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아르누보의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가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그린 '여인의 초상'이 오는 12월 한국을 찾는다. 도난과 극적인 회수, 그리고 숨겨진 비밀까지 영화 같은 스토리를 품은 이 작품이 이탈리아를 벗어나 해외에서 전시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마이아트뮤지엄은 12월 19일부터 내년 3월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클림트와 리치오디의 기적: 이탈리아 리치오디 현대미술관 컬렉션' 전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의 중심에는 클림트가 1916년부터 1917년 사이 그린 '여인의 초상'이 자리한다. 갈색 머리를 가진 젊은 여성의 수줍은 듯한 표정이 담긴 이 작품은 단순한 초상화를 넘어 미스터리와 드라마를 품은 문화적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품의 이력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와 같다. 1997년 2월 이탈리아 북부 도시 피아첸차의 리치오디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앞두고 감쪽같이 사라진 이 그림은 23년간 행방이 묘연했다.
당시 미술관 내부에는 어떤 침입 흔적도 남지 않았다. 수사당국은 절도범들이 낚싯줄을 이용해 그림을 벽에서 끌어올려 개방된 갤러리 지붕을 통해 가져간 것으로 추정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2019년 12월, 기적이 일어났다. 미술관 정원사가 건물 외벽의 담쟁이덩굴을 제거하던 중 작은 금속 재질의 문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검은 쓰레기봉투에 담긴 그림을 찾아냈다.
전문 감식 결과 이 그림은 22년 전 도난당한 '여인의 초상' 진품이었으며, 놀랍게도 훼손 없이 완벽한 상태로 보존돼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발견됐다는 점에서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리며 전 세계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작품 발견 이후 두 남성이 자신들이 훔쳤다가 2015년에 돌려놓았다고 주장하는 글을 지역 신문에 투고했지만, 이탈리아 검찰은 2021년 3월 사건을 미제로 종결 처리했다. 누가 어떤 의도로 작품을 훔쳐 갔다가 숨겨놓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여인의 초상'에는 또 다른 비밀이 숨어 있다. 도난 10개월 전인 1996년, 한 18세 미술학도가 이 그림이 '이중 초상화'임을 밝혀냈다. 그는 작품을 감상하다가 1912년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클림트의 또 다른 초상화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도교수에게 알렸다.
엑스레이 감정 결과 그림 밑에서 같은 여성을 모티프로 했지만 큰 모자를 쓰고 목에 스카프를 두른 모습의 초상이 드러났다. 클림트가 왜 이 작품을 덧칠했는지를 놓고는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작품 분석 측면에서 '여인의 초상'은 클림트의 만년 양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1900년대 초 '키스', '유디트' 등의 대표작을 남긴 아르누보의 대가 클림트는 이 작품에서 화려한 색채와 장식적 요소를 통해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1912년에 완성했던 작품을 5년 뒤 덧칠해 재창작한 독창적인 작품으로, 하나의 그림 위에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진 이중성 때문에 쉽게 가격을 매기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귀환 당시 미술계는 이 작품의 가치를 6000만에서 1억 유로, 한화로 약 1004억원에서 1674억원으로 평가했다. 클림트의 다른 작품들이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가치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서울 전시에서는 '여인의 초상' 외에도 리치오디 현대미술관 소장품 70여 점이 함께 공개된다. 페데리코 잔도메네기, 텔레마코 시뇨리니, 안토니오 만치니 등 이탈리아 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이탈리아 근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전시는 특별 섹션 '클림트의 신비'를 비롯해 자연의 숨결, 농가의 일상, 베네치아 이야기, 그 시대 여인들 등 총 13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작품의 발견 과정과 그에 얽힌 비밀스러운 서사를 소개하는 특별 섹션을 통해 관람객들은 클림트의 걸작이 겪은 극적인 여정을 체험할 수 있다.
klifejourney2025@gmail.com
[저작권자ⓒ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 책] "청산되지 않은 역사, 오늘도 반복된다"... 정운현 『친일파의 한국 현대사』, 대한민국 권력구조의 민낯 파헤쳐](https://klifejourney.com/news/data/2025/11/30/p1065601127143133_350_h2.jpg)
![[이 그림] 히에로니무스 보스](https://klifejourney.com/news/data/2025/11/30/p1065579673704327_435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