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오늘은 발렌타인데이! 침대 위의 진실한 포옹, 툴루즈-로트렉의 '침대에서의 키스'

고요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2-14 14:11:39

벨 에포크 파리 유곽의 숨겨진 친밀함을 포착한 혁명적 시선
발렌타인데이,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하다
툴루즈-로트렉의 '침대에서의 키스'

[K라이프저니|고요비 기자]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우리는 흔히 화려하고 낭만적인 사랑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19세기 말 파리의 천재 화가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901)은 사회 주변부 여성들의 진실한 애정을 포착하며 사랑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1892-1893년 사이 제작된 '침대에서의 키스(Au lit: Le baiser, In Bed: The Kiss)'는 파리 유곽에서 나눈 두 동성 연인의 입맞춤을 담은 작품으로, 70×54cm 크기의 판지에 유채로 그려진 이 그림은 당대 금기를 넘어선 예술적 용기와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을 동시에 보여준다.

귀족 출신 보헤미안, 몽마르트르의 연대기 작가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은 1864년 프랑스 남부 알비(Albi)의 명문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근친혼의 영향으로 유전 질환을 앓아 성장 장애를 겪었으며, 두 차례의 다리 골절 사고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152cm의 키에 머물렀다. 신체적 한계는 그를 귀족 사회에서 소외시켰지만, 역설적으로 파리 몽마르트르의 카바레, 서커스, 유곽의 세계로 이끌었다.

1882년 파리로 이주한 로트렉은 레옹 보나(Léon Bonnat)와 페르낭 코르몽(Fernand Cormon)의 화실에서 수학했으며, 여기서 에밀 베르나르(Émile Bernard),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와 교류했다. 1884년부터 몽마르트르에 정착한 그는 물랭 루주(Moulin Rouge), 샤 누아(Chat Noir) 등의 카바레와 앵브루아즈가 거리(rue d'Amboise)의 유곽을 드나들며 그곳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미술사적으로 로트렉은 포스트 인상주의와 아르누보 사이의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에드가 드가(Edgar Degas)의 대담한 구도와 일본 우키요에(浮世絵)의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기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麿)의 미인도에서 선의 단순화와 평면적 색채 구성을 배웠다. 동시에 그는 근대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로, 1891년 물랭 루주 포스터로 상업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로트렉의 가장 중요한 미술사적 공헌은 19세기 말 파리 하층 사회의 진실한 기록자로서의 역할이다. 그는 매춘부, 댄서, 서커스 곡예사 등 사회 주변부 인물들을 동정이나 낭만화 없이, 그러나 깊은 인간애를 가지고 묘사했다. 이는 당대 아카데미즘의 이상화된 누드나 오리엔탈리즘의 이국적 환상과 근본적으로 달랐다.

표현주의적 붓질과 파스텔 색조의 조화

'침대에서의 키스'는 로트렉의 성숙기 화풍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판지(cardboard) 위에 유채로 그려진 이 작품은 거친 질감과 빠른 붓질이 특징이다. 로트렉은 종종 판지나 마분지를 지지체로 사용했는데, 이는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자연스러운 질감을 얻기 위함이었다.

화면은 수평으로 누운 두 연인이 침대에서 포옹하며 입맞춤을 나누는 장면을 포착한다. 한쪽은 진한 갈색 머리카락을 지녔고, 또 다른 쪽은 짙은 적갈색 머리를 가졌다. 두 인물의 피부는 노란색과 주황색 톤으로 표현되어 따뜻한 육체의 온기를 전달하며, 이는 로트렉 특유의 과장된 색채 사용을 보여준다.

배경은 연한 청록색, 하늘색, 크림색이 뒤섞인 침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빠르고 거친 수직 붓질로 처리되었다. 이 표현주의적 붓터치는 마치 움직이는 듯한 역동성을 부여하며, 동시에 미완성적 느낌으로 순간의 즉흥성을 강조한다.

구도는 대각선을 이루며, 두 인물의 몸은 서로 얽혀 하나의 유기적 형태를 만든다. 로트렉은 굵은 검은 윤곽선으로 인물의 형태를 정의했는데, 이는 일본 우키요에와 클루아조니즘(cloisonnism)의 영향을 보여준다. 특히 두 여성의 팔과 어깨의 곡선은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며 친밀함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로트렉의 기법적 특징은 '페인트릴리 그라(peinture à l'essence)'라 불리는 기법으로, 유화 물감에서 기름을 제거해 마치 템페라나 파스텔처럼 매트한 질감을 만들어냈다. 이는 작품에 독특한 부드러움과 동시에 직접성을 부여한다.

발렌타인데이에 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사랑이 사회적 인정이나 제도적 틀을 넘어선다는 진실을 상기시킨다. 19세기 말 파리에서 가장 주변화되고 낙인찍힌 여성들도 진실한 애정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했다. 로트렉은 그 순간을 영원히 기록함으로써 모든 형태의 사랑에 존엄을 부여했다.

구성된 세계 속 진실한 순간

이 그림 앞에 서면 복잡한 감정이 교차한다. 거친 붓질과 과장된 색채는 처음에는 날것의 거칠음으로 다가오지만, 곧 그 안에 담긴 부드러움과 인간애가 느껴진다. 청록색 침구는 차가운 듯하지만 두 연인의 노란빛 피부는 따뜻하다. 이 온도의 대비는 그들이 처한 세계의 냉혹함과 서로에게서 찾은 온기를 상징하는 듯하다.

두 연인의 포옹은 절박하면서도 부드럽다. 그들의 몸이 만드는 곡선은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발렌타인데이에 우리가 보는 수많은 사랑의 이미지들—장미, 초콜릿, 화려한 레스토랑—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지만, 어쩌면 이것이 사랑의 가장 순수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곳에서 찾은 위안, 사회가 부여한 역할을 벗고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순간이다.

로트렉의 붓질은 빠르고 즉흥적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관찰과 공감이 담겨 있다. 그는 이 연인들을 수많은 밤 동안 지켜봤을 것이다. 손님을 맞이하는 그들의 공적 얼굴과 서로에게만 보이는 사적 얼굴의 차이를. 그리고 그는 후자를 선택했다. 상품화된 몸이 아니라 사랑하고 사랑받는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그림의 미완성적 느낌—배경의 거친 붓질, 명확하지 않은 공간—은 오히려 순간의 진실성을 강조한다. 이는 포즈를 취한 장면이 아니라 훔쳐본 순간이다. 그러나 로트렉의 훔쳐봄은 침해가 아니라 증언이다. "당신들의 사랑도 진실하다"고 말하는.

발렌타인데이의 상업화된 이미지들은 종종 사랑을 획일화하고 정형화한다. 그러나 로트렉의 그림은 사랑이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가장 불가능해 보이는 조건 속에서도 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연인의 입맞춤은 저항이자 생존이며, 무엇보다 사랑이다.

미술시장에서의 위치와 작품 가치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은 국제 미술시장에서 최상위 포스트 인상주의 화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Phillips) 등 주요 경매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특히 몽마르트르 시기의 유화 작품은 극히 희소해 시장 출현 시마다 큰 주목을 받는다.

로트렉의 작품은 크게 유화, 석판화(lithograph), 드로잉으로 구분되며, 유화가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다. 경매 기록에 따르면, 그의 주요 유화 작품은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 범위에서 거래된다. 2005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세탁부(La blanchisseuse)'가 약 2,240만 달러에 낙찰되었으며, 이는 로트렉 작품의 최고 경매가 중 하나다.

'침대에서의 키스'와 같은 유곽 시리즈 작품들은 로트렉의 가장 중요한 주제적 업적으로 인정받으며 높은 평가를 받는다. 유사한 주제와 크기의 작품들은 최근 경매에서 500만에서 2,000만 달러 범위에서 거래되었다. 특히 인물의 친밀한 순간을 포착한 작품, 판지에 그려진 작품 중 보존 상태가 우수한 경우 프리미엄이 붙는다.

로트렉의 시장 가치는 지난 30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1990년대 이후 포스트 인상주의 회화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 2000년대 이후 퀴어 미술에 대한 재평가, 그리고 로트렉 작품이 지닌 역사적·사회적 기록으로서의 가치 인식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투자 관점에서 로트렉은 반 고흐, 폴 고갱(Paul Gauguin)과 함께 포스트 인상주의의 '블루칩' 작가로 분류되며, 주요 미술관 소장으로 인한 시장 희소성, 전 세계적 인지도, 작품의 문화사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산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모든 사랑의 존엄을 위하여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의 '침대에서의 키스'는 130년 전 파리 유곽의 침대에서 포착된 순간이지만, 그 의미는 시대를 초월한다. 발렌타인데이에 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인정하고, 사회가 규정한 '정상'의 경계 밖에 존재하는 애정에도 존엄을 부여하는 일이다.

로트렉은 귀족 출신이었지만 몸의 장애로 인해 주류 사회에서 소외되었고, 그 경험이 다른 소외된 이들에 대한 깊은 공감으로 이어졌다. 그는 사회 주변부 여성들의 삶을 관음이 아닌 연대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의 붓은 증언했다. "이들의 사랑도 진실하다. 이들의 포옹도 따뜻하다. 이들의 입맞춤도 신성하다"고.

발렌타인데이가 축하하는 것은 특정 형태의 사랑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여야 한다. 로트렉의 그림 속 두 연인이 나눈 키스는, 오늘날 전 세계 모든 연인들이 나누는 키스와 똑같이 진실하고 아름답다. 청록색 침대 위에서, 상업적 성의 공간 한가운데서도, 사랑은 피어났다.

그 사랑을 기록한 로트렉의 용기와 공감은, 100년이 넘은 지금도 우리에게 질문한다. 우리는 얼마나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인정하는가? 우리는 누구의 애정을 정당하다고, 누구의 애정을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가? 발렌타인데이, 모든 형태의 진실한 사랑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며, 우리는 로트렉의 그림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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