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 텔레만이 듣지 못한 만돌린의 향연, 알론 사리엘 'Telemandolin'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2-24 07:49:15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이스라엘 출신 만돌린 연주자 알론 사리엘(Alon Sariel)과 그가 이끄는 앙상블 콘체르토 포스카리(Concerto Foscari)가 독일 베를린 클래식 레이블에서 발매한 'Telemandolin'은 바로크 음악 해석의 새로운 지평을 연 획기적 음반이다.
2017년 게오르크 필립 텔레만(Georg Philipp Telemann, 1681-1767) 서거 2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2LP 앨범은, 텔레만이 평생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악기인 만돌린으로 그의 작품을 재탄생시킨 야심찬 프로젝트다. 텔레만은 독일을 거의 떠나지 않았기에 이탈리아 남부의 발현악기인 만돌린의 소리를 직접 들을 기회가 없었다. 사리엘은 이러한 역사적 공백을 오히려 창조적 자유의 기회로 삼았다.
앨범에는 텔레만의 TWV 51: fis1, 판타지아 X, TWV 40:23, 판타지아 I, TWV 40:26, 소나타 드 콩세르, TWV 44:1, 모음곡 '라 비자르(La Bizarre)', TWV 55:G2, 파르티타 2번, TWV 41:G2 등이 수록되었다. 이 작품들은 원래 바이올린, 플루트, 첼로 등 다른 악기를 위해 작곡된 것들이다.
사리엘은 텔레만의 솔로 판타지아를 처음 만났을 때 큰 감명을 받았고, 이를 만돌린으로 편곡하기 시작했다. "악기는 결국 '단지' 악기일 뿐이며, 음악이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릇"이라는 그의 철학이 이 프로젝트의 근간이 되었다. 만돌린과 바이올린의 조율이 동일하고, 텔레만 작품에 두세 개 현을 동시에 연주하는 다성부 악절이 많아 만돌린의 화음 능력이 완벽히 발휘될 수 있었다.
편곡 과정에서 사리엘은 악기만 바꾸는 단순 이식이 아니라, 만돌린과 류트의 특성을 살린 섬세한 재창조를 시도했다. 특히 모음곡 '라 비자르'의 '로시뇰(Rossignol, 나이팅게일)' 악장에서는 만돌린의 떨림음과 빠른 아르페지오를 활용해 나이팅게일의 지저귐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평론가들은 "만돌린이 '금속성 소리 나는 악기'가 아니라 섬세하고 감각적인 음악 도구로 탈바꿈했다"고 극찬했다.
사리엘은 텔레만의 무한한 아이디어와 다국적 음악에 대한 개방성을 보여주기 위해 프랑스 서곡, 이탈리아 협주곡, 실내 파르티타, 솔로 판타지아 등 다양한 스타일을 한 앨범에 담았다. 여기에 텔레만을 존경했던 세 명의 동시대 작곡가 작품을 추가했다.
칼 필립 에마누엘 바흐(C.P.E. Bach, 1714-1788)의 '함부르크 소나타' Wq 133, 칼 프리드리히 아벨(Carl Friedrich Abel, 1723-1787)의 비올라 다 감바 독주곡 WK 209, 요한 프리드리히 파쉬(Johann Friedrich Fasch, 1688-1758)의 류트 협주곡 FaWV L:d1이 그것이다. 이들 작품 역시 사리엘이 만돌린과 류트로 편곡해 연주했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한 텔레만 헌정을 넘어, 18세기 독일 바로크 음악의 창조적 정신과 국제적 교류를 보여주는 음악사적 담론으로 확장된다. 텔레만이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음악 요소를 흡수해 독창적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처럼, 사리엘 역시 역사적 악기와 현대적 해석을 융합해 새로운 바로크를 창조했다.
2015년 사리엘이 창단한 콘체르토 포스카리는 유럽 각국 출신의 젊은 음악가 7명으로 구성된 시대악기 앙상블이다. 각 파트당 1명씩 배치해 최대한의 유연성과 투명성을 확보했다. 바이올린에 안 크놉(Ann Cnop)과 프란치스카 안나 하이두(Franciska Anna Hajdu), 비올라에 이사벨 세라노 로스(Isabel Serrano Roth), 첼로에 페르난도 산티아고 가르시아(Fernando Santiago Garcia), 비올로네에 알론 포르탈(Alon Portal), 쳄발로에 로렌조 페더(Lorenzo Feder)가 참여했다.
2016년 11월 19~21일 하노버의 노이슈테터 호프- 운트 슈타트키르헤 성 요한에서 녹음된 이 음반은, 각 작품마다 고유한 음색을 부여하는 섬세한 편성 변화가 돋보인다. 때로는 대담하고 도전적으로, 때로는 매우 선율적이고 기교적으로 연주되며, "여름날 꽃밭을 연상시킬 만큼 낙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Telemandolin'은 2018년 제1회 오푸스 클라식(Opus Klassik) 시상식에서 "18세기까지 음악 부문 / 만돌린 부문 올해의 협주곡 음반상"을 수상하며 만돌린 연주자로서는 최초로 이 영예를 안았다. 오푸스 클라식은 독일의 에코 클라식을 계승한 클래식 음악 최고 권위의 상이다.
평론가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처음 듣자마자 즉시 다시 듣고 싶었다. 이는 내게 매우 드문 충동"(해외 평론), "약국에서 처방전이 필요할 정도로 생명력, 에너지, 섬세함이 넘친다"(뉘른베르거 나흐리히텐), "비발디의 여섯 곡 이상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앨범"(gitarre-und-laute.de) 등 찬사가 이어졌다.
이 음반의 가장 큰 의의는 바흐와 비발디에 가려진 텔레만을 재조명했다는 점이다. 텔레만은 3000곡 이상을 작곡한 바로크 시대 최다작 작곡가 중 한 명이지만, 음악적 다재다능함 때문에 오히려 동시대인들에 비해 저평가받아왔다. 사리엘은 "텔레만의 스타일은 매우 보편적이다. 그는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요소를 흡수해 완전히 독창적인 것을 만들었다"며 "그가 함부르크에서 열정적으로 꽃을 재배한 것처럼, 그의 음악도 형형색색 꽃으로 가득한 바다 같다"고 표현했다.
이 앨범은 바로크 음악 해석에서 역사적 진정성과 창조적 자유 사이의 균형을 훌륭히 보여준다. 원곡에 없던 악기를 사용하면서도 작곡가의 의도와 시대 정신을 존중하는 태도, 고증된 시대악기를 사용하면서도 현대 청중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는 연주는 고음악 연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1986년 이스라엘 베에르셰바 출신으로 8세에 만돌린을 시작한 사리엘은, 예루살렘 음악무용아카데미와 브뤼셀 왕립음악원에서 수학했다. 베를린 필하모니, 로열 앨버트 홀,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등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1000회 이상 연주하며 "현 시대 최고의 만돌린 연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Telemandolin'은 그의 대표작이자, 만돌린이라는 악기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린 기념비적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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