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여름 기자]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22일 한국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매출액 1위에 오르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화려한 CG나 스펙터클 없이 인간의 감정과 관계에 집중한 사극 드라마가 한국 영화 흥행의 새 공식을 다시 한번 증명해 낸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사남'은 지난 21일 기준 누적 관객 1444만 명, 누적 매출액 1394억 6633만 원을 기록했다. 기존 역대 매출액 1위였던 '극한직업'(2019)의 1396억 원과의 차이가 불과 1억 4000만 원에 불과해, 22일 중 최고 매출 신기록 달성은 사실상 확정된 수순이다. 7년간 왕좌를 지켜온 '극한직업'의 시간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매출액 순위, 관객 수와 다른 이유
한국 영화 역대 매출액 순위는 관객 수 기준 순위와 차이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람 티켓값이 상승한 탓에, 관객 수가 많아도 매출액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는 반면, 최근작일수록 적은 관객으로도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IMAX·돌비 시네마 등 특수 상영관의 확산이 이런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역대 매출액 톱10
1위 왕과 사는 남자(2026) — 1444만 명 / 1394억 원 돌파(집계 진행 중)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유해진·박지훈이 주연을 맡았다. 역대 배우 누적 관객 동원 1위 유해진의 독보적인 티켓 파워와 장항준 감독의 대중 친화적 연출력이 맞물리며 흥행 신화를 써 내려갔다.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선에 집중한 서사가 폭넓은 관객층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2위 극한직업(2019) — 1626만 명 / 1396억 원
이병헌 감독의 액션 코미디. 경찰 마약반 형사들이 잠복 수사를 위해 치킨집을 위장 창업한다는 기발한 설정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설 연휴 특수와 맞물리며 폭발적인 흥행을 이어갔고, 7년간 역대 매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3위 아바타: 물의 길(2022) — 1080만 명 / 1376억 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3년 만에 선보인 속편으로, 한국 IMAX·돌비 시네마 매출 1위를 기록하며 특수 상영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외화 중 한국 박스오피스 매출 최고 기록을 보유한 작품이다.
4위 명량(2014) — 1761만 명 / 1357억 원
김한민 감독, 최민식 주연. 이순신 장군이 13척으로 330척의 왜군에 맞선 명량 해전을 그린 역사 블록버스터다. 관객 수 기준으로는 여전히 역대 1위(1761만 명)를 지키고 있으며, 이후 '한산', '노량'으로 이어지는 이순신 3부작의 출발점이 된 작품이다.
5위 범죄도시2(2022) — 1269만 명 / 1312억 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됐던 극장가를 단숨에 되살린 작품으로 불린다. 2022년 5월 개봉 후 1269만 명을 동원하며 팬데믹 종식 이후 첫 천만 영화로 이름을 올렸고, 이후 '범죄도시' 시리즈 흥행 신화의 토대를 닦았다.
6위 서울의 봄(2023) — 1312만 명 / 1279억 원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12.12 군사반란 소재의 역사 드라마. 2023년 11월 개봉 후 역주행 흥행을 거듭하며 그해 최고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왕사남'과 함께 역사·실화 기반 사극의 강력한 흥행 잠재력을 재확인시켜 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7위 국제시장(2014) — 1426만 명 / 약 1100억 원대
윤제균 감독, 황정민 주연.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아버지 세대의 삶을 따뜻하게 조명하며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관객 수 기준으로는 역대 4위에 해당하는 대작이다.
8위 베테랑(2015) — 1341만 명 / 1051억 원
류승완 감독의 범죄 액션. 정의로운 형사와 안하무인 재벌 2세의 정면충돌을 그리며 2015년 여름 극장가를 장악했다. 통쾌한 서사와 빠른 전개로 폭넓은 관객층을 사로잡았다.
9위 범죄도시3(2023) — 1068만 명 / 1046억 원
마동석 주연의 범죄 액션 시리즈 세 번째 편.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빠른 템포와 강렬한 액션을 앞세워 1068만 명을 동원했다.
10위 신과함께-죄와 벌(2017) — 1441만 명 / 약 1000억 원대
주지훈·차태현 주연의 웹툰 원작 판타지 영화. 저승이라는 독특한 세계관과 가족을 향한 감정선이 전 세대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화제성을 넘어선 '왕사남'의 힘
'왕사남' 흥행의 핵심은 단순한 화제성이 아닌 탄탄한 콘텐츠 경쟁력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역사적 비극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인물의 감정선과 관계에 집중한 서사 구조가 관객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대규모 CG와 스펙터클 없이도 극장 점유율 80~90%를 넘나드는 독보적인 흥행을 이어간 것이 그 방증이다.
장항준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생애 첫 천만 영화를 달성하며 감독 커리어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쌓아온 대중 친화적 감각이 마침내 스크린 위에서 꽃을 피웠다는 평가다.
현재 '왕사남'보다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는 '명량'(1761만 명)과 '극한직업'(1626만 명) 단 두 편뿐이다. '왕사남'과 '명량'의 관객 격차는 약 320만 명. 역대 관객 수 1위까지 과연 넘어설 수 있을지, 한국 영화계의 시선이 '왕사남'의 다음 행보에 고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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