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박지원 기자] 한국 가계경제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중동 사태 장기화와 금리 인하 기대감 소멸이 맞물리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정부가 30년 만에 꺼내 든 석유 최고가격제는 시행 나흘째에도 소비자 체감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와 고유가라는 두 개의 악재가 동시에 가계를 옥죄는 형국이다.
주담대 금리 6.5% 돌파, 2년 5개월 만의 최고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6.5%를 넘어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진적 하락세를 기대했던 시장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결과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킨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면서 국내 시중금리도 동반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문제는 금리 상승이 단순한 수치의 변화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변동금리 대출자를 중심으로 월 이자 부담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으며, 수도권 기준 5억 원 주담대를 보유한 가구의 경우 1년 전 대비 월 수십만 원의 추가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증시 급락이 부른 '빚투' 가속, 신용대출 5년 만에 최대 폭 증가
고금리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경보가 울렸다. 최근 국내외 증시 급락 여파로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 잔액이 5년여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주가 하락 구간에서의 저가 매수 수요와 함께, 담보 가치 하락으로 인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급전 수요가 동시에 폭발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자 부담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금융당국은 가계 부채의 양적 증가보다 질적 악화를 더 우려하고 있다. 고금리 국면에서 신용대출로 버티는 가계가 늘어날수록, 금리가 한 차례 더 오르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충격이 가해질 경우 연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30년 만의 유가 통제, 주유소 현장은 '요지부동'
설상가상으로 에너지 비용 부담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정부는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하며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선을 그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 나흘째인 15일 현재,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여전히 리터당 1,8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고점 대비 소폭 하락에 그치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인하 폭은 정부의 기대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
주유소 업계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유사 공급가 상한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이미 고가로 들여온 재고가 상당량 남아 있는 데다, 인건비·임차료 등 고정 운영비 부담이 상존하는 구조에서 즉각적인 가격 인하는 사실상 적자를 감수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논리다. 정책 의도와 시장 현실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다.
'고금리·고유가'의 이중 압박, 가계 내구성의 한계
두 악재의 파괴력은 개별적으로도 크지만, 동시에 작동할 때 그 충격은 배가된다. 주담대 이자가 늘어난 가구는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줄어든 소비 여력은 교통비·난방비 등 필수 생활비 지출 압박으로 이어진다. 기름값이 내리지 않는 현실은 이 압박의 출구를 막아버린다. 결국 버티기 위해 신용대출에 손을 뻗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계 부채 구조가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경고한다.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고, 유가 역시 중동 사태 추이에 따라 추가 상승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 정부의 가격 통제 카드가 단기 충격 완화에는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어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처방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고금리와 고유가가 교차하는 2026년 봄, 한국 가계경제의 내구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klifejourney2025@gmail.com
[저작권자ⓒ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