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 17세기 이탈리아 귀족사회의 은밀한 사랑노래...바로크 이중창 레퍼토리 복원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1-24 00:41:03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프랑스의 아르카나 레이블이 17세기 후반~18세기 초 이탈리아 바로크 작곡가 3인의 실내 이중창 작품을 집대성한 음반 '만일 자주 고요한 눈물로(Se con stille frequenti)'를 발매했다.
이번 음반은 아고스티노 스테파니, 안토니오 로티, 조반니 보논치니 등 베네치아 악파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실내 이중창(duetti da camera) 30곡을 수록했다. 실내 이중창은 17세기 이탈리아 귀족 살롱에서 연주되던 성악 장르로, 오페라보다 친밀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이 특징이다.
수록된 작곡가들은 헨델과 동시대에 유럽 음악계를 주도했던 거장들이다. 스테파니는 하노버 궁정 악장을 지낸 외교관 겸 작곡가로, 헨델에게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로티는 베네치아 산 마르코 대성당의 악장으로 40년간 재직하며 베네치아 성악 전통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보논치니는 한때 런던에서 헨델의 최대 경쟁자로 군림했던 인물이다. 그의 오페라는 당시 헨델 작품만큼이나 인기를 끌었으나, 이후 역사 속에서 잊혔다. 이번 음반은 이들의 실내 성악곡을 통해 바로크 시대 음악사의 균형 잡힌 조망을 제시한다.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콘트랄토 사라 밍가르도가 주도했다. 밍가르도는 바로크 오페라 해석의 권위자로, 윌리엄 크리스티, 르네 야콥스 등 세계 정상급 지휘자들과 협업해왔다. 이번 녹음에서는 예술감독 겸 주연 성악가로 참여해 작품 선곡부터 해석까지 총괄했다.
프란체스카 빌리오티, 로리아나 카스텔라노, 리사 카스트리냐노, 조르지아 친치리피, 레아 데장드르, 실비아 프리가토, 루치아 나폴리 등 7명의 소프라노·메조소프라노가 함께했다. 각기 다른 음색과 해석을 가진 성악가들이 30개 이중창을 분담해 연주하면서도 일관된 양식적 통일성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주는 치나콜로 무지칼레 앙상블이 맡았다. 이들은 류트, 테오르보, 하프시코드, 바이올린 등 17세기 통주저음 편성으로 당시 귀족 살롱의 친밀한 음향을 재현했다.
녹음은 2014년과 2015년 이탈리아 포르데노네의 빌라 카타네오에서 진행됐다. 르네상스 건축물의 음향적 특성을 살려 당시 궁정 연주의 친밀감을 담아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음반에는 영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 해설이 수록됐으며, 이탈리아어 가사 전문도 포함됐다. 커버에는 베네치아 화가 세바스티아노 리치의 천사 그림을 사용해 바로크 시대 예술적 분위기를 시각적으로도 구현했다.
평론가들은 이번 음반이 헨델 중심의 바로크 성악사 서술에서 벗어나 이탈리아 궁정 음악의 다채로운 면모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한다.
klifejourney2025@gmail.com
[ⓒ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
- 1[이 음반] 귄터 헤르비히의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냉전시대 동독 클래식의 금자탑
- 2"정의의 아이콘 김도기로 돌아왔다"... 이제훈, '모범택시3'로 입증한 대체 불가 배우 파워
- 3[이 책] "역사는 과학이 될 수 있는가"... 피터 터친 '제국의 탄생', 수학으로 인류 문명 흥망성쇠 해독하다
- 4엔믹스 릴리, 블랙 레더 재킷으로 완성한 시크 공항 패션... "금발+올블랙 조합 완벽"
- 5[이 책] "청산되지 않은 역사, 오늘도 반복된다"... 정운현 『친일파의 한국 현대사』, 대한민국 권력구조의 민낯 파헤쳐
- 6[이 책] "인류 문명의 불평등은 어디서 비롯됐나"... 제러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역사학계 패러다임 전환 이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