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장-미셸 바스키아 'BACK OF THE NECK', 거리 예술을 미술관으로 끌어올린 혁명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2-25 03:49:40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장-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60-1988)의 1983년 작품 'BACK OF THE NECK'이 현대미술 시장에서 프린트 작품의 가치를 새롭게 입증했다.
이 대형 핸드 컬러 스크린프린트(50 1/4 x 101 3/8인치, 약 1273 x 2575mm)는 2023년 11월 도일 경매에서 예상가 50만~70만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111만9000달러(한화 약 15억원)에 낙찰되며 해당 프린트의 세계 경매 기록을 수립했다.
바스키아는 1960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이티계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때 어머니가 선물한 해부학 도감 '그레이 아나토미'는 이후 그의 작품 세계에 인체 이미지와 형태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1970년대 후반, 그는 친구 알 디아즈와 함께 'SAMOⓒ(Same Old Shit)'라는 태그로 맨해튼 로어 이스트사이드와 브루클린 전역에 암호 같은 메시지를 그라피티로 남기며 이름을 알렸다. 거리 예술가로 시작한 바스키아는 1980년대 초 캔버스로 활동 무대를 옮기며 네오표현주의 운동의 중심 인물로 부상했다.
21세에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 참여한 최연소 작가가 됐고, 22세에 휘트니 비엔날레에 출품하며 국제적 명성을 확립했다.
'BACK OF THE NECK'은 바스키아의 시그니처 모티프들이 총동원된 작품이다. 검은 배경 위에 흰색, 금색, 빨간색의 거친 선과 문자가 격렬하게 충돌한다. 중앙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삼각 왕관이 배치됐고, 'SPINEⓒ(척추)', 'BRACCO', 'BACK OF THE NECK' 같은 텍스트가 화면을 가로지른다.
비평가들은 왕관 모티프가 흑인을 장엄한 왕족이나 성인으로 기념하는 바스키아만의 방식이라고 분석한다. 화가이자 협력자였던 프란체스코 클레멘테는 "장-미셸의 왕관은 세 개의 봉우리를 가지고 있다. 시인, 음악가, 위대한 복싱 챔피언이라는 세 가지 왕족 혈통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작권 기호(ⓒ)의 사용은 강력한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미술평론가 레너드 에머링은 "벽에 그려진 그라피티에 저작권 기호를 붙임으로써 SAMO는 저작권을 주장하는 동시에 합법성 자체를 의문시했다"며 "인체에 저작권 기호를 붙이는 것보다 더 터무니없는 일은 없다. 그러나 이는 비인간화되고 상품화된 신체를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바스키아는 빠르고 표현적인 붓질로 텍스트와 이미지, 추상과 구상, 역사적 정보와 동시대 비평을 결합했다. 그의 작품은 부와 빈곤, 통합과 분리, 내면과 외면의 경험 같은 이분법에 초점을 맞췄으며, 인종주의와 권력 구조에 대한 사회적 논평을 담았다.
1982년 뉴욕 아니나 노세이 갤러리와 로스앤젤레스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며 돌풍을 일으킨 바스키아는 1983년 휘트니 비엔날레에 포함되며 정점을 찍었다. 'BACK OF THE NECK'은 바로 이 전성기에 제작됐다.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과의 우정과 협업은 그의 경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두 사람은 1980년대 중반 함께 작업하며 기업 로고와 만화 캐릭터를 다룬 연작을 선보였다. 1987년 워홀의 죽음은 바스키아에게 깊은 충격을 줬고, 그는 묵시록적 이미지로 가득한 마지막 작품들을 광적으로 제작했다.
명성이 치솟으면서 약물 문제도 심각해졌다. 1988년 하와이에서 헤로인 중독을 끊으려 노력했던 바스키아는 뉴욕으로 돌아온 지 몇 달 만인 8월 12일 약물 과다복용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27세였다.
10년의 짧은 활동 기간 동안 약 1000점의 회화와 2000점의 드로잉을 남긴 바스키아는 사후 미술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작가 중 한 명이 됐다.
2017년 5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그의 1982년 작품 'Untitled(두개골)'은 예상가 60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1억1050만 달러(약 1470억원)에 낙찰되며 미국 작가 작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수립했다. 이 작품은 1980년 이후 제작된 작품 중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당시 21세였던 바스키아를 1억 달러 선을 넘은 최연소 작가로 만들었다.
낙찰자는 일본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로, 그는 2016년에도 바스키아의 다른 작품을 5730만 달러에 구입해 당시 경매 기록을 세운 바 있다. 1984년 1만9000달러에 거래됐던 이 작품이 33년 만에 5800배 가까이 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바스키아의 경매 기록 상위권은 다음과 같다. 2위는 'In This Case'(1983)로 2021년 9310만 달러, 3위는 대형 무제 작품(1982)으로 2022년 8500만 달러, 4위는 'El Gran Espectaculo (The Nile)'(1983)로 2023년 6711만 달러에 거래됐다.
프린트 시장에서도 바스키아는 독보적이다. 2022년 'Untitled'(1983) 에디션이 300만 파운드(약 50억원) 이상에 거래되며 바스키아 프린트 최고가를 기록했다. 'BACK OF THE NECK'은 24점 에디션과 3점의 작가 증명본(AP)으로 제작됐으며, 현재 추정가는 70만100만 파운드(약 12억17억원)다.
바스키아의 작품은 보카 레이튼 미술관(플로리다), 인디애나폴리스 미술관, 파리 프티 팔레, 뉴욕 현대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는 생전에도 사후에도 거리 예술을 정통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혁명가로, 미술사에서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
klifejourney2025@gmail.com
[ⓒ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