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 백건우, 40년 숙원 담은 '그라나도스 고예스카스'... 예술적 성취의 정점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1-02 00:11:05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반세기 가까이 품어온 꿈을 음반으로 완성했다. 백건우가 연주한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백건우는 2022년 9월 19일 스페인 작곡가 엔리케 그라나도스의 피아노 모음곡 '고예스카스' 전곡을 도이치 그라모폰(DG) 레이블로 발매했다. 이는 2019년 쇼팽 녹턴 전곡, 2020년 슈만에 이어 DG에서 나온 백건우의 세 번째 피아노 독주 앨범이다.
 
백건우는 42년 전 미국 뉴욕에서 공부하던 학생 시절 카네기홀에서 스페인 출신의 피아니스트 알리시야 데 라로차가 연주하는 고예스카스를 처음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이 음악을 듣는 순간 카네기홀에 햇빛이 내리쬐는 따뜻함을 느꼈고, 음악을 통해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 음악회였다며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언젠가 이 곡을 녹음하고 연주하기를 꿈꿨는데 수십 년이 흘렀다는 그의 말처럼, 이 음반은 그의 오랜 음악적 여정의 결정체다.
 
고예스카스는 그라나도스가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7곡으로 구성된 피아노 모음곡이다. 마치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스페인의 색채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그라나도스의 대표작으로, 그라나도스 자신은 이 작품에 대해 "슬픔과 우아함이 뒤섞여 있으며, 리듬·색채·삶, 이 세 가지가 스페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백건우는 그라나도스의 음악이 다채롭고 세련되면서도 감정 표현이 자유롭다며, 고예스카스를 연주하며 마음에 자유를 찾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앨범에서 백건우는 담담한 터치로 스페인의 민속 정서를 표현하며 또 다른 예술적 성취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건우가 들려주는 선율은 과거 위대한 오페라 성악가들의 성악 예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유려하며, 피아노를 통해서 이러한 노래를 들려주는 피아니스트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매우 드물다는 극찬을 받았다.

'사랑의 속삭임'을 시작으로 총 7곡으로 구성된 이 곡은 70분 가량 진행되는 난곡으로, 피아니스트에게 높은 기교와 음악적 성숙도를 요구한다. 백건우는 프란츠 리스트를 통해 낭만주의 피아노의 정수에, 모리스 라벨 등을 포함한 프랑스 음악을 통해 프랑스인의 정서를, 이어 이 작품을 통해 스페인을 체득하기에 이르렀다.

음반 커버 제목은 백건우가 직접 손글씨로 적었으며, 백건우가 직접 찍은 사진들도 앨범에 담겨 특별함을 더했다. 백건우는 음반 발매에 앞서 고야의 작품들이 소장된 마드리드의 산페르난도 왕립미술관에서 연주회를 열었으며, 고야가 30년 동안 미술을 가르쳤던 곳에서 이 곡을 연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79세의 거장이 반세기를 품고 완성한 이 음반은 단순한 연주 음반을 넘어, 한 예술가의 긴 여정과 음악적 성찰이 집약된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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