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집중분석] "성룡, 이연걸, 견자단의 아버지"…원화평 감독, BIFAN서 밝힌 무협 인생과 신작 '표인: 풍기대막'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7-05 15:04:08
[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세계적인 무협 액션 감독 원화평(80)이 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열린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기자회견에 참석해 다양한 소감과 창작 철학을 밝혔다.
"부천은 사람 냄새 나는 곳"…개막작 선정 소감
원화평 감독은 부천 방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번이 첫 방문이라며, 부천에 대해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신작 '표인: 풍기대막'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긴다며, 무엇보다 한국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좋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다고 전했다.
"영화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현재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이유
노장 감독으로서의 활동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원화평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데 나이 제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영화 제작을 이어갈 계획이며, 좋은 대본과 좋은 투자자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영화를 계속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언제까지 연출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스스로 시간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답하며, 영화 제작이 자신에게는 취미이자 커리어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한국 영화인과의 인연…"이연걸도 그렸던 대작, 아쉬운 협업"
원화평 감독은 과거 한국을 자주 오가며 활동했던 시절을 회고했다. 그는 당시 한국 액션 배우들을 눈여겨봤으며, 실력이 뛰어난 한 배우와 협업하고 싶었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아 결국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직까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취권에 출연했던 한국 배우 황정리에 대한 기억도 언급됐으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한국 영화 산업 종사자들과 다시 협력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진행자는 원화평 감독이 언급한 협업하고 싶은 한국 배우가 이병헌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과거엔 화려함, 지금은 리얼함"…시대에 따라 변화한 액션의 흐름
과거와 현재 액션 영화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원화평 감독은 관객이 요구하는 수준이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화려한 보법과 시각적인 동작을 중시했다면, 최근에는 연기 속의 액션과 액션 속의 연기가 잘 어우러지는 장면, 그리고 리얼한 타격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좋은 액션 영화의 기준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시간이 지나도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가 좋은 액션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AI 액션, 아직은 사람을 따라올 수 없다"
CG와 AI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원화평 감독은 아직까지는 AI로 만든 액션이 사람이 직접 연기하는 액션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액션 연기에서는 동작과 대사, 타이밍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있는데, 현재 기술로는 그 완성도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향후 3~4년 후 AI 기술이 자신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한다면 그때는 고려해볼 수도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신작 '표인: 풍기대막'…CG 최소화와 사막 촬영의 고생담
이번 신작에서 CG를 최소화한 이유에 대해 원화평 감독은 이것이 자신의 오랜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이 하늘을 날거나 초능력을 쓰는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장면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CG를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사막 촬영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기본 40도, 체감 60도를 넘는 무더위 속에서 촬영이 진행됐으며 계란을 프라이할 수 있을 정도의 더위였다고 회고했다. 실제 사막의 강한 바람으로 촬영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배우들이 양해해준 덕분에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작업한 여러 작품 중에서도 결과와 무관하게 과정이 가장 힘들었던 작품으로 이번 '표인: 풍기대막'을 꼽으며,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 고생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액션 배우들과의 호흡…"각자에게 맞춘 맞춤형 동작"
수많은 액션 배우들과의 협업 경험에 대한 질문에 원화평 감독은 특정 한 명을 꼽기 어려울 만큼 모두와 좋은 호흡을 맞췄다고 답했다. 그는 배우의 개성과 장점, 스타일에 따라 맞춤형으로 동작을 디자인한다고 설명하며, 성룡은 화려하고 현란한 동작을, 이연걸은 정통 중국 무술의 느낌을 살린 동작을, 견자단 등은 모던한 스타일이 잘 어울린다고 예를 들었다.
성룡·이연걸·견자단과 함께 쓴 액션 역사
원화평은 성룡, 이연걸, 견자단이라는 세 시대를 대표하는 액션 스타들과 각각 인연을 맺으며 홍콩 무협 영화의 역사를 새로 써왔다. 그가 이들과 함께한 대표작들을 살펴봤다.
성룡과 함께한 '취권'…코믹 쿵후 액션의 시작
1978년 '사형도수'가 히트하자 원화평은 곧장 '취권'의 제작에 들어갔고, 이 작품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성룡의 인지도는 수직상승하게 됐다. '취권'은 원화평이 처음으로 코믹함과 무술을 결합한 스타일을 선보인 작품으로, 술에 취한 듯한 독특한 보법과 유머러스한 액션을 앞세워 당시 다소 진부했던 쿵후 영화 장르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성룡은 이후 자신만의 코믹 액션 노선을 확립하게 된다.
이연걸과 함께한 '황비홍' 시리즈, '철마류', '태극권'…무협 스타의 전성기
원화평은 이연걸과도 여러 작품에서 함께했다. 대표적으로 '황비홍' 시리즈에서 무술감독을 맡아 이연걸을 홍콩 영화계의 새로운 액션 아이콘으로 끌어올렸으며, 이 시리즈를 통해 서극 감독과의 만남 속에서 이연걸은 이소룡과 성룡의 계보를 잇는 중화권 대표 액션스타로 등극하게 됐다. '철마류' 역시 이연걸과 원화평이 함께한 대표작으로, 정통 무술 기반의 화려한 병장기 액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태극권'에서는 태극권이라는 특유의 유연하고 부드러운 무술 스타일을 스크린에 정교하게 구현해내며 원화평의 무술 디자인 역량을 입증했다.
'정무문'…해외에서 재평가받은 마스터피스
이연걸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정무문'에서는 원화평이 무술감독을 맡아 실력파 스태프들과 함께 무술 영화에 깊이 있는 철학과 완성도를 담아내고자 했다. 개봉 당시에는 거대한 제작비 대비 흥행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3년 뒤인 1997년부터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 시장에 판권이 팔리며 해외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했고, 시대를 초월한 마스터피스로 재평가받았다. 특히 워쇼스키 형제는 이 영화의 액션에 매료돼 원화평과 그의 스턴트 팀을 그대로 고용해 영화 '매트릭스'를 제작했으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역시 프레임 단위로 액션 시퀀스를 연구해 액션 영화의 교과서로 삼았다.
견자단과 함께한 '소태극'…데뷔의 발판
원화평은 견자단의 영화계 데뷔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견자단은 1984년 원화평 감독의 영화 '소태극'으로 데뷔했으며, 평소 견자단의 재능을 눈여겨보던 원화평이 그에게 '취권' 오디션을 보게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영화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 인연을 계기로 견자단은 이후 홍콩 영화계에 정착하게 된다.
'황비홍2'…견자단을 스타덤에 올린 라이벌 대결
서극 감독이 이연걸의 라이벌 역을 찾던 중 원화평에게 추천을 요청했고, 원화평이 주저 없이 견자단을 추천하면서 캐스팅됐다. 이 작품에서 견자단은 절대고수 황비홍이 고전할 만큼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역대 황비홍 시리즈 중 가장 강한 최종보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을 통해 견자단은 '황비홍2'와 '철마류'로 스타덤에 올랐다.
'표인: 풍기대막'…인연이 다시 이어지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원화평 감독의 신작 '표인: 풍기대막'은 이연걸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작품으로, 사정봉과 오경 등이 출연했다. 원화평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CG를 최소화하고 실제 사막에서 리얼한 액션을 담아내며, 수십 년간 이어온 자신만의 무협 액션 철학을 다시 한번 스크린에 펼쳐 보였다.
"꼭 봐달라"…관객들에게 전하는 당부
원화평 감독은 마지막으로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국내 관객들에게 꼭 봐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그는 이 작품이 획기적인 무협 영화이며, 실제 사막에서 촬영한 리얼한 액션과 흥미로운 줄거리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부녀 간의 감정과 시간이 뒤섞인 스토리 구성을 강조하며, 좋지 않은 영화라면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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