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이 음반은 16세기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비밀스러운 성가를 현대에 되살린 음반이다. 르네상스 후기 작곡가 그레고리오 알레그리의 '미제레레'를 중심으로 한 이 음반은 프랑스 성악 앙상블 아 세이 보치(A Sei Voci)의 정교한 해석으로 작품의 진가를 드러낸다.
그레고리오 알레그리(1582-1652)는 이탈리아 바로크 초기 작곡가로, 로마에서 태어나 평생을 교회 음악가로 활동했다. 그는 1629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성가대원으로 재직하며 수많은 종교 음악을 작곡했지만, 그의 이름을 불멸로 만든 작품은 단연 '미제레레 메이, 데우스(Miserere mei, Deus)'다.
이 곡은 시편 51편 "하느님, 자비를 베푸소서"를 가사로 한 참회의 성가로, 바티칸은 이 작품의 악보 반출을 엄격히 금지했다. 오직 성주간(부활절 전 일주일) 동안 시스티나 성당에서만 연주되었으며, 그 신비로운 아름다움은 전 유럽에 소문으로만 전해졌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1770년 14세 소년 모차르트가 로마를 방문해 이 곡을 듣고, 단 두 번의 청취만으로 전곡을 암기해 악보로 옮겨 적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동시에 알레그리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미제레레'의 음악적 특징은 두 개의 성가대가 교대로 노래하는 이중 합창 형식과, 고음역 소프라노의 화려한 장식음에 있다. 특히 최고음 'C'에 이르는 소프라노 파트는 천상의 소리를 연상케 하며, 이 부분이 곡의 백미로 꼽힌다.
이 음반을 녹음한 아 세이 보치는 1977년 창단된 프랑스의 성악 앙상블로, 르네상스와 바로크 초기 성악 음악 해석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6명의 성악가로 구성된 이들은 역사적 연주 기법을 철저히 연구하면서도, 지나치게 고답적이지 않은 생동감 있는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음반에는 '미제레레' 외에도 알레그리의 미사곡과 모테트들이 수록돼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종합적으로 조망한다. 아 세이 보치는 각 성부 간의 정교한 균형과 투명한 음색으로 알레그리 음악의 영적 깊이를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미제레레'의 해석에서 이들은 과도한 낭만적 해석을 배제하고, 16세기 시스티나 성당의 음향을 재현하는 데 집중했다. 느린 템포와 절제된 비브라토, 명료한 발음은 곡의 참회적 성격을 부각시키며, 소프라노의 고음 장식 역시 기교를 과시하기보다는 영적 고양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클래식 음악 평론가들은 이 음반을 "알레그리 음악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녹음 중 하나"로 평가한다. 특히 프랑스 텔레콤 재단(Fondation France Telecom)이 후원한 이 프로젝트는 역사적 음악의 보존과 재해석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 음반은 아 세이 보치의 헌신적인 연주를 통해 21세기 청중들에게도 그 경건한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단순한 종교 음악 녹음을 넘어, 유럽 음악사의 잊혀진 보석을 되살린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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