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 분홍 속살을 머금은 황금빛 유혹, 돼지 목살구이의 모든 것!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2-19 01:07:59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서울 지하철 8호선 장지역 인근 음식점 '인생돼지'의 대표 메뉴인 돼지 목살구이가 미식가들 사이에서 화제다. 그릴 위에서 황금빛으로 구워진 목살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익힘 정도를 자랑한다. 단면을 보면 옅은 분홍빛이 감도는 미디엄 상태로, 육즙이 가득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돼지 목살은 돼지의 목에서 어깨까지 연결된 부위로, 영어권에서는 '보스턴 버트(Boston Butt)'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 명칭은 미국 식민지 시절 보스턴의 도축업자들이 저렴했던 목살을 배럴통(butt)에 담아 다른 지역으로 판매하면서 유래했다. 엉덩이살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돼지의 앞쪽 상단 부위다.
한국에서 목살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은 1980-90년대다. 1934년 동아일보 기사에서 "뒤 넓적다리와 배 사이에 있는 세겹살이 제일 맛이 있고 그다음으로는 목덜미 살이 맛이 있다"고 소개될 정도로 일찍이 그 맛을 인정받았다. 당시에는 삼겹살보다 살코기가 많은 목살이 더 선호되었다. 고기를 무게로 팔던 시절, 비계가 대부분인 삼겹살보다 실속 있게 살코기를 먹을 수 있는 목살이 인기였던 것이다.
돼지 목살의 가장 큰 매력은 지방과 살코기의 조화다. 여러 개의 근육이 모여 있는 부위로, 근육막 사이에 지방이 적당히 박혀 있어 풍미가 뛰어나다. 삼겹살처럼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등심처럼 퍽퍽하지 않은, 절묘한 균형을 자랑한다.
목살은 돼지 한 마리에서 약 1.5~2kg 정도 생산되며, 운동량이 많은 부위라 근육이 발달돼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구워 먹을 때 쫄깃한 식감과 함께 고소한 육즙이 입안에서 터진다. 삼겹살과 함께 먹을 때는 목살을 먼저 먹는 것이 좋다. 기름진 삼겹살을 먼저 먹으면 상대적으로 담백한 목살이 퍽퍽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돼지 목살은 맛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 100g당 약 264~269kcal로, 삼겹살(331kcal)에 비해 칼로리가 낮은 편이다. 단백질은 100g당 약 23g으로 풍부하며, 지방은 18.9g 정도로 삼겹살보다 적다.
특히 목살에는 탄수화물의 체내 대사에 필요한 비타민B1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의 식생활에 꼭 필요한 성분이다. 혈액 생성에 필수적인 비타민B12도 많이 들어 있어 빈혈 예방에 효과적이다. 철분, 인, 칼륨 등 각종 미네랄도 풍부하며,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에도 좋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구이보다는 수육으로 삶아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삶는 과정에서 지방이 빠져나가 열량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속 '인생돼지'의 목살이 특히 돋보이는 이유는 적절한 숙성 때문이다. 육안으로 봐도 고기의 결이 곱고 지방이 고르게 분포돼 있으며, 단면의 색상이 균일한 분홍빛을 띠고 있다. 이는 숙성이 잘 된 고기의 특징이다.
돼지고기 숙성은 크게 습식 숙성(웻 에이징)과 건식 숙성으로 나뉜다. 습식 숙성은 고기를 진공 포장해 냉장 상태에서 3일~1주일 정도 보관하는 방식으로, 육즙을 유지하면서 부드러움과 풍미를 향상시킨다. 최근에는 120시간(5일) 이상 습식 숙성한 목살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건식 숙성은 온도와 습도가 조절된 환경에서 1~2주간 공기 중에 노출시켜 건조하며 숙성하는 방식이다. 표면이 건조되면서 향이 농축되고 감칠맛이 깊어진다. 목살은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이 좋아 건식 숙성으로 풍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
최근 목살 시장은 프리미엄화 추세다. 숙성 목살, 특정 브랜드 돈육, 냉장육 등 고급화 전략이 주효하면서 가격대가 상승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단순히 저렴한 고기가 아닌, 제대로 관리되고 숙성된 고품질 목살을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
또한 조리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소금구이나 쌈싸먹기에서 벗어나, 스테이크처럼 두툼하게 썰어 먹거나, 수비드로 조리하거나, 훈제로 만드는 등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수 부위인 항정살(목살 뒷덜미 부위)이나 가브리살(목살과 등심 연결 부위)처럼 목살 주변의 희소 부위도 주목받고 있다.
목살을 더 건강하게 즐기려면 몇 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상추나 깻잎 같은 채소와 함께 먹는다. 비타민C와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는 돼지고기의 단백질 흡수를 돕고 소화를 원활하게 한다. 특히 연근은 철분과 비타민C가 풍부해 목살과 궁합이 좋다.
둘째, 과식하지 않는다. 아무리 삼겹살보다 열량이 낮다 해도 과하면 독이다. 1인분 200g 정도가 적당하다.
셋째, 구울 때 태우지 않도록 주의한다. 탄 부분에는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으므로 태운 부분은 제거하고 먹는다.
장지역 '인생돼지'의 목살구이처럼, 좋은 원육을 적절히 숙성해 정성껏 구워낸 목살 한 점은 그 자체로 행복이다. 지방과 살코기의 조화, 숙성이 만들어낸 깊은 맛, 그릴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까지. 돼지 목살구이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울푸드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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