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알렉산드르 보고마조프 '코카서스 산맥의 추억' -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숨겨진 걸작

고요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2-11 09:48:12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독창적 목소리 알렉산드르 보고마조프의 코카서스 산맥의 추억

[K라이프저니|글·사진 고요비 기자] 알렉산드르 보고마조프(1880-1930)는 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 운동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키예프 출신의 그는 모스크바 회화·조각·건축학교에서 수학한 후, 입체미래주의(Cubo-Futurism)와 광선주의(Rayonism)를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화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예술적 궤적은 카지미르 말레비치, 미하일 라리오노프와 같은 동시대 러시아 아방가르드 화가들과 교류하면서도, 서구 입체주의와는 구별되는 고유한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의가 크다. 특히 보고마조프는 색채의 역동성과 형태의 분할을 통해 움직임과 에너지를 시각화하는 데 천착했으며, 이는 이탈리아 미래주의와 프랑스 입체주의를 러시아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한 결과물로 여겨진다.

색채의 교향곡이 펼쳐지는 화폭

1916년 작 '코카서스 산맥의 추억'은 보고마조프의 예술적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캔버스 위에 유화로 그려진 이 그림은 입체미래주의적 기법이 극대화된 구성을 자랑한다.

화면은 기하학적으로 분할된 색면들로 가득 차 있다. 강렬한 청색, 주황색, 노란색이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사로잡고, 흰색과 회색의 곡선들이 마치 산맥의 능선처럼 화면 상단을 가로지른다. 여러 능선으로 추정되는 하얀 색의 형상과 기하학적으로 해체된 건축물, 과일 형태의 오브제들이 복합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미술사학자들은 이 작품이 화가가 코카서스 지역을 여행하며 받은 인상을 추상화한 것으로 분석한다.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기억 속에서 재구성된 감각적 경험이 색채와 형태의 리듬으로 번역된 것이다. 각 색면은 독립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며, 정적인 회화 속에서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시대를 앞서간 조형 실험의 가치

'코카서스 산맥의 추억'은 여러 층위에서 미술사적 가치를 지닌다. 첫째, 이 작품은 러시아 아방가르드가 서구 모더니즘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조형 언어로 발전시켰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둘째, 1916년이라는 제작 시기는 러시아 혁명 직전의 격동기로, 당시의 사회적·문화적 에너지가 화폭에 응축되어 있다.

셋째, 보고마조프의 작품은 오랜 기간 소련 체제하에서 '형식주의'로 비판받으며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1930년 그의 요절 이후 작품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가, 1960년대 이후 서서히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작품에 더욱 큰 문화적 의미를 부여한다.

현대 미술계에서 보고마조프는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잊혀진 거장' 중 한 명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20세기 초 모더니즘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로 평가받는다.

색채가 노래하는 시적 순간

'코카서스 산맥의 추억' 앞에 서면, 마치 여러 개의 악기가 동시에 연주되는 교향곡을 듣는 듯한 감각에 휩싸인다. 청색의 차가운 고요함과 주황색의 뜨거운 열기가 충돌하고, 노란색의 밝은 환희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하얀 형상은 꿈속의 기억처럼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하다. 화면 전체를 관통하는 곡선들은 산맥의 능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억의 파동, 시간의 흐름을 연상시킨다. 각각의 색면은 마치 기억의 파편처럼 흩어져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완결된 서사를 이룬다.

이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화가의 내면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이다. 코카서스의 장엄한 자연이 주는 압도감, 그곳에서의 순간들이 만들어낸 감정의 층위들, 그리고 그것을 화폭에 담으려는 예술가의 치열한 시도가 색채의 향연으로 펼쳐진다. 시적이면서도 음악적이고,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인 감각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재평가되는 시장 가치

미술 시장에서 보고마조프의 위치는 복잡한 역사를 반영한다. 생전에는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일원으로 활동했지만, 사후 수십 년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작품들은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경매 시장에서 보고마조프의 주요 작품들은 수십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 사이에 거래된다. 특히 1910년대 입체미래주의 시기의 작품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말레비치나 칸딘스키 같은 동시대 거장들에 비하면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코카서스 산맥의 추억'과 같은 1916년작은 보고마조프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만약 경매에 나온다면 상당한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술사학자들은 향후 러시아 아방가르드에 대한 학술적 재평가가 진행될수록 보고마조프 작품의 시장 가치도 함께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그의 주요 작품들은 러시아 국립미술관,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서구 주요 미술관들도 컬렉션에 그의 작품을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세기 모더니즘 미술사에서 보고마조프의 위치가 재정립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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