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먹] 고기 먹을 때 깻잎·상추·고추가 필수인 과학적 이유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2-19 01:32:30

발암물질 차단부터 영양 균형까지, 한국 쌈 문화의 지혜 고추, 깻잎, 상추(왼쪽부터) 이여름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 | 이주상 기자] 삼겹살이나 목살을 구울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깻잎, 상추, 고추다. 사진 속 싱싱한 초록빛 깻잎과 청·적치마 상추, 그리고 매콤한 청양고추는 단순한 곁들임이 아니다. 수백 년간 이어져 온 한국의 쌈 문화에는 영양학적 과학이 숨어 있다.
 
고기를 구울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발암물질 벤조피렌이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벤조피렌은 고기가 검게 탈 때 생성된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따르면 채소와 과일 섭취가 벤조피렌의 체내 독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깻잎과 상추, 고추가 바로 이 역할을 한다. 특히 깻잎과 상추에 풍부한 항산화 성분은 고기를 구울 때 생성되는 유해 물질의 독성을 줄인다.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 역시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내며, 고기 섭취 시 생성되는 화학적 물질을 중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깻잎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먹는 채소다. '식탁 위의 명약'이라 불릴 만큼 영양이 풍부하다. 칼슘 함량이 100g당 296mg으로 시금치(42mg)보다 7배, 상추(111mg)보다 2.7배 많다. 철분도 1.91mg으로 케일의 2배에 달한다. 베타카로틴은 9.145mg으로 당근(7.62mg)보다 많다. 고기나 생선과 영양학적으로 궁합이 좋고 기능 성분도 풍부한 깻잎은 많이 섭취할수록 좋다.

깻잎의 가장 큰 장점은 육류와의 영양 보완이다. 고기에 많은 포화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지만, 깻잎의 불포화지방산은 오히려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예방한다. 깻잎의 혈액 중 지방 성분 증가 억제 효과는 동맥경화 예방으로 이어진다.

향긋한 향을 내는 페릴케톤, 페릴라알데하이드 등의 정유 성분은 항균 작용을 한다. 돼지고기의 누린내와 잡내를 줄여주는 것은 물론, 생선회와 함께 먹으면 식중독 예방 효과까지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국 깻잎이 기능성 표시 식품으로 등록돼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수분이 95% 이상인 상추는 100g당 18~23kcal에 불과한 저칼로리 채소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영양은 결코 가볍지 않다.
상추가 고기와 함께 먹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양 보완이다. 육류에 부족한 비타민 C, 베타카로틴, 식이섬유를 상추가 보충한다. 상추 100g에는 비타민 A 205㎍, 비타민 C 0.18mg, 식이섬유 3.8g이 들어 있다.

동의보감은 상추를 "성질이 차고 맛이 쓰며 오장을 편하게 하고 가슴에 막혔던 기를 통하게 한다"고 기록했다. 현대 영양학도 이를 뒷받침한다.

상추의 칼륨을 비롯한 무기질은 피를 맑게 하는 청혈작용을 한다. 몸속 노폐물을 배출시켜 고기의 지방 성분이 혈액과 혈관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줄인다. 간에 쌓인 독성물질을 해독하고 노폐물과 함께 체외로 배출시켜 간 기능을 좋게 하며,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상추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하얀 진액 속 락투카리움, 락투신 성분은 신경 안정과 통증 완화 효과가 있다. "점심에 상추 먹지 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졸음을 유발하지만, 스트레스 완화에는 탁월하다. 상추에 풍부한 루테인은 눈의 황반 구성 성분으로, 황반변성 예방에 좋다. 하루 상추 한 주먹(약 100g)이면 루테인 권장량을 충족할 수 있다.
 
고추를 고기와 함께 먹는 것은 단순히 매운맛 때문이 아니다.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은 소화를 돕는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고추 100g에는 비타민 C가 43.95mg 들어 있다. 사과보다 18~30배 많은 양이다. 캡사이신 때문에 비타민 C가 쉽게 산화되지 않아 조리 과정 중 손실량이 다른 채소보다 적다.

캡사이신의 가장 큰 장점은 소화 촉진이다. 매운맛이 침샘과 위샘을 자극해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 평소 몸이 차서 소화 장애를 자주 겪는 사람에게 특히 좋다. 육류는 소화가 느린 편인데, 고추가 이를 도와준다.

캡사이신은 혈액순환도 개선한다. 혈액 속 총콜레스테롤 수준을 낮춰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고기에 많은 포화지방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막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위 건강 효과다. 매운 음식이 위에 나쁠 것 같지만, 연구 결과는 정반대다. 캡사이신을 섭취하면 지각신경 말단에서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물질이 방출된다. CGRP는 위염을 억제하는 프로스타글란딘 물질을 증가시켜 위의 염증을 막는다.

고추의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은 뇌세포막의 산화를 늦추고 뇌세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다. 노화를 늦추고 치매 예방에도 기여한다. 고추씨에는 23~29%의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다. 포화지방이 많은 육류와 달리 몸의 손상을 줄이고 몸속 노폐물을 걸러주는 작용을 한다. 캡사이신은 젖산균의 발육을 돕기 때문에 김치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깻잎 한 장에 고기를 올리고, 그 위에 상추를 겹쳐 쌈장을 찍어 먹으며, 청양고추로 매운맛을 더하는 한국의 쌈 문화. 이는 단순한 식습관이 아니라 영양학적 균형을 위한 선조들의 지혜다.

육류의 단백질과 지방, 깻잎과 상추의 비타민과 무기질, 고추의 캡사이신이 한입에 어우러진다. 고기의 포화지방은 채소의 불포화지방과 식이섬유로 균형을 맞추고, 발암물질은 항산화 성분으로 중화되며, 느린 소화는 캡사이신으로 촉진된다.

깻잎 100g은 47kcal, 상추는 18~23kcal로 저칼로리다. 고기를 먹으면서도 채소를 듬뿍 섭취해 포만감을 높이고 과식을 막는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예방에도 좋다.

최근 채소 가격이 오르면서 고깃집 테이블에서 쌈 채소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양사들은 "고기만 먹으면 영양 불균형이 생긴다"며 "반드시 채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쌈 채소 섭취 요령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기 1인분(100120g)에 쌈 채소는 최소 100g 이상 먹는다. 깻잎 57장, 상추 5~7장 정도다. 둘째, 채소를 먼저 씻은 후 고기를 다룬다. 육류를 만진 손으로 채소를 만지면 교차 오염이 될 수 있다. 셋째, 깻잎과 상추는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씻는다. 깻잎은 잔털에 이물질이 부착되기 쉬우므로 한 장씩 꼼꼼히 씻는다. 

넷째, 고추는 꼭지와 씨를 제거하지 말고 통째로 먹는다. 캡사이신이 가장 많은 부분이 씨와 태자리(씨가 붙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쌈장보다는 소금이나 된장을 활용한다. 쌈장의 나트륨 함량이 높아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 위험이 있다.
 
한국의 쌈 문화는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육류를 먹으면서도 채소를 동시에 섭취해 영양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 건강식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와이오밍대 연구팀은 캡사이신이 체내 지방 연소를 돕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한국 깻잎을 기능성 식품으로 등록했다. 유럽에서는 상추의 락투카리움 성분을 천연 진정제로 연구 중이다.

고기를 즐기면서도 건강을 지키는 방법. 그 해답은 깻잎, 상추, 고추로 대표되는 쌈 채소에 있다. 신선한 채소들이 단순한 곁들임이 아니라 필수 영양 파트너인 이유다. 삼겹살이나 목살을 먹을 때는 쌈 채소를 아끼지 말자. 한 점의 고기에 깻잎 한 장, 상추 한 장, 그리고 청양고추 한 입. 이것이 바로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는 한국식 고기 먹기의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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