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1926년 개관해 올해 100주년을 맞은 미국 샌디에이고 미술관(San Diego Museum of Art)의 명작들이 서울을 찾았다. 문화콘텐츠 전문기업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대표이사 김대성)와 공동으로 기획한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이 11월 5일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르네상스부터 바로크, 로코코를 거쳐 19세기 인상주의에 이르기까지 서양미술사 600년을 아우르는 거장 60인의 작품 65점을 선보인다. 특히 샌디에이고 미술관의 100년 역사상 단 한 번도 해외로 반출되지 않았던 주요 상설 컬렉션 25점이 서울에서 최초로 공개된다는 점에서 미술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전시에는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베르나르디노 루이니와 파올로 베로네세를 시작으로, 북유럽 르네상스의 거장 히에로니무스 보스, 베네치아파의 자코포 틴토레토, 매너리즘의 대가 엘 그레코 등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의 작품이 망라됐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역동적인 화풍과 로코코 시대의 우아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19세기로 넘어와서는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고야, 신고전주의의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사실주의의 구스타프 쿠르베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인상주의 섹션에서는 빛의 화가 클로드 모네, 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 드가, 미국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메리 카세트, 파리의 밤을 담은 툴루즈 로트렉, 그리고 20세기 초 모더니즘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까지 근대 미술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한 미술사학자는 "한 전시에서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까지 서양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거장들의 대표작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드물다"며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미술사의 변화와 발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샌디에이고 미술관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발보아 공원에 위치한 이 지역 최대 최고(最古)의 미술관이다. 1915년 파나마-캘리포니아 국제박람회의 성공적인 미술 전시에 고무된 지역 지도자들이 영구적인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고, 사업가 애플턴 S. 브리지스의 후원으로 1924년 건축이 시작됐다.
1926년 2월 28일 '샌디에이고 미술 갤러리(Fine Arts Gallery of San Diego)'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이 미술관은 스페인 살라망카 대학의 정문에서 영감을 받은 플라테레스크 양식의 화려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1978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된 이후 지속적으로 확장을 거듭해왔다.
현재 미술관은 기원전 3000년부터 현대까지 2만여 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 거장들의 작품이 풍부하며, 무리요, 수르바란, 리베라, 엘 그레코 등의 작품으로 명성이 높다. 1939년 고야의 '소프라가 후작'을 첫 주요 작품으로 구입한 이래, 베네치아파의 조반니 벨리니,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마르가리타 공주 초상화 등 걸작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왔다.
에드윈 비니 3세 컬렉션을 통해 확보한 인도 및 남아시아 회화 컬렉션과 동아시아 예술 컬렉션도 미술관의 자랑이다. 2012년에는 오토 딕스, 에곤 실레, 구스타프 클림트 등 독일 표현주의 작품 48점을 기증받아 컬렉션의 폭을 더욱 넓혔다.
샌디에이고 미술관의 최고 경영자이자 총괄 디렉터인 록사나 벨라스케스는 "개관 100년 이래 상설 컬렉션이 이처럼 대거 외부에 공개된 사례는 한국이 최초"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명화를 감상하는 자리를 넘어 서양미술 거장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현대 미술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는 단순한 명작 전시를 넘어 미술사적 맥락을 중시한다. 르네상스에서 시작된 인간 중심의 시각이 바로크의 역동성으로, 로코코의 우아함으로, 그리고 19세기 사실주의와 인상주의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작품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김대성 대표는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이 100주년을 기념해 소장품을 대거 공개하는 기회는 매우 드물다"며 "한국 관객들이 서양미술사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서울 전시는 앞서 일본 도쿄 국립서양미술관과 교토시 교세라미술관에서 열린 순회전의 일환이다. 하지만 서울 전시는 인상주의 이후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되어 일본 전시와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모네, 드가, 카세트, 로트렉, 모딜리아니 등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근대 미술의 혁신을 이끈 작가들의 작품 비중을 높여, 인상주의부터 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미술사의 전환점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한 미술 전시 기획자는 "일본 전시가 르네상스부터 바로크까지 고전 미술에 중점을 뒀다면, 서울 전시는 19세기 이후 근대 미술의 비중을 강화해 더욱 역동적인 구성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와 함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도슨트 투어를 통해 각 작품의 미술사적 의미와 배경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으며, 큐레이터 토크와 강연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특히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작품 감상을 넘어 직접 그림을 그려보고 미술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세계적 수준의 전시를 통해 시민들이 서양미술의 정수를 직접 경험하고, 문화적 소양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돼 기쁘다"며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의 대중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샌디에이고 미술관이 100주년 기념 순회전의 종착지로 서울을 선택한 것은 한국 미술 시장의 성숙도와 관객 수준을 인정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최근 한국은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주요 허브로 부상하고 있으며, 세계적 미술관들의 블록버스터 전시가 잇따라 개최되고 있다.
미술계 관계자는 "한국 관객들의 높은 문화적 수준과 미술에 대한 열정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샌디에이고 미술관과 같은 권위 있는 기관이 상설 컬렉션을 대거 공개하는 것은 한국이 글로벌 미술 네트워크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대여를 넘어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샌디에이고 미술관은 2023년 LA한국문화원,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한국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를 개최한 바 있으며, 이번 서울 전시는 그 답례 성격도 지닌다.
록사나 벨라스케스 디렉터는 "미술관 간 협력은 단순한 작품 교환을 넘어 문화적 이해와 소통을 증진시킨다"며 "앞으로도 한국과의 지속적인 문화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2025년 2월 22일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관람 시간과 입장료 등 상세 정보는 세종문화회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술 전문가들은 이번 전시가 한국 미술 애호가들에게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교과서에서만 접했던 거장들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과 일반 대중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전망이다.
한 미술사학자는 "르네상스의 인본주의부터 인상주의의 빛과 색채 실험까지, 서양미술 600년의 여정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미술의 역사와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100년 역사의 샌디에이고 미술관이 선사하는 서양미술의 향연. 르네상스의 이상부터 인상주의의 혁신까지, 시대를 초월한 명작들이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klifejourney2025@gmail.com
[저작권자ⓒ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 책] "청산되지 않은 역사, 오늘도 반복된다"... 정운현 『친일파의 한국 현대사』, 대한민국 권력구조의 민낯 파헤쳐](https://klifejourney.com/news/data/2025/11/30/p1065601127143133_350_h2.jpg)
![[이 그림] 히에로니무스 보스](https://klifejourney.com/news/data/2025/11/30/p1065579673704327_435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