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글·사진 고요비 기자] 영국의 명문 클래식 레이블 하이페리온(Hyperion Records)이 발매한 이 음반은 모차르트의 종교 성악 작품들 가운데 정수만을 엄선해 담은 컬렉션이다.
총 65분 39초의 러닝타임에 담긴 8개 작품은 모차르트가 소년기부터 청년기에 이르는 시간 동안 신앙과 음악적 재능을 어떻게 결합시켜 나갔는지를 한눈에 조망하게 해준다. 발매 당시부터 인기가 높아 하이페리온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30개의 음반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 음반은 단순한 모음집이 아니다. 소프라노 솔리스트, 합창단, 고음악 앙상블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이 음반은 모차르트 종교음악의 다층적 면모를 하나의 드라마틱한 서사로 엮어낸다. 고음악 연주의 본고장 영국에서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집결했다는 점에서, 이 음반은 학문적 완성도와 음악적 감동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희귀한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세 기둥이 완성한 앙상블
로버트 킹(Robert King)은 킹스 콘소트를 1980년 창단한 이래 바로크와 고전 시대 음악의 정통 해석을 이끌어온 영국 고음악계의 거장이다. 그의 지휘는 과도한 낭만적 감정 이입 없이 모차르트 본연의 음악적 구조와 투명한 텍스처를 살리는 데 탁월하다. 시대악기 연주를 기반으로 한 킹스 콘소트(The King's Consort)의 현악 사운드는 현대 오케스트라와 달리 날렵하고 투명한 음색으로 소프라노의 선율을 섬세하게 받쳐준다.
이 음반의 진정한 주인공은 소프라노 캐롤린 샘프슨(Carolyn Sampson)이다. 영국 버밍엄 출신인 그녀는 청아하면서도 풍부한 색채를 지닌 리릭 소프라노로, 특히 바로크와 고전 레퍼토리에서 독보적인 해석력을 인정받는 성악가다. 이 음반에서 샘프슨의 목소리는 천상의 기도와 인간적 열정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모차르트가 요구하는 고난도의 기교적 패시지를 자연스러운 음악적 흐름 안에서 소화해낸다. 지나치게 기교를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결코 밋밋하지 않은, 균형의 미학을 보여주는 연주다.
불멸의 이름 – 모차르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는 서양 음악사에서 천재성과 비극적 짧음이 가장 극적으로 교차하는 인물이다. 35년의 생애 동안 교향곡·협주곡·오페라·실내악·종교음악 등 600여 곡에 달하는 작품을 남긴 그는, 바로크에서 고전주의로 넘어가는 전환점에서 유럽 음악의 모든 양식을 흡수하고 완성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의 종교음악은 잘츠부르크 대주교를 위해 봉직하던 시절의 의무적 창작물이기도 했지만, 그 안에는 형식적 헌신을 넘어선 진정성 있는 신앙 고백이 담겨 있다. 하이든과 함께 고전주의 양식을 확립했고, 후대 베토벤·슈베르트·브람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음악사는 모차르트를 '완벽한 형식 안에 인간의 감정 전체를 담은 작곡가'로 기억한다.
수록곡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
이 음반의 표제작 'Exsultate, jubilate' K.165는 1773년, 모차르트가 불과 17세였을 때 밀라노에서 작곡한 모테트다. 당시 밀라노 오페라 무대에서 인기를 끌던 카스트라토 베난치오 라우치니(Venanzio Rauzzini)를 위해 헌정된 이 곡은, 사실상 오페라 아리아에 가까운 화려한 성악 기교를 요구한다. '기뻐하라, 환호하라'는 뜻의 라틴어 제목처럼, 청년 모차르트의 넘치는 에너지와 낙관이 음표 하나하나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Regina coeli' K.108과 K.127은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에 머물던 시기인 1771년과 1772년에 각각 완성한 작품으로, 성모 마리아를 향한 찬가다. 두 곡 모두 독창·합창·관현악이 정교하게 어우러지는 구조로, 잘츠부르크 궁정 교회 음악의 격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모차르트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선율이 빛을 발한다.
'Laudate Dominum' K.339는 1780년 작품으로, '고백자를 위한 저녁기도'의 한 악장이다. 소프라노 솔로와 합창이 교대로 노래하는 이 곡은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주는 모차르트 종교음악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Agnus Dei'는 '대관식 미사 K.317'의 한 악장으로, 1779년 잘츠부르크에서 작성됐다. '하느님의 어린양'을 노래하는 이 곡은 경건하면서도 극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며, 훗날 모차르트 자신이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한 선율에 이를 재활용했다는 흥미로운 기록도 전해진다.
음악들이 말하려 했던 것
모차르트의 종교 성악 작품들은 단순한 예배 음악에 머물지 않는다. 그 안에는 신을 향한 찬미와 동시에 인간 존재의 기쁨·슬픔·희망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기뻐하라'고 노래하는 'Exsultate, jubilate'에는 신앙의 환희와 더불어 17세 소년 천재의 삶에 대한 맹렬한 긍정이 담겨 있고, 성모를 경배하는 'Regina coeli'에는 어머니를 향한 인간적 그리움이 겹쳐진다.
이 음반이 전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빛'이다. 어둠과 고난 속에서도 찬미를 멈추지 않는 신앙의 빛, 그리고 짧은 생애 내내 불꽃처럼 타올랐던 모차르트의 음악적 빛. 캐롤린 샘프슨의 목소리는 그 빛을 250여 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의 청중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가장 아름다운 매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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