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 현대 합창음악의 정수 'O Magnum Mysterium'...모튼 로리드센의 영적 세계를 담은 명반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2-15 01:53:45

모튼 로리드센(Morten Lauridsen)의  'O Magnum Mysterium'(위대한 신비) 사진 | 핸슬러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이 음반은 미국 현대 합창음악의 거장 모튼 로리드센(Morten Lauridsen)의 대표작들을 집대성한 것이다. 핸슬러 클래식(Hanssler Classic) 레이블에서 2006년 발매한 'O Magnum Mysterium' 앨범은 유럽 챔버 합창단(Chamber Choir of Europe)과 니콜 마트(Nicol Matt) 지휘자의 완벽한 해석으로 작곡가의 영적이고 서정적인 음악 세계를 생생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43년 생인 로리드센은 USC 손튼 음대에서 40년 넘게 작곡을 가르치며 미국 합창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의 음악은 그레고리오 성가와 중세·르네상스 기법을 현대적 화성과 융합하여 독특한 신비주의적 분위기를 창출한다. 음악학자 닉 스트림플(Nick Strimple)은 로리드센을 "미국 작곡가 중 유일하게 신비주의자로 불릴 수 있는 인물"이라 평했다.

이 앨범의 타이틀 곡 'O Magnum Mysterium'(위대한 신비)은 1994년 작곡되었다. 크리스마스 성무일도의 라틴어 텍스트를 바탕으로 한 이 무반주 모테트는 초연 이후 전 세계에서 수천 회 이상 연주되며 20세기 후반 가장 사랑받는 합창곡 반열에 올랐다. 작곡가는 워싱턴주 외딴 섬의 50달러짜리 피아노 앞에서 이 곡을 썼으며, "깊은 내적 기쁨의 조용한 노래"로 묘사했다.

로리드센의 창작 기법은 작품마다 다채롭다. 라틴어 성가인 'Lux Aeterna'(영원한 빛, 1997)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율을 인용하며 중세적 경건함과 현대적 화성미를 결합한다. 반면 르네상스 이탈리아 시에 곡을 붙인 'Madrigali'(1984)는 고도로 반음계적이고 때로 무조적이어서 강렬한 정서적 긴장을 조성한다. 프랑스어로 노래하는 'Les Chansons des Roses'(장미의 노래들, 1993)는 서정성과 화성적 풍요로움이 돋보이며, 특히 마지막 곡 'Dirait-on'은 피아노 반주와 함께 섬세한 시적 정취를 자아낸다.
 
유럽 챔버 합창단은 1997년 '노르딕 챔버 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창단되어 2002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했다. 유럽 10여 개국에서 온 전문 성악가 솔리스트들로 구성된 이 앙상블은 2000년 유럽의 권위 있는 마르크토버도르프 국제 합창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지휘자 니콜 마트는 1970년 독일 슈바르츠발트의 성 게오르겐에서 태어나 슈투트가르트와 트로싱엔, 스트라스부르에서 교회음악과 합창 지휘를 공부했다. 에릭 에릭슨과 프리더 베르니우스 같은 거장들에게 사사한 그는 바흐에서 브루크너, 모차르트에서 현대 작곡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100여 장이 넘는 음반을 녹음했다. 특히 로리드센, 존 루터 등 현대 합창 작곡가들과 긴밀히 협업하며 21세기 합창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이 앨범은 2000년 1월 독일 파우텐바흐 알테 교회와 뷔르츠부르크 성 아달베르트 교회에서 녹음되었다. 오르가니스트 요르그 할루벡(Jorg Halubek)이 'Lux Aeterna'에서 오르간 반주를, 로리드센 본인이 'Dirait-on'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아 작품에 특별한 권위를 더했다.
 
이 음반의 가치는 단순한 연주 완성도를 넘어선다. 유럽 챔버 합창단은 투명하면서도 따뜻한 음색, 완벽한 인토네이션, 섬세한 다이내믹 조절로 로리드센 음악의 본질인 '고요한 환희'를 구현한다. 특히 'O Magnum Mysterium'에서 알토 파트가 'Virgo'(처녀)라는 단어에서 부르는 불협화음은 작곡가가 "이 곡에서 가장 중요한 음"이라 밝힌 대목으로, 마리아의 깊은 영적 고통을 표현한다.

니콜 마트의 지휘는 여유 있는 템포로 음악이 숨 쉴 공간을 충분히 제공하면서도, 프레이징의 긴장과 이완을 섬세하게 조율한다. 'Lux Aeterna'의 장엄한 'Agnus Dei'(신의 어린양, 11분)에서는 오르간의 깊은 울림과 합창의 다층적 화성이 어우러져 초월적 경험을 선사한다.

클래식 전문지 포노 포럼(Fono Forum)은 2000년 12월호에서 이 앨범을 극찬하며 "합창단의 뛰어난 음질뿐 아니라 명료한 딕션과 정확한 음정이 인상적"이라 평했다. 2011년 바흐 모테트 녹음으로 프랑스의 권위 있는 디아파종 도르(Diapason d'Or) 상을 수상한 이 앙상블은 유럽 합창계에서 확고한 위상을 굳혔다.
 
로리드센의 음악은 21세기 초 합창음악의 르네상스를 주도했다. 에릭 휘타크르, 하워드 구달, 올라 예일로 등 '천상의 화성'을 추구하는 작곡가 세대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 음반은 로리드센의 작곡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입문서이자, 현대 합창음악의 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기념비적 녹음이다. 77분에 달하는 수록 시간 동안 청자는 중세 성가의 경건함, 르네상스 마드리갈의 정열,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섬세함을 넘나들며 영적 순례를 경험하게 된다.

2007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예술훈장(National Medal of Arts)을 받은 로리드센은 현재까지도 USC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200여 장의 음반에 수록되었고, 다섯 차례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이 음반은 그중에서도 작곡가 본인이 직접 참여하고 유럽 최고 수준의 앙상블이 연주한 결정판으로, 로리드센 음악을 이해하는 필수 레퍼런스로 자리매김했다. 

klifejourney2025@gmail.com

[ⓒ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