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지수가 ‘선택한’ 디자이너 데이지 서우 박, 아름다움을 위한 아름다움을 향한다!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10-25 09:19:26

Daisy Suhwoo Park, Who Dressed BLACKPINK’s Jisoo for Billboard, on Making Beauty for Beauty’s Sake 데이지 서우 박. 

[K라이프저니|이주상 기자] 세계적인 그룹 블랙핑크(BLACKPINK) 지수(JISOO)가 미국 음악 매체 빌보드(Billboard) 아티스트 화보에서 입은 레이스 드레스. 꽃무늬 자수가 물결치는 투명한 레이스와 풍성하게 부풀린 페플럼 실루엣은 지수 특유의 서늘하면서도 고전적인 얼굴과 만나 화보의 분위기를 완성했다. 이 옷을 만든 이가 디자이너 데이지 서우 박(Daisy Suhwoo Park·박서우)이다.

지수가 입은 옷, 그 뒤에 선 디자이너

본인은 담담하다. 그는 "그냥 너무 예뻤다"며 "제 디자인이 러블리하면서도 파격적인데, 지수 는 퍼포먼스는 파격적이지만 생김새는 정석대로 예쁜 분이어서 그 조합이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스타일리스트의 선택으로 이뤄진 일이었지만 "정말 감동이었다"는 것이 그의 회상이다. 지수뿐 아니라 있지(ITZY) 예지(Yeji), 아이들(I-DLE) 민니(Minnie)·미연(Miyeon) 등 여러 K팝 스타들이 그의 옷을 무대와 화보에서 입었다.

런던 쿠튀르 아틀리에에서 배운 '입는 사람을 위한 설계’

박서우 디자이너의 이력은 한 나라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에서 태어나 뉴질랜드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서울에서 사학 명문 연세대학교를 다닌 뒤 미국 교환학생을 거쳐 영국왕립예술학교(RCA) 패션 석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런던에서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를 비롯한 하이엔드 브랜드, 월드투어를 도는 스타들의 맞춤 의상을 만들어온 터키 출신 디자이너의 작업실 등에서 실무를 쌓았다. 아울러 케이티 페리(Katy Perry)를 비롯해 아델(Adele),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엘르 패닝(Elle Fanning), 아이리스 로(Iris Law) 등의 유명 해외 아티스트 및 셀러브리티의 의상을 제작했다

그가 이곳에서 배운 핵심은 '보기에만 화려한 옷'이 아니라 '입은 사람이 격하게 움직여도 흘러내리지 않고 튼튼한 옷'이다. 그는 "월드투어를 하는 스타들의 옷은 몸에 꼭 맞지만 입는 사람은 편해야 하고, 밤새 춤을 춰도 견뎌야 한다"며 "민감한 실크 원단이어도 설계 단계부터 훨씬 더 탄탄하고 오래 입을 수 있게 만들려 한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외형 아래 구조와 내구성을 먼저 계산하는 이 태도가 그의 실력을 받치는 뼈대다.

그가 영국 디자인 하우스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도 '실력'이다. "영국의 유명 디자인 회사는 대표가 누구보다 패턴과 스케치를 잘했다. 역사에 오래 남는 디자이너는 일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배웠다"는 것이다.

한국 웨딩 시장 한복판, 트렌디함과 장인정신 사이

그는 비비안웨스트우드 브라이덜&꾸뛰르를 이어 현재 베네트(Bennette)의 브라이덜 실장으로 일한다. 그가 보는 한국 웨딩 시장은 해외와 결이 다르다. 해외에서는 드레스를 한 벌 구입하거나 어머니의 드레스를 물려받는 문화가 강하지만, 국내에서는 서너 벌을 대여해 입는 방식이라 "매 시즌 가장 핫한 것이 무엇인가를 여성복·남성복을 디자인할 때처럼 고민하게 된다"고 한다. 웨딩 드레스는 원단만 8~10m가 필요하고 겹도 다섯 겹에 이르러, 티셔츠와 비교하면 원가 구조부터 완전히 다르다. 그만큼 한 벌에 들어가는 공이 크다는 뜻이다.

대중과의 접점은 SNS가 바꿔 놓았다. 예전에는 스타가 입어 기사가 나와도 만든 사람에게 피드백이 돌아오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신부들이 직접 릴스에 후기를 올리고 수천 개의 댓글과 투표가 달린다. 그는 "내가 지난주에 내보낸 신상을 입은 후기가 인스타그램에 그대로 올라온다. 이래서 안 어울렸고, 이래서 요즘 인기라는 이야기까지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다"며 "큰돈을 내고 빌리는 만큼 관심이 정말 많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꽃'을 다시 읽다, 아름다움과 폭력성 사이

그의 개인 작업에는 일관된 주제가 있다. 바로 꽃이다. 그는 아시아 사회에서 여성이 놓인 위치를 '무력하고 예쁜 꽃'에 빗대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꽃을 볼 때 그 꽃이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는 보지 않는다"며 "꽃을 시각적으로 쓰되 그 이면의 의미를 함께 쓰려 했다"고 설명했다. 꽃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 담긴 힘, 때로는 폭력성을 한 벌의 옷에 동시에 담아내려는 시도다.

RCA 재학 시절에는 꽃무늬를 얼굴에 그려 넣고 직접 만든 옷을 입은 채 런던 첼시의 부촌 역 앞에 서기도 했다. 그는 "작품을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랐는데 사람들에겐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보여 화제가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포트폴리오에는 사마귀 형상을 투과하는 시스루 드레스, 안전핀으로 몸을 조인 블루 코르셋, 비즈 자수를 얹은 블랙 벨벳 코르셋에 은빛 새틴 스커트를 결합한 작업 등 구조와 장식, 낭만과 긴장을 오가는 작품이 이어진다.

카메라를 든 디자이너, 옷의 언어를 사진으로 번역하다

박서우는 직접 카메라를 드는 디자이너이자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전시도, 대면도 어려워진 석사 시절, 자신의 옷을 세상에 보여줄 방법을 찾다가 시작한 사진이 이제는 그의 또 다른 무기가 됐다. 필름 카메라로 담은 그의 화보 작업은 보그(Vogue), 데이즈드(Dazed), 마리끌레르(Marie Claire), 빌보드 등 유수의 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졸업 당시에는 데이즈드와 W 코리아 인터뷰도 진행했다.

그는 "사진이 없으면 패션은 존재하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내가 만든 옷이 아무리 예뻐도 누군가 입고 사진을 찍어주지 않으면 전달이 되지 않는다. 내가 만든 옷의 대부분은 침대 밑에 있고, 사람들에게는 사진으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사진에 조예가 깊은 부모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카메라가 가까웠다는 그는 부모의 카메라와 10만 원 주고 산 미놀타 필름 카메라로 시작했다.

14살, 포크와 의자에서 발견한 예술

디자이너의 길은 14살 때 어머니와 떠난 미국 여행에서 시작됐다. 회화 전시는 삶과 무관해 보여 지루하기만 했던 그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가구와 조명, 의자, 포크가 전시된 디자인전을 만나 처음으로 "예술이 내 삶 곳곳에 녹아 있다"고 느꼈다. 그는 "이게 디자인이고 이런 게 예술이라면 나도 예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팔지 않는 옷, 아름다움을 위한 아름다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업과 대중을 대하는 그의 태도다. 그는 직업으로서의 디자인과 개인 작업을 철저히 구분한다. 월급을 받고 수요에 맞춰 만드는 웨딩 드레스가 '직업'이라면, 개인 작업은 판매와 무관한 영역이다. 그는 "내 작업은 1년에 하나를 만들고 싶으면 하나를 만들고,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어도 만들고 싶다"며 "남의 목소리에 휘둘리는 창작 활동은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가 만든 옷은 일상복보다는 촬영과 무대, 전시를 위한 것에 가깝다. 쓰임이 없어도 있으면 아름다운 화병이나 조각처럼, 그는 스스로를 '꽃병을 만드는 사람'에 비유했다.

여기에는 사회를 향한 시선도 담겼다. 그는 한국을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이 부족한 사회"라고 진단했다. "대중교통이 왜 그렇게 예뻐야 하느냐는 생각이 일반적이고, 그냥 지나치는 공간을 가꾸겠다는 의식이 적다"며 "편리하고 필요해서가 아니라 보기에 만족스럽고 예뻐서 만드는 작업을 앞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중에게 팔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려는 길이다.

판매 중심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의 이력에도 이어진다. 대규모 기업에서 한 시즌에 100여 벌을 쏟아내는 방식에 회의를 느껴 그곳을 떠났다는 그는 "많이 만들어 놓아두면 대중이 뭐라도 사는" 구조 대신, 더 신중하게 만들고 더 신중하게 고르는 패션을 지향한다. 그래서 패션쇼도 바이어에게 샘플을 파는 자리라는 이유로 지금의 그에게는 목표가 아니다.

다음 챕터, 유럽과 공간, 그리고 넓어지는 영역

그렇다고 그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큰돈을 벌고 싶었다면 디자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돈을 꾸준히 벌되, 개인 작업은 스트레스 없이 하는 것이 오래 가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회사에 속해 일하는 지금은 생계와 기술 성장, 개인 작업 사이의 현실적인 타협점이라는 설명이다.

5년, 10년 뒤의 모습은 열려 있다. 그는 "내 옷이 지금보다 조금은 상업화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남성복과 아동복으로 영역을 넓힐 가능성도 열어뒀고, 패션이 아닌 '공간 사업'에도 관심이 있다. 진출하고 싶은 무대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모이고 사계절이 뚜렷한 유럽 시장을 꼽았다.

한국 패션계를 향한 목소리도 분명하다. 그는 해외 4대 패션위크가 "전 세계가 원하는 옷"으로 채워지는 것과 달리, 수요 없이 쇼 자체를 위한 쇼가 이어지는 것은 아쉽다고 짚었다. 원하는 만큼만 만들고, 만든 만큼은 아름답게 남기겠다는 디자이너. 쿠튀르 아틀리에에서 다져진 손끝, 카메라로 자신의 옷을 직접 번역하는 시선, 지수를 비롯한 K팝 스타들이 증명한 감각까지 갖춘 박서우 디자이너가 팔리는 옷의 문법을 넘어 어떤 '아름다움의 세계'를 완성해 나갈지 주목된다. 

데이지 서우 박의 의상을 입고 세계적인 음악잡지 빌보드 화보 촬영에 임한 블랙핑크 지수. 데이지 서우 박의 의상을 입고 세계적인 음악잡지 빌보드 화보 촬영에 임한 블랙핑크 지수. 데이지 서우 박의 작품. 데이지 서우 박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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