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입고 다시 피어난... 이상봉, 서울패션위크서 '리블룸'의 미학을 완성하다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9-02 04:18:47

모델이 이상봉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2027 S/S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한국 컨템포러리 패션의 대표주자 이상봉(LIE SANGBONG)이 올랐다. 

이번 컬렉션의 이름은 '리블룸(REBLOOM)'. 전쟁과 재난,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의 급변 속에서 현대인이 안고 사는 상흔을 직시하고, 이를 다시 피어나는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겠다는 브랜드의 메시지가 런웨이 전체를 관통했다.

프리다 칼로, 런웨이 위의 뮤즈가 되다

이날 무대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검은 티셔츠 원피스와 셔츠 곳곳에 새겨진 초상 그래픽이었다. 컬러와 흑백이 대각선으로 갈라지며 한 얼굴 안에 감정의 이중성을 담아낸 프린트, 체크 패턴 위에 흑백으로 재구성된 또 다른 얼굴 프린트가 남녀 모델의 셔츠와 원피스에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이는 다름 아닌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에게서 온 이미지다.

육체적 고통과 상실을 캔버스 위에 직시하며 그려낸 그의 자화상들처럼, 이상봉은 이번 시즌 프리다 칼로의 태도—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를 컬렉션 전체의 정신적 축으로 삼았다. 화려한 색채와 흑백의 냉정함이 한 벌의 옷 안에서 충돌하듯 공존하는 모습은, 고통과 치유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완성해 보였다.

검정에서 붉은색으로, 상흔에서 회복으로

컬렉션의 전반부를 지배한 색은 단연 블랙이었다. 시스루 소재의 블랙 셔츠에 스터드 장식 벨트를 리본처럼 묶어 허리를 강조한 룩, 바닥까지 떨어지는 풍성한 플리츠 스커트와 오버사이즈 코트가 만들어내는 실루엣은 무겁고도 극적이었다. 이는 상처와 불안, 어두운 시대상을 상징하는 도입부로 읽힌다.

그러나 무대가 이어지며 색은 서서히 붉은빛으로 옮겨간다. 어깨선을 과감하게 부풀린 조형적 숄더 재킷과 레더 미니스커트로 구성된 레드 룩은 상흔을 딛고 일어서는 강인한 의지를, 클래식한 여성복 실루엣에 남성적 구조미를 접목한 이상봉 특유의 건축적 패턴워크로 완성했다.

검정에서 시작해 붉은색으로 향하는 이 컬러의 여정 자체가, 고통의 직시에서 회복으로 나아가는 '리블룸'의 서사를 그대로 체현하고 있었다.

물방울과 잔물결, 그리고 만개한 꽃

남성복 라인에서는 빗방울과 물결무늬가 그러데이션으로 번지는 슈트가 눈길을 끌었다. 화이트에서 딥블루로 짙어지는 프린트는 마치 비를 맞으며 서 있는 인물의 정서를 옷 위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이는 앞서 등장한 어두운 색조의 연장선이자, 상처가 씻겨 내려가는 정화의 이미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후 무대는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전환된다. 라임 그린, 네온 옐로, 핫핑크가 뒤섞인 화사한 플로럴 프린트가 연달아 등장하며, 러플과 레이스가 겹겹이 쌓인 미니 드레스, 생화로 만든 화관을 쓴 모델들이 등장했다.

특히 컬렉션의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온몸을 뒤덮은 입체 플라워 아플리케 드레스와, 몸의 움직임에 따라 거대한 날개처럼 펼쳐지는 플로럴 프린트 케이프였다. 상처 입은 육체 위로 마침내 만개한 꽃—이것이야말로 이상봉이 이번 시즌 그려낸 '리블룸'의 클라이맥스였다.

전통과 현대, 예술과 패션의 접목이라는 브랜드의 오랜 문법

1985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브랜드를 론칭한 이래, 이상봉은 한글과 단청, 창살, 한국 건축과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쿠튀르적 테크닉과 구조적 패턴으로 풀어내며 강한 조형미와 문화적 서사를 지닌 컬렉션을 전개해 왔다.

2002년 파리 프레타포르테 컬렉션 참가를 시작으로 2014년 뉴욕 패션위크 데뷔에 이르기까지, 파리와 뉴욕을 기반으로 한국 패션의 국제적 위상을 넓혀온 그는 비욘세, 레이디 가가, 줄리엣 비노쉬 등 글로벌 셀러브리티가 착용한 이력과 함께 클리블랜드 미술관, 벨베데레 미술관 등 세계 유수 문화기관에서 한국 쿠튀르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조명받은 바 있다.

이번 '리블룸' 컬렉션 역시 이 같은 브랜드의 오랜 문법 위에 서 있다. 프리다 칼로라는 예술가의 시선을 빌려오면서도, 그 서사를 풀어내는 방식은 어디까지나 이상봉 고유의 건축적 실루엣과 정교한 패턴워크였다.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의 태도와, 전통과 현대를 오가며 한국적 미학을 세계 무대에 번역해온 이상봉의 헤리티지가 만나 완성한 이번 무대는, 시대의 상흔을 마주한 이들에게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 자리였다.

모델이 이상봉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이상봉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이상봉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이상봉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이상봉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이상봉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이상봉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이상봉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모델이 이상봉 컬렉션을 장식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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