화적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1630년대부터 베네치아에서는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모이는 사적 아카데미가 성행했다. 스트로치의 아버지 줄리오가 주재한 '움브라니 아카데미'는 가장 유명한 살롱 중 하나였으며, 바르바라는 이곳에서 자신의 노래와 작곡을 선보였다.

당시 여성 작곡가는 극히 드물었고, 대부분 수녀원에 소속되어 종교음악만 작곡했다. 그러나 스트로치는 세속적 사랑 노래를 작곡하고 출판했으며, 이는 당대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행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집을 베네치아의 유력 인사들에게 헌정하며 후원을 받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독립과 예술적 자유를 확보했다.

Op.6는 1657년 출판되었는데, 이는 스트로치가 30대 후반에 해당하는 시기다. 당시 그녀는 네 명의 자녀를 둔 미혼모로,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처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작곡 활동을 멈추지 않았으며, 이 작품집은 그녀의 성숙한 음악적 역량을 보여준다. 일부 음악학자들은 스트로치가 자신의 개인적 경험, 특히 사랑과 배신, 고독과 갈망을 음악에 투영했다고 해석한다.

사랑의 다양한 얼굴, 감정의 만화경

스트로치의 'Ariette a voce sola Op.6'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차원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사랑의 복잡성과 모순이다. 'Non pavento'(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랑 앞에서의 용기를 노래하지만, 동시에 내면의 불안을 암시한다. 'Compatite'(동정하소서)는 배신당한 연인의 간청을, 'Lilla dici ch'io non t'amo'는 사랑을 부인하면서도 드러나는 진심을 다룬다. 스트로치는 사랑을 단순한 행복이나 불행이 아니라, 희망과 절망, 기쁨과 고통이 공존하는 복합적 감정으로 묘사한다.

둘째, 내적 갈등과 심리적 동요다. 'Desistete'(그만두어라)는 자신의 생각을 멈추라고 명령하지만, 결국 생각을 멈출 수 없는 모순을 표현한다. 'Respira mio core'는 숨 막히는 고통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마음의 투쟁을 그린다. 'Risolvetevi pensieri'(결심하라, 나의 생각이여)는 우유부단함과 결단 사이의 갈등을 드러낸다. 이러한 작품들은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심리적 복잡성과 내면 탐구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셋째, 여성의 목소리와 주체성이다. 'Barbara crudeltà'(잔인한 바르바라)에서 스트로치는 자신의 이름을 곡 제목에 사용하며,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는 동시에 주체적 목소리를 강조한다. 'Filli mia che mi feri'는 상처받은 여성의 항변을, 'Non ti doler cor mio'는 자기 위로와 자기 치유를 다룬다. 'Che si può fare?'(무엇을 할 수 있을까?)는 운명 앞에서의 무력함을 표현하지만, 동시에 질문하고 성찰하는 주체로서의 여성을 제시한다.

스트로치의 가사는 대부분 그녀 자신이 쓴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드문 경우였다. 그녀는 남성 시인들이 쓴 관습적인 사랑 노래를 재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직접 언어화했다. 이는 17세기 여성 예술가가 자신의 내면세계를 공적으로 표현한 귀중한 사례다.

재발견의 의미, 음악사 다시 쓰기

탁투스 레이블의 이 음반은 단순한 희귀 레퍼토리 발굴을 넘어, 음악사 서술의 편향성을 교정하는 작업이다. 20세기 내내 바로크 음악사는 몬테베르디, 비발디, 코렐리 등 남성 작곡가 중심으로 서술되었고, 바르바라 스트로치 같은 여성 작곡가는 각주에도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페미니스트 음악학과 역사적 연주 운동이 결합하면서, 스트로치의 음악은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은 예술적 가치뿐 아니라, 17세기 여성의 삶과 목소리를 이해하는 역사적 자료로서도 중요하다. 스트로치는 제한된 사회적 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실현했으며, 100곡이 넘는 작품을 남긴 프로페셔널 작곡가였다.

미로쿠와 람발디의 연주는 스트로치의 음악이 단순히 역사적 호기심이 아니라, 현대 청중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생명력 있는 예술임을 증명한다. 약 59분에 달하는 이 앨범은 17세기 베네치아 살롱의 우아함과 친밀함, 그리고 한 여성 예술가의 깊은 내면세계를 동시에 전달한다.

음악사는 승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목소리가 들려야 하는 공동의 유산이다. 바르바라 스트로치의 'Ariette a voce sola Op.6'는 이러한 진실을 확인시키며, 오랫동안 침묵당했던 여성 작곡가의 목소리를 21세기에 되살린다. 탁투스와 연주자들의 헌신적인 작업 덕분에, 우리는 350년 전 베네치아 살롱에서 울려 퍼졌을 한 여성의 노래를 지금 여기서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klifejourney2025@gmail.com

[ⓒ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