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 기관 미쉐린 가이드가 호텔 평가 시스템인 '미쉐린 키(MICHELIN Key)' 글로벌 셀렉션을 10월 9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번 발표로 전 세계 120개국 2,457곳의 호텔이 미쉐린의 첫 공식 호텔 가이드에 이름을 올렸으며, 한국에서는 8곳이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미쉐린 가이드는 지난해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미국 등 15개 주요 여행 목적지에서 미쉐린 키를 시범 운영한 데 이어, 약 1년간 전 세계 7,000곳 이상의 호텔을 직접 방문 평가해 이번 글로벌 셀렉션을 완성했다.
100년 이상 레스토랑 평가로 신뢰를 쌓아온 미쉐린이 호텔 산업에 본격 진출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호텔 선택의 새로운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쉐린 키는 레스토랑 평가의 미쉐린 스타와 동일한 수준의 엄격한 기준과 익명성을 유지하며 평가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의 한 관계자는 "레스토랑 평가에서 축적한 100년 이상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호텔 산업에서도 여행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하게 됐다"며 "모든 평가는 익명의 전문 심사위원들이 직접 투숙하며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글로벌 셀렉션에서 한국은 미쉐린 2키 2곳, 미쉐린 1키 6곳 등 총 8개 호텔이 선정됐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로, 한국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최고 등급인 미쉐린 2키를 받은 곳은 시그니엘 부산과 시그니엘 서울이다. 시그니엘 부산은 LCT 더 샵 타워 내 위치하며, 해운대 해변의 탁 트인 오션뷰와 세계적 수준의 이비스코 스파(EVISCO Spa)를 갖춘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객실 전체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입지와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적 미감을 담은 인테리어 디자인, 세심한 맞춤형 서비스가 강점으로 꼽혔다.
시그니엘 서울은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 타워 76층부터 101층에 걸쳐 위치해 서울 전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독보적인 도시 전망을 자랑한다. 높이 500미터가 넘는 초고층에서 제공되는 럭셔리 경험과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스테이'를 비롯한 다이닝 옵션, 그리고 최첨단 시설이 어우러진 점이 호평받았다.
롯데호텔의 한 관계자는 "시그니엘 브랜드가 글로벌 무대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돼 매우 뜻깊다"며 "앞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호스피탈리티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쉐린 1키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6개 럭셔리 호텔이 선정됐다. 서울신라호텔은 1979년 개관 이래 한국 호텔 산업의 전통과 품격을 상징하는 곳으로, 23만 평에 달하는 광대한 정원과 클래식한 럭셔리가 조화를 이룬 점이 인정받았다.
조선 팰리스는 1914년 개관한 조선호텔의 전통을 잇는 명품 호텔로, 서울 도심 속 고즈넉한 분위기와 한국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파라다이스 시티 아트파라디소는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복합 리조트로, 예술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독특한 콘셉트와 3,000여 점의 현대 미술 작품이 전시된 아트테인먼트 공간이 차별화 요소로 평가받았다.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 위치한 글로벌 체인 호텔로, 비즈니스 여행객을 위한 최적의 입지와 세련된 현대적 감각이 강점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광화문 중심부에 자리한 럭셔리 호텔로, 한국 전통 건축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과 포시즌스 특유의 세심한 서비스가 인정받았다.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는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리조트로, 제주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룬 건축 디자인, 세계적 수준의 골프 코스와 스파 시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쉐린 키는 레스토랑 평가의 미쉐린 스타와는 다른 기준으로 운영된다. 음식의 질을 평가하는 스타와 달리, 키는 호텔의 건축 및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 품질, 입지와 주변 환경, 시설의 독창성과 개성 등 전반적인 환대(hospitality) 경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등급별 의미는 다음과 같다.
미쉐린 1키: 매우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 디자인, 서비스, 입지가 뛰어나며 기억에 남을 만한 숙박을 선사한다.
미쉐린 2키: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을 탁월한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미쉐린 3키: 평생 잊지 못할 경험으로, 호텔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곳. 전 세계적으로도 극소수만 선정되는 최고 등급이다.
이번 글로벌 셀렉션에서 미쉐린 3키를 받은 호텔은 전 세계적으로 단 189곳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는 아직 3키 호텔이 배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평가에서 한국 호텔들의 추가 약진을 기대하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그웬달 뿔레넥(Gwendal Poullennec)은 "미쉐린 키는 단순히 편안한 숙박을 넘어, 디자인과 서비스, 입지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진정으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들을 조명할 것"이라며 "여행자들이 전 세계 어디서든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각 호텔의 고유한 개성과 지역 문화를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라며 "한국에 선정된 호텔들은 모두 한국적 미감과 세계적 수준의 서비스를 조화롭게 구현한 곳들"이라고 덧붙였다.
전체 미쉐린 키 셀렉션 정보는 미쉐린 가이드 공식 웹사이트(guide.michelin.com)와 모바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국가, 도시, 등급별로 호텔을 검색하고 상세 정보와 사진, 전문가 리뷰를 열람할 수 있다.
특히 미쉐린 가이드 플러스(MICHELIN Guide Plus) 멤버십에 가입하면 전 세계 1,500개 이상의 파트너 호텔에서 객실 업그레이드, 무료 조식 제공, 레이트 체크아웃, 스파 크레딧 등 다양한 특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멤버십 비용은 연간 99달러(약 13만 원)이며,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예약 우선권도 함께 제공된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미쉐린 키 선정은 호텔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실질적인 예약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쉐린 스타가 레스토랑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됐듯, 미쉐린 키 역시 호텔 예약 시장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쉐린 가이드는 향후 매년 셀렉션을 업데이트하고 평가 대상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더 많은 호텔들이 미쉐린 키 획득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내 호스피탈리티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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