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독일 NAXOS 레이블에서 발매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집 11번 째 음반은 초기 협주곡의 새로운 가치를 조명한 것이다. 헝가리 피아니스트 예뇌 얀도와 콘첸투스 훙가리쿠스, 지휘자 일디코 헤지의 협연으로 완성된 이 음반은 모차르트 1번부터 4번까지의 협주곡(K.37, 39, 40, 41)을 수록했다.
이 네 곡의 협주곡은 모차르트가 11세이던 1767년경 작곡한 초기 작품이다. 흥미롭게도 이 곡들은 완전히 독창적인 작품이 아니라 당대 작곡가들의 건반 소나타 악장을 오케스트라 반주가 있는 협주곡으로 편곡한 '파스티치오(pastiche)' 형식이다.
모차르트는 요한 크리스찬 바흐 등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재구성(편곡)했다. 어린 모차르트가 당대 양식을 학습하고 협주곡 형식을 익히는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그동안 '습작'으로 치부되며 연주 빈도가 낮았지만, 이 음반은 그 안에 담긴 음악적 가치를 재조명했다.
헝가리 출생의 예뇌 얀도는 20세기 후반 가장 다작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낙소스 레이블을 통해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 방대한 레퍼토리를 녹음하며 '보급형 명반'의 전설을 만들었다. 화려함보다는 정확성과 음악성을 추구하는 그의 연주 스타일은 모차르트 초기 협주곡의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선율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
얀도의 피아노는 과장 없이 절제된 터치로 작품의 고전적 균형미를 살린다. 빠른 악장에서는 명료한 아티큘레이션으로 경쾌함을 전하고, 느린 악장에서는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는 서정성을 드러낸다.
이 음반의 백미는 각 협주곡의 느린 2악장이다. 모차르트는 어린 나이임에도 느린 악장에서 놀라운 감수성을 보여준다.
2번 협주곡 K.39의 안단테 악장은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선율로 시작된다. 얀도의 피아노는 마치 속삭이듯 부드럽게 주제를 제시하고, 오케스트라가 이를 감싸 안는다. 단순한 화성 위에 흐르는 선율은 꾸밈없는 순수함으로 가득하다.
3번 협주곡 K.40의 안단테는 더욱 깊은 감정을 담는다. 얀도는 각 음표에 미묘한 뉘앙스를 부여하며 노래하듯 연주한다. 왼손 반주의 규칙적인 리듬 위에 오른손이 펼치는 서정적 선율은 마치 18세기 살롱에서 들려오는 우아한 노래 같다. 오케스트라는 피아노의 숨결에 맞춰 조심스럽게 화음을 채워 넣는다.
4번 협주곡 K.41의 안단테는 가장 성숙한 표현을 보여준다. 얀도는 여기서 섬세한 페달 사용과 미묘한 루바토로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현악기의 부드러운 레가토와 피아노의 투명한 음색이 어우러지며 깊은 명상적 분위기를 만든다.
콘첸투스 훙가리쿠스는 헝가리를 대표하는 실내 오케스트라다. 일디코 헤지의 지휘 아래 이들은 과도한 음량 없이 투명하고 균형 잡힌 사운드를 들려준다. 작은 편성의 실내악적 앙상블은 독주 피아노와 대등한 대화를 나눈다.
특히 현악 파트의 깨끗한 인토네이션과 통일된 보잉은 고전주의 양식의 품격을 살린다. 관악기는 필요한 순간에만 등장해 색채를 더하며, 독주자를 압도하지 않는다. 얀도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는 서로를 경청하며 호흡하는 진정한 '협주(concerto)'의 정신을 구현한다.
헤지의 지휘는 절제되고 우아하다. 템포는 자연스럽게 흐르며, 각 악장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한다. 빠른 악장의 생동감과 느린 악장의 서정성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유지한다.
DDD 디지털 녹음 방식으로 제작된 이 음반은 각 악기의 음색을 선명하게 포착했다. 피아노의 밝은 고음과 깊은 저음, 현악기의 따뜻한 음색이 왜곡 없이 전달된다. 녹음 공간의 적절한 잔향은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더한다.
이 음반은 모차르트 초기 협주곡이 단순한 습작을 넘어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임을 증명했다. 예뇌 얀도의 정제된 해석, 콘첸투스 훙가리쿠스의 섬세한 반주, 일디코 헤지의 균형 잡힌 지휘가 만나 18세기 고전주의 음악의 순수한 매력을 되살렸다.
특히 느린 악장들에서 드러나는 서정적 선율미는 어린 천재 모차르트가 이미 인간 감정의 깊이와 순수함을 음표로 표현할 줄 알았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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