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오늘은 발렌타인데이! 창가의 꽃다발이 품은 네덜란드의 봄, 얀 슬라위터스의 '암스텔펜세 거리 풍경이 있는 정물'
고요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2-14 20:28:22
발렌타인데이, 창밖 풍경과 실내 꽃이 만드는 이중의 사랑
[K라이프저니|고요비 기자]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네덜란드 모더니즘의 거장 얀 슬라위터스(Jan Sluijters, 1881-1957)는 1920년경 창가의 꽃다발을 통해 삶과 사랑의 풍요로움을 화폭에 담았다.
'꽃이 있는 정물과 암스텔펀세 거리 풍경(A Still Life with Flowers and a View of the Amstelveenseweg)'은 105×84.5cm 크기의 유화 작품으로, 실내의 화려한 꽃다발과 창밖으로 펼쳐진 암스테르담 근교 풍경을 동시에 포착한 독창적 구성이 돋보인다. 발렌타인데이에 이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꽃다발은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는 마음이지만, 그 꽃을 바라보는 시선 너머로 펼쳐진 광활한 세계는 사랑이 개인의 감정을 넘어 삶 전체를 풍요롭게 만드는 힘임을 보여준다.
네덜란드 모더니즘의 선구자, 얀 슬라위터스
얀 슬라위터스는 1881년 네덜란드 헤르토헨보스('s-Hertogenbosch)에서 태어났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아카데미(Rijksakademie)에서 수학한 그는 1904년 로마상(Prix de Rome) 수상으로 이탈리아 유학 기회를 얻었고, 이후 파리에서 야수파(Fauvism)와 큐비즘(Cubism)을 직접 접하며 예술적 전환점을 맞았다.
1906년 파리 체류 중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앙드레 드랭(André Derain) 등 야수파 화가들의 작품에 깊은 영향을 받은 슬라위터스는 네덜란드로 돌아와 전통적 사실주의에서 벗어난 대담한 색채 실험을 시작했다. 그는 1910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현대미술전(Moderne Kunstkring)'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네덜란드 모더니즘 운동을 주도했다.
미술사적으로 슬라위터스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이후 네덜란드 회화에 색채 혁명을 가져온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프랑스 야수파의 강렬한 색채와 네덜란드 전통의 빛 표현을 결합해 독자적 화풍을 구축했다. 특히 1910년대 후반부터 1920년대에 걸친 성숙기 작품들은 야수파적 색채, 큐비즘적 구성, 네덜란드 풍속화 전통이 조화를 이룬 독창적 스타일로 인정받는다.
슬라위터스는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카렐 아펠(Karel Appel)과 함께 20세기 네덜란드 미술의 3대 거장으로 꼽히며, 특히 구상과 추상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모더니즘을 대중에게 접근 가능하게 만든 공로를 인정받는다.
야수파 색채와 큐비즘 공간의 절묘한 결합
'암스텔펀세 거리 풍경이 있는 정물'은 슬라위터스의 대표적 특징인 '이중 시점(Double Perspective)' 구성을 보여준다. 화면 전경에는 노란색 꽃병에 꽂힌 화려한 꽃다발이 배치되어 있고, 그 너머 창문을 통해 암스텔펀세 거리의 전원 풍경이 펼쳐진다.
전경의 꽃다발은 야수파적 색채 폭발을 보여준다. 진홍색과 분홍색 장미, 흰색과 보라색 아네모네, 주황색 글라디올러스가 자유롭게 배열되어 있으며, 각 꽃잎은 순수한 색채의 덩어리로 표현됐다. 노란색 꽃병은 강렬한 보색 대비로 화면에 생동감을 더하며, 흰색 천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보라색, 파란색, 회색이 뒤섞여 인상주의적 빛의 분석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꽃다발의 사실적 묘사와 배경 풍경의 단순화된 처리가 대조를 이룬다는 것이다. 창밖 풍경은 초록색 들판, 회색과 흰색 건물, 푸른 하늘이 수평 띠 형태로 구획되어 있으며, 이는 큐비즘적 공간 분할을 연상시킨다. 들판에는 작은 인물들과 동물들이 점처럼 찍혀 있고, 여러 건물은 기하학적으로 단순화되어 마치 장난감 마을 같은 인상을 준다.
테이블의 질감은 거친 붓질로 표현되어 있으며, 오른쪽 하단의 파란색 창틀은 강렬한 색채 액센트로 화면에 시각적 균형을 부여한다. 하늘의 회색과 파란색 구름은 빠른 붓질로 역동성을 더하며, 전체 화면에 움직임과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구도는 전통적 정물화의 수직 중심 배치를 따르면서도, 창문을 통한 수평적 확장으로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이는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의 '창문 모티프'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얀 다비츠 드 헤임(Jan Davidsz de Heem)이나 얀 반 호이옌(Jan van Huysum) 같은 선배 거장들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실내와 실외의 대화, 사적 공간과 공적 세계의 조화
이 작품은 단순한 꽃 정물을 넘어 삶의 이중성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전경의 꽃다발은 사적 영역, 개인의 감정과 미적 향유를 상징한다. 반면 창밖 풍경은 공적 영역, 사회적 삶과 자연의 순환을 나타낸다. 두 세계는 창문이라는 경계로 구분되지만, 화가의 시선 안에서 하나의 조화로운 전체를 이룬다.
1920년경 네덜란드는 제1차 세계대전의 중립국으로서 전쟁의 직접적 피해는 피했지만, 유럽 전역의 혼란과 재건의 분위기 속에 있었다. 슬라위터스의 그림은 이러한 시대적 맥락에서 일상의 아름다움과 평화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화려한 꽃다발은 전쟁 후 삶의 회복과 희망을, 평화로운 전원 풍경은 변하지 않는 자연의 항구성을 상징한다.
발렌타인데이에 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사랑의 다층적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꽃다발은 연인에게 전하는 사랑의 표현이지만, 창밖 풍경은 그 사랑이 고립된 감정이 아니라 세상과 연결된 것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바라보는 세계는, 혼자 볼 때와는 다른 색채를 띤다. 슬라위터스는 이 진리를 실내의 꽃과 실외의 풍경을 하나의 화면에 담음으로써 시각화했다.
창가에서 만나는 두 개의 봄
이 그림 앞에 서면 마치 암스테르담의 어느 봄날 아침, 창가에 선 듯한 감각이 든다. 노란 꽃병의 장미들은 막 꺾어온 듯 신선하고, 그 향기가 거의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다. 진홍빛 장미는 열정을, 분홍 장미는 부드러운 애정을, 흰 아네모네는 순수함을 노래한다. 각 꽃이 제각각의 방향을 향해 뻗어 있지만, 전체는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시선을 꽃에서 조금만 들어 올리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초록빛 들판, 회색 하늘, 작은 집들이 점재한 전원. 그곳에도 누군가의 일상이 흐르고, 사랑이 피어나고, 삶이 계속된다. 실내의 강렬한 색채와 실외의 차분한 톤은 대조를 이루지만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더욱 빛나게 한다.
발렌타인데이, 사랑하는 이에게 꽃을 선물하는 순간을 상상해보라. 그 꽃을 건네는 손, 받는 손, 그리고 두 사람 너머로 펼쳐진 세상. 슬라위터스의 그림은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한다. 사랑은 두 사람 사이의 친밀함이지만, 동시에 그들이 함께 바라보는 세계 전체를 변화시킨다. 창밖 풍경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보기 때문이다.
화면을 차지하고 있는 꽃병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하다. 아마도 이 꽃을 선물 받을 사람, 혹은 함께 창밖을 바라볼 동반자. 빈 의자는 기다림이지만, 동시에 곧 채워질 약속이기도 하다. 발렌타인데이의 본질이 바로 여기 있다. 주고받는 선물이 아니라,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공유다.
회색 구름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들판은 생명의 초록으로 물들어 있다. 계절은 봄을 향해 가고, 꽃들은 그 약속을 먼저 알리고 있다. 실내의 봄(꽃다발)과 실외의 봄(새로운 계절)이 창문을 경계로 대화한다. 사랑도 그렇다. 마음속에 피어난 감정과 세상 속에서 실천되는 행동이 만나는 곳에서 진정한 사랑이 완성된다.
미술시장에서의 위치와 작품 가치
얀 슬라위터스는 네덜란드 미술시장에서 최상위 근대 화가로 평가받으며, 국제 경매에서도 꾸준한 수요를 보인다. 그의 작품은 소더비, 크리스티, 본햄스는 물론 암스테르담의 Christie's Amsterdam, 로테르담의 Venduehuis 등 네덜란드 주요 경매에서 활발히 거래된다.
슬라위터스 작품의 경매 가격은 제작 시기, 주제, 크기에 따라 편차가 있다. 일반적으로 1910~1930년대 성숙기 작품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으며, 특히 꽃 정물과 풍경이 결합된 작품, 누드와 인물화가 프리미엄을 형성한다.
최근 10년간 주요 경매 기록을 보면, 슬라위터스의 중대형 유화(80cm 이상)는 15만에서 60만 유로 범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2019년 Christie's Amsterdam에서 '꽃이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Flowers, 1925)'(유사 크기)이 약 42만 유로에 낙찰되었으며, 2021년 Sotheby's에서 '누드와 풍경(Nude with Landscape, 1918)'이 약 58만 유로에 거래되었다.
'암스텔펀세 거리 풍경이 있는 정물'과 같은 이중 구성 작품은 슬라위터스의 독창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유형으로, 컬렉터들 사이에서 특히 선호된다. 105×84.5cm 크기는 대형 작품에 속하며, 1920년경 제작은 작가의 절정기에 해당해 작품성이 높게 평가된다. 유사 조건의 작품이 경매에 출품될 경우, 35만에서 55만 유로 수준의 예상가가 책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슬라위터스의 시장 가치는 지난 20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2000년대 초반 대비 평균 낙찰가가 약 250% 증가했으며, 특히 네덜란드와 벨기에 컬렉터들의 지속적 수요와 함께 최근에는 아시아 시장에서도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슬라위터스는 네덜란드 근대미술의 블루칩 작가로 분류되며, 작품의 희소성(대부분 미술관 및 개인 소장), 미술사적 중요성, 네덜란드 미술시장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산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Stedelijk Museum), 크뢸러-뮐러 미술관(Kröller-Müller Museum) 등 주요 기관이 슬라위터스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어 작가의 정전(canon) 지위가 확고하다.
발렌타인데이, 꽃과 풍경이 함께 전하는 사랑
얀 슬라위터스의 '암스텔펀세 거리 풍경이 있는 정물'은 10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 오늘날에도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발렌타인데이에 우리가 꽃을 주고받는 이유는 단순히 아름다움 때문만이 아니다. 꽃은 덧없지만, 그 순간의 찬란함으로 영원을 약속한다. 그리고 그 꽃을 바라보며 함께 창밖을 보는 순간, 우리는 사랑이 개인의 감정을 넘어 세계 전체를 새롭게 보는 방식임을 깨닫는다.
슬라위터스는 야수파의 열정과 네덜란드의 차분함을 결합해 독자적인 색채 언어를 창조했다. 그의 꽃은 마티스처럼 폭발하지 않고, 반 고흐처럼 소용돌이치지 않는다. 대신 따뜻하고 풍요로우며, 삶을 긍정한다. 창밖 풍경과 함께 놓인 꽃다발은 말한다. 사랑은 닫힌 방 안의 감정이 아니라, 열린 창문 너머 세상과 연결된 것이라고.
발렌타인데이, 사랑하는 이에게 꽃을 선물한다면, 그 꽃 너머로 함께 바라볼 풍경을 약속하라. 슬라위터스가 그린 것처럼, 사랑은 꽃다발과 넓은 세계가 만나는 곳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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