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18세기 초 오스트리아 비엔나 궁정을 사로잡았던 조반니 보논치니의 오라토리오 '막달레나의 회심'이 이탈리아 고악기 앙상블 라 베네치아나의 연주로 현대 청중과 만났다.
1701년 비엔나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바로크 시대 오라토리오 전통의 정점을 보여주는 역작이다. 작곡가 조반니 보논치니(1670-1747)는 당대 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한 거장으로, 특히 성악 작품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 그러나 헨델의 명성에 가려 오랫동안 잊혀졌던 그의 작품들이 최근 고음악 연주 운동을 통해 재평가받고 있다.
'막달레나의 회심'은 성서 속 마리아 막달레나가 세속적 삶에서 신앙으로 회심하는 과정을 다룬 종교극이다. 4명의 성악가가 각각 막달레나, 신성한 사랑(Amor divino), 마르타, 세속적 사랑(Amor profano)을 맡아 영적 갈등과 구원의 드라마를 펼친다. 이는 단순한 서사를 넘어 인간 내면의 영적 투쟁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한 심오한 작품이다.
보논치니는 이 작품에서 바로크 오페라의 화려함과 오라토리오의 경건함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레치타티보는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고, 아리아는 각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특히 막달레나의 내적 갈등을 그린 아리아들은 슬픔, 후회, 희망의 감정을 음악적으로 정교하게 묘사하며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작곡 기법에서는 대위법적 정교함과 멜로디의 서정성이 조화를 이룬다. 현악기와 통주저음의 섬세한 반주는 성악 선율을 받쳐주며, 때로는 극적인 순간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비엔나 궁정의 뛰어난 연주자들을 염두에 두고 작곡된 만큼 기악 파트의 난이도도 상당하다.
역사적으로 이 작품은 합스부르크 왕조의 후원을 받던 비엔나 궁정 음악 문화의 화려함을 보여준다. 레오폴트 1세 황제 시절 비엔나는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의 중심지 중 하나였으며, 보논치니는 이곳에서 왕실의 총애를 받으며 다수의 오페라와 오라토리오를 작곡했다. '막달레나의 회심'은 이러한 문화적 전성기의 산물이다.
녹음을 담당한 라 베네치아나는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 해석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앙상블이다. 1997년 창단 이후 몬테베르디, 카발리, 비발디 등 베네치아 악파 작품들의 권위 있는 해석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아왔다. 지휘자 가브리엘레 팔롬바의 리더십 아래 역사적 연주 관습에 충실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음악적 표현을 구현해낸다.
솔리스트진의 수준도 탁월하다. 막달레나 역의 에마누엘라 갈리는 소프라노 특유의 청명한 음색과 극적 표현력을 겸비했다. 프란체스카 롬바르디 마추lli는 신성한 사랑 역에서 영적 고양감을 담은 노래로 작품의 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알토 마르타 푸마갈리는 마르타의 인간적 따뜻함을 표현하며, 베이스 마테오 벨로토는 세속적 사랑의 유혹을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기악 앙상블은 고악기의 특성을 살린 섬세한 연주로 성악을 뒷받침한다. 바로크 바이올린의 부드러운 음색, 비올라와 첼로의 풍부한 화성, 더블베이스의 견고한 저음이 어우러져 당대의 음향을 재현한다. 특히 테오르보와 하프시코드, 오르간이 만들어내는 통주저음은 바로크 음악 특유의 입체적 음향 구조를 완성한다.
녹음은 2019년 9월 이탈리아 피네롤로의 산타 키아라 성당에서 이루어졌다. 교회의 풍부한 잔향은 바로크 음악의 영적 깊이를 더하며, 역사적 공간에서의 녹음은 작품의 본래 연주 환경을 재현하는 효과를 낸다.
음악학적으로 이 음반은 보논치니 작품 부활의 중요한 이정표다. 헨델에 가려 소외됐던 그의 음악적 성취를 재조명하고, 바로크 오라토리오 장르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보논치니의 극적 감각과 성악 작곡 기법은 헨델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으며, 오히려 더 섬세하고 서정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라 베네치아나의 연주는 역사적 정확성과 음악적 생동감의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보논치니의 음악이 3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현대 청중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음을 이 음반을 통해 증명했다.
이 음반은 바로크 음악 애호가뿐 아니라 종교음악의 영적 깊이를 찾는 청취자들에게도 귀중한 경험을 제공한다. 막달레나의 회심이라는 보편적 주제는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보논치니의 음악은 그 메시지를 가장 아름다운 형식으로 전달한다. 잊혀진 걸작의 부활이자, 바로크 음악 유산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klifejourney2025@gmail.com
[저작권자ⓒ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