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집중분석] '베니스 은사자상' 영화 '가능한 사랑'①, 이창동이 되돌아본 질문 '자유'…베니스가 화답한 '사랑'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9-22 08:17:33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 압도적 앙상블, 8년 만에 완성된 거장의 신작…국내 극장 9월 23일, 넷플릭스 11월 6일 공개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 트로피를 앞에 두고 이창동 감독이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왼쪽은 설경구.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2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가능한 사랑'(감독 이창동)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했고, 전도연은 개인 사정으로 화상을 통해 자리를 함께했다. 감독의 좌석 앞에는 얼마 전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받은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 트로피가 놓여 눈길을 끌었다.

십여 년을 돌아 완성된 이야기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부부 '미옥'(전도연)과 '호석'(설경구), 그리고 그들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려는 감독 '예지'(조여정)와 그의 남편 '상우'(조인성), 두 부부가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이창동 감독은 이 이야기를 십여 년 전부터 품고 있었다. 대기업의 대규모 정리해고와 파업 강제 진압 사건을 목격한 그는 곧바로 영화로 옮기려 했지만, "그것을 극영화로 옮겨낼 만큼 저는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느꼈"다며 한동안 시나리오를 덮어두었다고 한다.

이후 노동의 의미 자체가 삶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며, 다큐멘터리 감독의 이야기를 결합하는 아이디어로 비로소 다시 붓을 들 수 있었다. 이창동 감독은 "노동이나 자본, 혹은 그 어떤 거대한 힘이 우리의 삶을 규정하려 하더라도, 인간은 끝내 자유를 향해 나아가려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고 저는 믿습니다"라고 연출의 출발점을 밝혔다.

"사랑에 관한 영화"…탐욕과 자유 사이

감독은 이 작품을 한마디로 "사랑에 관한 영화"라 부른다.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사랑, 또는 해야만 하는 사랑에 관한 영화"라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의 출발점 중 하나는 십계명 중 '탐내지 말라'는 계명을 소재로 한 프로젝트였다고 알려져 있다. 간담회에서 배우들은 각자의 인물이 무엇을 '탐했는지' 답하며 영화를 관통하는 욕망의 결을 설명했다.

조여정은 "채워졌다고 생각한 삶에서 채우지 못하는 어떤 그 무엇을 남의 인생, 내 영화에 담는" 탐하는 마음으로 예지를 연기했다고 말했고, 설경구는 "뺏겼다고 생각했는데, 탐했다"며 호석의 열등감 역시 탐욕의 한 형태였을 것이라 짚었다. 조인성은 상우가 "더 가지려고 하는 욕심"으로 인해 균열을 맞는 인물이라 설명했다. 이창동 감독은 이 질문에 관객이 얻어가야 할 한 단어로 '자유'를 꼽았다. "삶의 구조가 어떻게 바뀌든지 인간이 그걸 넘어설 수 있는 건 우리 마음속에 있는 '자유'에 대한 생각이라고 믿습니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두 개의 시선이 교차하는 화면

작품은 객관적 시선의 극영화 화면과 극 중 예지의 카메라가 담는 다큐멘터리 화면을 교차시킨다. 김지용 촬영감독은 핸드헬드 기법을 중심으로 인물과 상황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방식을 택했고, 이는 "꾸며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 눈으로 보는 것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이창동 감독의 연출 의도와 맞닿아 있다. 이창동 감독은 간담회에서 이 다큐멘터리적 접근이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영화는 그냥 다큐멘터리를 찍는 그 사람의 시선만 보여주는 게 아니고, 그 다큐멘터리를 찍으려고 하는 예지가 담으려고 하는 내용, 그러니까 인터뷰하고 취재하는 그 내용 자체도 영화에 담아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파업 현장과 이후 심리치료 장면 등을 상영시간을 아끼지 않고 길게 담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마치 실제 다큐멘터리처럼 전달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베니스에서 시작된 러브콜, 세계가 보낸 찬사

'가능한 사랑'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된 뒤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과 국제비평가연맹상(FIPRESCI)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는 이창동 감독이 '오아시스' 이후 24년 만에 다시 찾은 베니스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거둔 쾌거다. 이후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64회 뉴욕영화제, 산세바스티안·취리히·밴쿠버·BFI 런던영화제까지 세계 유수 영화제의 초청이 이어졌고, 토론토에서는 이창동 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TIFF 에버트 감독상을 받았다.

해외 언론의 반응도 뜨거웠다. 벌처는 "이창동 감독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강력하고, 매혹적인 영화를 만들어냈다"고 평했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인물의 내밀한 감정과 사회적 현실을 꿰뚫어 보는 그의 예리한 통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썼다. 인디와이어는 "'밀양'의 전도연 배우는 이창동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춘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아 또 한 번 1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명연기를 선보인다"고 극찬했다.

베니스 현장에서는 이례적인 장면도 포착됐다. 공식 기자회견이 끝나자 해외 취재진이 대거 몰려나와 사인을 요청했고, 이는 해외 영화제에서도 드문 일로 화제를 모았다. 조인성은 이날 간담회에서 "그 자리는 엄숙한 자리라고 인지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르르 나오시길래 제가 뭐 잘못한 줄 알았다"며 "놀라우면서도 반갑고 감동스러웠다"고 돌이켰다. 상영 직후에는 설경구와 조인성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 설경구는 "촬영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더라"며 복합적인 감정이 터져나온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극장과 안방, 두 갈래로 관객과 만난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9월 23일 국내 일부 극장에서 먼저 관객과 만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8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온 거장과, 세계 무대에서 저마다의 존재감을 증명해온 네 배우의 앙상블이 국내외에서 어떤 반향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조여정, 조인성, 설경구, 이창동 감독, 전도연(왼쪽부터)이 기자간담회에 응하고 있다. 전도연은 개인사정으로 화상으로 참여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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