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독일 후기 바로크 음악의 거장 하인리히 쉬츠(Heinrich Schutz, 1585-1672)의 대표작 '신성교향곡 1집(Symphoniae Sacrae I, 1629)'이 콘체르토 팔라티노(Concerto Palatino)의 연주로 ACCENT 레이블에서 발매된 이 음반은, 17세기 독일 성악음악의 정수를 현대에 완벽히 구현한 역사적 녹음으로 평가받고 있다.
1629년 베네치아에서 출판된 이 작품집은 쉬츠가 이탈리아 바로크 양식을 독일 음악 전통과 융합한 결정판이다. 당시 독일은 30년 전쟁(1618-1648)의 참화 속에 있었고, 쉬츠는 드레스덴 궁정 악장으로서 전쟁의 고통과 종교적 갈등을 목도하며 이 작품들을 작곡했다.
전체 20곡으로 구성된 이 곡집은 라틴어 성서 텍스트에 기반한 모테트와 콘체르토 형식의 성악곡들로, 1-4성부의 성악과 통주저음, 다양한 악기 편성이 어우러진다. 특히 베네치아 악파의 영향을 받은 복합창(polychoral) 기법과 극적인 텍스트 표현이 두드러진다.
이 음반의 핵심은 성악과 기악의 완벽한 균형이다. 바바라 보르덴(Barbara Borden), 넬레 그람스(Nele Gramß)의 소프라노는 투명하면서도 표현력 풍부한 음색으로 "O quam tu pulchra es"(오, 그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와 같은 아가서 텍스트의 관능적 신비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테너 로저스 코비-크럼프(Rogers Covey-Crump)와 존 포터(John Potter)는 영국 초기음악계의 중추적 인물들로, 특히 "Fili mi, Absalon"(내 아들 압살롬)의 비통한 애도에서 그들의 진가가 발휘된다. 이 작품은 다윗 왕이 반역한 아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서 구절로, 쉬츠가 아들을 잃은 개인적 슬픔을 담아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리톤 더글러스 나스라위(Douglas Nasrawi)와 베이스 해리 판 데어 캄프(Harry van der Kamp)는 "Attendite, popule meus"(내 백성아 들어라)와 같은 예언적 텍스트에 권위와 깊이를 더한다.
콘체르토 팔라티노는 역사적 금관 악기 연주의 세계적 권위자들로 구성된 앙상블이다. 16-17세기 코르네토(cornetto), 색벗(sackbut, 초기 트롬본), 돌치안(dulcian, 초기 바순) 등 시대 악기를 사용해 쉬츠 당시의 음향을 재현한다.
특히 "Jubilate Deo omnis terra"(온 땅이여 주님께 환호하라)와 "Buccinate in neomenia tuba"(초승달에 나팔을 불라) 같은 축제적 작품에서 금관악기의 찬란한 울림이 17세기 궁정 예배의 장엄함을 생생히 전달한다.
통주저음 섹션은 오르간, 테오르보, 리우테, 비올라 다 감바 등 다양한 악기로 구성되어 각 곡의 성격에 맞는 음색 팔레트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반주가 아닌, 대위법적 대화의 적극적 참여자로 기능한다.
이 곡집의 텍스트는 시편, 아가서, 복음서 등에서 선택되었으며, 쉬츠는 각 단어의 정서와 의미를 음악적으로 "그려낸다"(word painting).
"Anima mea liquefacta est"(내 영혼이 녹아내렸도다)에서는 반음계적 하강 선율로 영혼의 갈망을, "Exultavit cor meum"(내 마음이 주님 안에서 기뻐하도다)에서는 약동하는 리듬으로 환희를 표현한다. 연주자들은 이러한 수사학적 장치들을 섬세하게 구현해낸다.
이 녹음은 쉬츠 음악 연구와 연주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다. 1990년대 초기음악 운동이 정점에 달했을 때 제작된 것으, 역사적 고증과 예술적 해석의 균형을 모범적으로 보여준다.
ACCENT 레이블 특유의 명료한 녹음 기술은 각 성부와 악기의 질감을 선명하게 포착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교회 음향의 잔향을 보존한다. 2CD 구성으로 쉬츠의 음악적 여정을 차분히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30년 전쟁의 혼란 속에서 탄생한 이 음악은, 고난의 시대에 인간이 신앙을 통해 찾는 위안과 초월의 순간을 담고 있다. 쉬츠는 개인적 비극과 집단적 고통을 보편적 영성의 언어로 승화시켰고, 이 음반의 연주자들은 그 정신을 21세기 청중에게 생생히 전달한다.
독일 바로크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쉬츠는 이탈리아의 세속적 화려함과 독일의 경건한 내면성을 종합했으며, 이후 J.S. 바흐로 이어지는 독일 음악 전통의 초석을 놓았다. 이 음반은 그 역사적 여정의 출발점을 확인하는 필수적 자료이자, 그 자체로 완결된 예술적 성취다.
"Fili mi, Absalon" (아버지의 애도), "O quam tu pulchra es" (아가서의 신비), "Attendite, popule meus" (예언적 경고), "Jubilate Deo omnis terra" (환희의 찬양) 등은 꼭 들어보아야 할 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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