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배우 김윤석과 구교환, 홍의정 감독이 3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폭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작품을 소개했다. 박경림이 사회를 맡은 이날 행사에서 세 사람은 영화의 주제와 현장 뒷이야기, 서로에 대한 애정을 풀어냈다.
‘폭설’은 폭설로 고립된 시골 기차역에서 퇴직을 앞둔 역장 갑수(김윤석 분)와 새로 부임한 후임 현택(구교환 분) 앞에 의문의 시신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영화는 11월 18일 개봉한다.
퇴직 하루 전, 설오역에 눈이 쏟아졌다
이야기는 평생 설오역을 지켜온 갑수가 마지막 근무일을 맞는 날 시작된다. 갑작스러운 폭설로 후임의 도착이 늦어지고, 설오역은 눈 속에 고립된다. 다음 날 도착한 현택과 인수인계를 이어가던 중 두 사람은 선로 위에서 의문의 시신을 발견한다. 평온하던 외딴 역의 공기는 순식간에 뒤집히고, 서로를 의심하는 두 사람의 신경전이 시작된다.
홍의정 감독은 “고립된 공간에서 인간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극단적인 상황이 인간의 모순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희비극의 묘미
이 영화가 내세우는 가장 큰 무기는 긴장과 웃음이 한 장면 안에서 교차하는 ‘희비극’의 정서다. 김윤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들 하는데, 이 영화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한 인간이 아니라 나약한 인간의 마음이 선택을 할 때 희비극이 일어난다”며 “자연스럽게 블랙 코미디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극한 상황에 몰린 인물들의 판단이 때로는 불안정하고 어긋나기도 한다고 짚었다. 그는 “본인들은 심각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피식 웃음이 날 수도, 걱정이 될 수도 있다”며 “그런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모두 생존과 자기 안위를 위한 인간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관객이 사건마다 판단이 바뀌는 재미를 느끼기를 바란다는 설명이다.
김윤석·구교환, ‘모가디슈’ 이후 다시 만난 두 남자의 호흡
영화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단연 김윤석과 구교환의 만남이다. 두 사람은 ‘모가디슈’(2021)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이날 두 사람은 시종 서로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윤석은 구교환을 ‘피터팬 같은 배우’라고 표현한 이유를 묻자 “동심이 남아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그는 “그런 분들은 일흔, 여든이 돼도 눈동자와 표정에 동심이 남아 있다”며 “모로코에서 처음 만났을 때 구교환 씨에게서 곧바로 그 동심이 느껴졌고, 그래서 금방 친해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10년 뒤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편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구교환은 한술 더 떠 김윤석을 ‘팅커벨’에 빗대 객석을 웃게 했다. 그는 “선배님이 동심이 있는 분이라 저를 그렇게 바라봐 주신 것 같다”며 “동심끼리 알아본 것”이라고 대답했다. 구교환은 이번 작품을 택한 이유로 “시나리오도 시나리오지만, 윤석 선배님과 꼭 다시 만나고 싶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스크린 밖에서도 이어졌다. 구교환은 “한정된 공간에서 선배님, 감독님과 리허설을 많이 했고, 촬영이 끝나면 선배님과 맛있는 만두와 냉면을 먹으러 다녔다”고 전했다. 한번 꽂히면 그것만 계속 먹는 식성까지 닮았다는 설명이다. 김윤석은 “두 사람이 호흡이 안 맞을 수가 없다. 먹는 것부터 자는 것까지, 티키타카가 끊이지 않는 판을 깔아주셨다”고 말했다. 김윤석은 갑수 역을 맡은 입장에서 “나이 든 사람은 더 잘 삐지고 무뚝뚝한데, 분위기만 조금 맞춰주면 간도 다 빼준다”고 농담을 던지며 극 중 두 사람의 관계를 귀띔했다.
프레스킷에서 김윤석은 “작업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친구이자 동료, 선후배이자 형과 동생 사이가 되었다”고 했고, 구교환은 “김윤석 선배님은 연기할 때마다 ‘진짜’를 던져주셨고, 나는 반응만 해도 충분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두 배우를 “김윤석은 천재, 구교환은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괴인”이라고 표현했다.
공간이 곧 캐릭터…설오역이 빚어낸 ‘한 폭의 겨울’
설오역은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홍 감독은 “설오역을 하나의 캐릭터로 보이게 하고 싶었다”며 “한때 바쁘고 활동적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홀로 남은 역이 퇴직을 앞둔 갑수의 삶과 닮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파묘’의 서성경 미술감독과 ‘벌새’의 강국현 촬영감독이 힘을 모았다. 석탄 운송으로 번성하던 시절의 사진과 오래된 철도 용품, 수십 년간 써온 업무일지 등으로 역의 시간을 쌓았고, 하얀 눈과 검은 까마귀, 백돌과 흑돌, 갑수의 백발과 현택의 흑발 같은 ‘대비’의 이미지로 두 인물의 부딪힘을 시각화했다. 음악은 타악기가 인물들을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긴장을 만들고, 유머가 필요한 순간에는 오히려 음악이 멈추거나 물러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김윤석은 소품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담금주가 영화에 아주 많이 나오는데, 갑수에게는 퇴직금 같은 재산”이라며 “손수 펜으로 쓴 수십 권의 업무일지도 설오역의 역사와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아끼는 소품으로는 사냥용 장총을 꼽으며 “예고편에 나온 ‘히든카드’”라고 귀띔했다.
다회차 관람 부르는 영화…“누구를 따라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연출진과 배우들이 꼽은 흥행 포인트는 ‘시선의 이동’이다. 홍 감독은 “보는 시선에 따라 이야기가 다르게 보이는 영화”라며 “두 캐릭터, 혹은 네 캐릭터를 따라가며 내 마음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계속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환은 “갑수의 시점으로 볼 때와 현택의 시점으로 볼 때가 다르다”며 “한 번 보고 나서 누구를 따라갈지 정해 다시 보는 재미가 있다”고 다회차 관람을 권했다. 그는 스포일러 없이 극장을 찾아 달라고도 당부했다.
극장에는 두 주연 외에 설오파출소 경찰 역의 박수영과 노윤서도 긴장과 웃음을 더한다. 두 배우는 이날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선후배 경찰 사이의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윤석은 “이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올 텐데, 저희 영화는 말 그대로 겨울이 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올겨울을 잘 대비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으로 물들였다. 11월 극장가에 내려진 ‘폭설주의보’가 관객의 발길을 어디까지 끌어당길지 관심이 쏠린다.
klifejourney2025@gmail.com
[저작권자ⓒ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K집중분석]](https://klifejourney.com/news/data/2026/10/30/p1065559626147697_250_h2.jpg)
![[K집중분석]](https://klifejourney.com/news/data/2026/10/30/p1065559207620643_608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